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리강 유람이라 하면 계림에서 양삭까지 배를 타고 내려가면서 천하제일이라는 수백 개의 기암괴석을 한껏 누리게끔 되어 있다. 무려 7~8시간에 걸쳐…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질리도록 볼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 우리 생각. 다시 한 번 부여잡는 숙소 아저씨(아줌마 신랑인가?)를 남겨 두고, 오늘이 장날이라는 흥평행 미니버스에 탔다. 양삭의 모든 숙소 주인들과 여행사 직원들이 추천하는 course가 바로 흥평-양시에 걸친 2시간 30분 가량의 왕복 구간이라 했기 때문이다. 바깥으로 산이라 하기에도 어정쩡하고, 바위라 부르기에도 어정쩡한 봉우리가 수도 없이 펼쳐 지면서 출발 20여 분 가량은 쾌적했다. 그러나 20분이 지나자 길은 비포장으로 바뀌고 차장이 꾸역꾸역 밀어넣은 사람들은 돌아가며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렇게 40여 분을 더 가서야 와르르 흥평에 쏟아졌다.

 

흥평흥평의 장날. 대나무 새장에 움직일 틈도 없이 꽉 들어 찬 닭들, 길이가 조금 짧은 죽부인(?)에 담겨 가는 돼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튀김, 바깥에서 진료하는 치과, 똑바로 앉은 채 머리를 감겨주는 이발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하나씩 입에 문 사탕수수, 광주리에 담긴 리강 산 민물 고기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지만 흥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담 우리도 흥정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현지인들이 타고 있는 여러 척의 배 앞에서 손짓 발짓 해 보지만 역시나 마찬가지다. 흥평-양시 구간 왕복 유람 60원. 하지만 저 서양인들처럼 자신들끼리만 떼거지로 배를 타고 싶지는 않은데, 게다가 왕복이라니 그건 가 본 다음 결정해도 늦을 것 같지 않구만… 그렇다면 차라리 오후 2시발 편도 25원을 불렀던 ‘One world cafe로 다시 가자. 어차피 한국어가 아닌 이상, 중국어나 영어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 아래 여행 안내서로는 최고라는 ‘Lonely planet’을 준비해 오지 않았지만 마침 그 cafe 입간판에는 ‘Lonely planet’에 소개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오빠는 여주인과 대회를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12시에 가고 싶다. 그리고 관광객들만이 아닌 현지인들과 함께 가고 싶다. 그리고 여주인은 우리 부탁 중 하나를 들어 주었다.시장

 

1시 30분이 되자 웬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나 우리를 작은 승합차에 태웠다. 그리고는 일반인들이 배를 타는 곳이 아닌, 그 건너편으로 차를 몰았다(승합차에는 우리말고도 세 명의 외국인이 더 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대만인이라 중국어와 영어간의 통역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현지인들을 위한 배 두 척의 소유주로 그 중 한 척의 배에 우리를 태우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불법(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이라 할머니가 우리를 배에 태우기에 앞서 20분 가량 망을 봐야 했다. 할머니의 손짓에 따라 숨어 있던 우리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고 강가에 내려서자 원래 배를 타는 곳에서 출발했던 여러 척의 배 중 한 척이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 서로의 도움으로 허겁지겁 배에 올라서니 안에는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현지인만이 가득한 완행 배였다. 그리고 시작된 우리만의 리강 유람… 감흥은 글쎄, 백 마디 말 보다 몇 장의 사진이 더 낫지 않을까?

 

계림

이 곳 계림 지역은 프랑스의 코스, 유카탄 반도, 미국의 켄터키·플로리다 등과 더불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karst 중 하나로 용해되기 쉬운 석회암이 지하수에 의한 굴착화작용(혹은 공동화작용)을 받아 형성된다고 한다(그래서인지 이 곳에도 이름난 동굴이 많다). 강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봉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대체 나무는 어떻게 자랐을까 신통하다. 승객들이 쉬지 않고 쓰레기를 버려 대지만 물은 아직 맑은 편이고, 그 물 위에 커다란 대나무 몇 개를 묶어 만든 배를 탄 어부가 지나가고, 양 강변으로는 물소와 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강을 따라 자리를 튼 마을 곳곳의 집으로 돌아가는 승객들이 자주 내리고 타는 통에 배의 속도는 느리기가 한이 없지만 그 덕택에 수 백 폭의 산수화를 여러 각도에서 천천히 감상한다. 배 안에서는 이런 멋진 광경을 일상으로 두고 사는 승객들이 밖 풍경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둘러 앉아 도박에 열심이다. 아무리 멋져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할 무렵 배 주인 할머니가 나타나 주의 사항을 일러 준다. 배에서 내려 누가 어떻게 그 배를 타고 왔냐고 물으면 무조건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란다. 우리는 영어로 전해 듣고 나서야 한 박자 늦게 웃으며 끄덕인다.

 

배

배에서 내려 양삭으로 돌아오는 미니버스를 탄다. 날이 계속 우중충하더니 꽤나 쌀쌀해진다. 단박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온다. 숙소로 돌아가면 약 챙겨 먹고 맛난 음식 먹고 PC방에 가서 글 올려 봐야지 하며 돌아온다. 여러분이 이 글을 제 시간에 읽으셨다면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리다. 모든 것이 편리하다. 앞으로는 이렇듯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담 우리의 선택은?

양삭에서 좀 더 머물러야겠다. 워밍업!

 

Tip


* 교통 : 양삭 - 흥평 / 양삭 버스 터미널의 흥평행 미니버스. 미니버스 앞에는 행선지가 적혀져 있다 / 1인당 3원 / 포장길 20분 + 비포장길 40분
흥평 - one world cafe / 우리는 땡기는 대로(?) 걸었다. 사람들 많이 다니는 길로 따라가다 보면 내려서 5분 만에 찾을 수 있다
흥평  - 양시 / 현지인들만이 타는 배 / 그래도 1인당 20원은 줘야 했다^^ / 2시간 편도 유람
양시 - 양삭 / 양삭행 미니버스 / 1인당 6원 /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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