지금 당장 눈을 감고 포장마차를 떠올려 보아라. 뭐가 생각 나시는지? 개인적으로 나는 포장마차를 가 본지 꽤 되었다. 가끔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순한 ‘따끈따끈’을 능가하는, 아주 ‘뜨끈뜨끈’한, 그래서 꼭 후후~ 불어가며 마셔야 하는 포장마차의 우동 국물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내가 좋아하는 닭똥집, 그리고 먹어본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장어류의 꼼장어(이 둘 사이의 정확한 관계가 궁금하다), 또 보기에 좀 거슬려 아직껏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닭발… 그 밖에 해삼이니 멍게니 말미잘이니, 사람 별명으로 많이 쓰이는 해산물들이 좀 있는 것 같긴 하던데…

 

우리가 밤을 새워 열차를 타고 도착한 장가계, 오늘은 토요일이다. 밀린 잠 보충도 하고, 시내 지리도 익힐 겸 하루를 건들건들 쏘다녔다. 토요일이라서인지 골목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시끌벅적 불야성을 이루었는데 그 중 한 골목 전체가 포장마차로 꽈악 들어찬 것이 눈에 띄었다. 우와, 저기로 가 보자!

 

꼭 우동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살아 있는 닭이냐… 우리처럼 이미 죽어있는(?) 닭의 일부가 상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살아있는 닭이 포장마차 바닥 새장에 갇혀 있다. 설마 이걸 키우는 건 아니겠지? 어라, 닭 옆에는 꿩이 있네? 저거, 꿩 맞지? 그러고 보니 꿩 뿐만이 아니다. 앗, 토끼다. 그 귀여운 토끼도 무언가 오물거리며 마지막 정찬 중이군. 오호, 포장마차 바닥이 이 정도란 말이지. 그렇담 상 위에는 뭐가 있나?

 

장가계순간 숨이 터억! 막힌다. 소나 돼지, 개의 여러 일부분들이야 매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 성남 모란장에서도 볼 수 있다. 엄청나게 큰 붕어의 머리(대체 몸은 어디로 가고 머리만 먹는 걸까?), 미꾸라지, 가재, 전갈,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류, 바로 아래 살아 움직이는 닭이니 꿩, 토끼도 말라 비틀어진 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다루는 솜씨는 한석봉 어머니 저리 가라다. 우선 플라스틱 양동이 안에서 꿈틀거리는 미꾸라지 중 한 마리를 건져 올려 세로로 긴 도마 위로 올려 머리를 못 같은 도구로 박아 고정시킨다. 머리는 못으로 박혀 있으니 그 아래 부분만 깃발처럼 흔들려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불쌍한 미꾸라지.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 아주머니의 왼손이 남은 부분을 훑어 아래로 거머쥐는가 싶더니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칼날이 가로로 쓰윽 들어와 기가 막히게 반을 가른다. 그러자 드러나는 미꾸라지 가시. 그 가시는 살짝 들려 내어져 버려지고 머리도 손질하면 순수 미꾸라지 살 부분만 회처럼 떠져 남는 것이다. 이 동작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지도 않고 옆 사람과 떠들면서도 척척 해내는 아주머니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오빠가 잡아 끈다. 야, 그만 가자.

 

돌아서서 가려는데 이번에는 날다람쥐가 박제 신세가 걸려 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왜 이렇게 말려 두었을까? 지금은 쾌적한 이 곳 날씨도 여름에는 엄청 더워지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저건 박쥐 같은데 과연 어떻게 먹을까? 나를 끄는 오빠에게 묻는다. 저거, 박쥐지? 몰라. 나야 해부학 수업 시간에 땡땡이를 자주 쳐서 모를 수 있다지만 아무래도 오빠는 나보다 빠삭할 것 같은데… 역시 오빠는 비위가 약하다.

 

골목을 벗어나는 내내 포장마차 아주머니들이 우리를 잡아 끈다. 네 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만, 날개 달린 것 중에는 비행기만 안 먹는 중국인이라고 했던가? 난 아직도 이런 중국인을 이해하기에는 한참 멀었다.

 

* 다음 날 덧붙임 : 그래, 포장마차이기 때문일거야. 우리도 포장마차에는 조금 특이한 걸 파는 편이잖아. 이런 우리의 생각은 다음 날 여지없이 무너졌다. 다음 날, 재래시장 구경에 나선 우리, 오빠는 코와 입을 가리고 걸어야만 했는데(시종일관 외과 중환자실 근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가 난다) 여기에선 아직도 덜 마른, 싱싱한(?) 편에 속하는 먹거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 재래시장이기 때문일거야. 우리도 마장동이나 경동시장이나 뭐, 그런 곳에 가면 도축해서 팔고 그러잖아. 우리는 또 스스로를 이렇게 위안했다. 그러나…

백화점 슈퍼마켓에서도 팔고 있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깔끔하게(?) 진공 포장해서 팔고 있다는 것 뿐.

 

Tip

교통 : 장가계 역-시내 / 역 광장 앞 시내행 미니버스 / 1인당 1원 / 20분 정도 소요 / 오토바이를 개조한 미니 택시도 시내를 돌아다닐 때 1인당 1원 정도를 받으니 버스가 닿지 않는 곳에 갈 때는 유용하다. 차 바닥을 통해 땅이 보이기도 한다 ^^

PC방 : 시내에 PC방이 좌우로 늘어서 있는 작은 골목이 있는데 10군데 이상이 성업 중이다. 시험 삼아 한 군데 들어가 보았는데 토요일이라서인지 온통 젊은이(?)들로 가득하여 자리가 없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기도 했지만, 모두들 인터넷을 사용하기 보담은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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