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배제전중국의 수 많은 소수민족 중 야오족과 장족의 마을, 용 龍, 등 背, 사다리 梯, 밭 田, 용배제전은 이름 그대로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야오족 생활 환경의 특성이 수 없이 많은 산에 넓게 분포해 사는 것이라는데 얼씨구, 그 말이 딱이다. 이 일대 산 전체를 모두 계단식 논으로 개간, 경작해 놓은 것이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우리가 숙소로 잡은 장족의 집은 순전히 나무로만 만들어진 3층 집인데 출입구는 중간 층으로, 지면으로부터 상당히 높게 받침대를 세워 이루어진 층이다. 자연 그 아래 층은 물건을 저장해 두는 창고로 사용한다. 우리 방은 가장 세 개의 층 중 가장 윗 층인데 창문을 열어보니 전경도 전경이거니와 시원한 바람이 쏟아지는 햇살 아래로 절로 들어온다. 변변한 설계도도 없을 것 같은데 창문 아귀며, 십자로 낸 창틀까지 어디 하나 어수룩한 구석이 없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것이 장족 남자들 손 재주라면, 여자들 손 재주는 또 어찌나 좋은지, 보이는 장족 여자들마다 신발 밑창을 하나씩 들고 십자수 마냥 색실로 곱게 수를 놓고 있다. 야오족 여인네들은 엉덩이까지 내려오도록 길게 기른 머리를 곱게 빗어 돌돌 말아 머리 위에 얹고 다니며 외지인을 만날 때마다 손으로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세공품을 사라며 말을 건넨다.용배제전

 

장족 마을 사이로 꼬불꼬불하게 난 길이며 계단에는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는데 사용할 만한 돌판들을 깔아 놓았다. 돌길을 따라 마을 위로 올라가노라면 산 비탈 가득히 만들어 놓은 계단 논이 장관이다. 상당히 높이 올라가도 어김 없이 물이 졸졸 흘러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며 커다란 대나무를 세로로 길게 쪼개어 계단식 논에 대어 놓았다. 사람 하나 겨우 설 만한 논에는 사람이 농기구를 들고, 조금 넓직한 반원형의 논에는 기계까지 들고 봄맞이 농사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우리 대학에서 발행한 달력을 보면 의학과 졸업 10회쯤 되시는 선배님(오빠가 33회 졸업)께서 이 곳까지 오셔서 찍은 사진이 한 달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 안 되는 관광객들 사이로 한 무더기의 사진반 학생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자신만의 작품 구상에 열심이다.

 

오빠내려오는 길로는 현지인들이 다니는 길을 택한다. 논과 논 사이로 난 아슬아슬한 길이다. 우리는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한 걸음씩 내려 온다. 하지만 이 곳 아줌마들을 양 끝에 광주리를 단 긴 장대를 한쪽 어깨에 매고도 그 좁은 길을 우리보다 훨씬 빨리 내려간다. 이 동네 아이들은 또 어떤가, 논에서 놀던 아이들은 아예 맨발로 내려 간다. 그래도 고개 하나 돌아서니 아이들은 사라졌다. 마을 한 구석에서는 아저씨들이 마을 길에 쓰일 돌을 캐 내고 있다. 아하, 저렇게 계속 캐내어 길을 까는구나 싶다. 그렇게 캐내어진 돌 역시 장대 바구니 안으로 들어가는 듯 하더니 아저씨들 어깨를 타고 마을 사이로 사라진다.

 

숙소로 돌아오니 장족 아줌마 두 분이 우리 모두를 위한 식사 준비에 한참이다. 입구가 넓고 속이 패인 중국식 후라이팬 하나로 저녁 요리를 만들어 낸다. 야들야들한 두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넙적하게 잘라 기름과 소금, 간장을 넣고 볶는다. 간장이 자작자작 졸아들면 두부를 건져내고 그 후라이팬에 물을 조금 붓고 돼지 비계를 얇게 저며 뚜껑을 덮어 익힌 후 다시 간을 한다. 이후 다시 건져 놓았던 두부와 합쳐 볶고 토마토, 마늘, 파 등을 차례로 썰어 넣어 강한 불에 계속 볶는다. 밥을 먹을 줄만 알았지, 변변찮은 요리 하나 못 하는 나는 아줌마들 요리하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 보고, 아줌마들은 이런 나를 돌아 보며 계속 웃으신다. 말은 하나도 안 통하지만 이래 저래 즐겁다.

 

넷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필담으로나마 나누는 대화로 저녁 식사 시간이 더 풍요로워진다. 자매 사이라는 아줌마에게 얻어 마시는 미주, 쌀알이 동동 떠 있어 꼭 식혜처럼 보이는 달짝지근하면서 알싸한 곡주를 한 잔씩 마시고 방으로 올라와보니 벌써 한참 깜깜하다. 시험 삼아 방 불을 꺼 보니 알프스 소녀 하이디 방이 꼭 이랬을 것만 같다. 창 밖으로 별이 가득하다.   


 

Tip

 

교통 : 양삭-계림 / 양삭 버스터미널 계림행 미니버스 / 1인당 7.5원 / 1시간 10분
계림-화평 / 계림역과 같은 중산중로에서 500m 가량 떨어져 위치한 버스터미널 화평(행선지에는 용승이라 쓰여 있었다)행 버스 / 1인당 9.5원 / 쾌적한 포장길 1시간 + 엉덩이가 아픈 포장길 1시간화평
화평-용배제전 / 지나가다 용배제전이라는 푯말을 보고 차에서 내려 건너편에서 기다리다 용배제전행 미니버스를 탐 / 1인당 4.5원 / 엉덩이는 괜찮으나 보험 안 들어놓은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아찔한 40분(이렇게 우리는 1인당 21.5원으로 도착했으나 양삭 숙소 아저씨는 개별적으로 가면 78원이 들거라며 본인 소유의 도요타를 타고 삼강까지 포함, 당일로 다녀오는 150원 짜리 투어를 권했다).
여행객들은 보통 양삭-계림-용승-(화평)-용배제전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렇게하면 이미 지나간 길을 되 밟는 격이 된다. 화평이 용승과 용배제전의 갈림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므로 시간만 맞출 수 있다면 여기에서 내려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용승에서 용배제전까지는 하루에 3번만 미니버스가 운행된다. 오전 9시 20분, 오후 12시 40분, 4시. 반대로 용배제전에서 용승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전 7시 30분, 10시 40분, 오후 2시 10분, 5시 10분, 4번이 있으며 용승까지는 6.5원을 받는다고 한다.

관광 : 용배제전은 중국 정부에서 특수구로 지정하여 30원의 입장료가 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 꼭대기에 있는 두 개의 전망대 중 제 2 전망대부터 올랐다. 제 2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제 1 전망대가 저~멀리 보이지만 미리 겁먹지 말 것. 둘 사이의 길이 평탄한 돌길이라 천천히 유람을 해도 1시간이 안 걸릴 뿐더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보다 걸으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치가 더 좋았음

숙박 : 우리는 입구 근처의 장족의 마을에서의 민박을 택했음. 마을 내 계속해서 숙소를 짓고 있으므로 숙박이 어렵지는 않을 듯. 침대가 두 개 있는 방 하나와 직접 만들어 주는 세끼 식사를 포함하여 5원 깎아 2인 55원에 합의. 전기가 들어오고 온수 사용도 가능하지만 난방이 안 되므로 복장 고려 할 것.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