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숙소 슬레이트 처마에 비가 듣는 소리가 들렸다. 내내 꾸물거리던 하늘이 결국 비를 쏟아내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우리의 일정은 한껏 늘어졌다. 느지막이 일어나 거북이처럼 움직였다. 오늘의 목표는 산 정상에 커다란 arch형 구멍이 뚫려있는 월량산. 월량산한국에서 짐을 꾸릴 때 최대한 짐을 줄여 -  우산은 아예 목록에도 없었다 - 오빠는 10.5Kg, 나는 8Kg의 배낭을 갖게 되었지만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데 우산 하나 없이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어제 TV를 통해 당장 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숫자 세는 법을 배우려 했는데 찾는 어린이용 방송은 안 나오고 남녀 한 쌍의 강사가 나와 사교 댄스를 가르치는 방송에서 숫자를 배울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우리 나라처럼 뱅글뱅글 스텝을 밟으면서 끊임없이 구호를 외쳐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셋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덕분에 여덟까지는 귀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구입한 삼단 우산은 8원. 아! 들린다!

 

양삭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
“오빠가 한 대 빌려서 나 뒤에 태우고 가라”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너 태운다”
10년 전에는 대체 어디에 그 힘을 뿌리고 다녔을까?

당연히 우리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 방콕의 툭툭이처럼 생긴 - 2인용 택시를 타고 월량산에 간다. 길 옆으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마치 아주 큰 산맥의 최상단부를 관통하는 도로를 탄 듯하다. 각 산의 봉우리가 겹겹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택시에서 심하게 나는 휘발유 냄새가 또 오빠를 자극하나보다. 나 참, 예민하기도 하지…

 

월량산소문대로 월량산 입구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물이나 콜라, 망고 주스를 파는 아줌마가 따라 올라온다. 가방에 미리 물통 하나를 담아가 보여줘도 헛일이다. 정상까지 쉬지 않고 약 30분 가량 그 미끄러운 계단으로 따라 올라온다. 처음에는 안 살 생각이었으나 한 번 정상에 올라오는 것도 녹초가 될 정도인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관광객을 따라 정상을 오가며 필요하지 않은 도움(길은 뻔한데 길을 가르쳐 준다)을 주니 어쩔 수 없이 팔아줄 수 밖에 없다. 아, 이 놀라운 중국인의 힘! 관광객을 감동시키는 중국인의 상술이여… 중국의 power중 한 가지는 분명 예전부터 내려 온 상술이리라.

 

내려오는 길에는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만났다. 잠시 길가에 서서 비를 피했으나 빗발은 점점 더 굵어져 할 수 없이 비를 맞으며 내려왔다. 역시 날씨가 안 좋을 때의 산행은 무리였다. 미성년자는 따라 하지 말았으면 한다.장족^^;

비가 내려도 관광객은 계속 찾아 온다. 관광객을 태우고 온 또 다른 택시가 우리를 유혹한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20원을 부른다. 올 때 15원 주고 왔는데 어차피 돌아갈 길, 그 이상은 못 준다는 생각이 든다. 10원을 불러 본다. 택시 아줌마가 15원으로 가격을 낮춘다. 그래도 10원을 부른다. 안 된단다. 우리는 관심을 끊는다. 아줌마는 알아듣지 못 하는 말로 우리의 부당함에 호소한다. 그러나 어쩌랴. 원 계획은 걷거나 버스로 돌아오는 거였다. 아줌마가 다시 15원을 부른다. 나는 슬쩍 12원을 적는다. 결국 아줌마, 12원에 낙찰을 본다.

 

차 안에서 오빠는 얼마 안 되는 돈인데도 깎는 나를 나무란다. 나는 그 돈으로 쌀국수 사주겠다고 하고 오빠의 웃음을 받아냈다. 쌀국수…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이다. 먹을 때 마다 그 맛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한 그릇을 비웠다(오빠 말에 의하면 내가 비위가 좋단다). 처음에는 몇 젓가락 먹고 말던 그 까다로운 오빠도 이제는 얼큰하다며 국물에 말아 먹을 밥까지 찾는다. 양삭이 점점 좋아진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이제 군것질 거리까지 찾는다. 우리는 찐 옥수수를 나눠 먹고 유자까지 한 통(여기 유자는 ‘개’로 세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작은 수박만하다) 사 들고 돌아온다.

 

비가 계속 내린다. 오늘이 양삭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용배제전으로 떠날 예정이다. 산골이라 글 올리기가 수월찮을 것 같다. 그걸 생각하면 아무리 비가 내려도 양삭은 쾌적하다. 

 

Tip


★ PC방 : 양삭에는 PC방이 꽤 있다. 서가에서 들러 본 세 곳 중 한 곳을 소개한다.

Meiyo Cafe 지나 있는 Billy’s on Line Cafe가 그 곳이다. 다른 두 곳에 비해 속도가 그나마 빠르고 Billy 아저씨가 전문(?)스럽다. 인터넷 1시간 이용에 6원, 30분은 4원, 잠깐만 써도 3원을 받는 요상한 요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지금 보니 한 장 출력에 3원, 팩스는 보내는데 10~35원, 받는데 3원이며 디지털카메라와 직접 연결하여 장 당 3원에 사진을 보낼 수도 있고 Scan도 같은 가격으로 해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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