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진 태원연간(太元年間 : 376~395)에 어느 어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복사꽃이 피어 있는 수풀 속으로 잘못 들어갔는데 숲의 끝에 이르러 강물의 수원이 되는 깊은 동굴을 발견하였다. 그 동굴을 빠져 나가니 평화롭고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졌는데 그 곳의 사람들은 진대(秦代)의 전란을 피해 이곳으로 와 그 때 이후 수백 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왔다는 것이다. 이 어부 역시 그 곳에서 잠깐 지내다 나와보니 바깥 세상은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다는 이야기,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유명한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라는 작품이다. 바로 그 곳, 무릉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국인들은 ‘도화원기’의 지리적 배경이 되는 이 곳 호남성 서북부에 위치한 장가계를 무릉원이라 부르며, “人生不到張家界, 白歲豈能稱老翁?(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라 한다.


장가계하지만 1982년 중국 정부가 "장가계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1988년에는 국무원에서 국가급중점풍경명승구로, 그리고 1992년에는 UNESCO가 세계자연유산에까지 포함시키기 전까지 장가계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우리가 한국을 떠나오기 얼마 전에서부터 신문 지상에 여행 상품으로 마악 등장하기 시작한 터였다. 중국인들조차도 이 곳 관광을 "와와 관광"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는 곳마다 탄성이 쏟아지는 곳이라 하여 계림에서 운남성으로의 여행 일정을 짜면서 route를 수정하면서까지 기대하고 찾아온 곳이지만 배낭 여행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터라 사실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우리는 호객꾼들에게 봉일 수 밖에 없을 터. 

 

장가계로 들어 오면서 크게 네 그룹의 호객꾼, 일명 삐끼를 만났다.
첫째, 장가계가 가까워지면서 기차 안에서부터 투어를 알선하는 철로 여유부 직원들,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표를 들고 와서 tour할 것을 권한다. 아무리 우리가 중국어을 모르니 당신이 제공해준다는 가이드가 의미 없다 하여도 대신 중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며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2박 3일 상품의 경우, 2인을 대상으로 960원을 불렀다가 800원까지 내려간다.
둘째, 기차에서 내려서부터 역을 벗어날 때까지 자연스레 이끄는 철로 여유부 직원들, 나는 처음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출구를 안내해 주는 줄로만 알았다.
셋째, 새벽인데도 역 광장에 몰린 엄청난 여행사 직원들로 이들은 육체적으로 막 덤빈다. 우리는 팔을 너무 세게 잡히는 바람에 뿌리치기도 힘들었다. 이후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낮에 다시 역에 들렸었는데 이 때 만난 영어를 하는 여행사 직원은 2박 3일에 1인당 600원을 불렀다. 기차 안에서보다 더 비싸서 흥정을 해 보았더니(tour를 할 생각은 없었으면서도^^;) 그렇담 원하는 가격이 얼마냐 저자세로 묻는다. 아마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할 듯 하지만 “내가 가격을 낮춘다면 너희가 tour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 뻔하다”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이후 버스 정류장까지 줄기차게 따라오더라…
넷째, 이 모든 것에서 훌륭히 벗어났다 자족하고 있다가 결국 시내로 들어가는 미니버스의 차장에게 당했다. 시내에 내려달라고 했는데 손님들 다 내려주고 우리를 본인이 거래하는 곳으로 질질 끌고 갔다. 겨우 벗어나긴 했지만 시내 지도 한 장 없는 우리는 근처 거리를 30분간 배회하다 눈에 띄는 아무 빈관에 들어섰는데 여기가 2인 기준 1박에 288원이나 했다. 흑흑…(밤을 새운 탓에 너무 졸려서 150원까지만 깎아 우선 1박, 다음날부터 딱 반 값인 숙소로 옮겼다)

 

장가계일련의 호객꾼들을 뒤로 하고 드디어 장가계 풍경구 구경을 나서는데 시내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골길을 달리던 버스가 어느 순간 좌우로 늘어선 산 사이로 들어서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지금으로부터 약 3억 8천만년 전에는 바다였다가 이후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솟아올라 만들어졌다더니 깊은 협곡과 기이한 봉우리들이 그 역사를 온 몸으로 말해 주는 듯 싶다. 무릉원 시내에서 매표소가 눈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 직접 걸어가는 길이 만만치 않은데 이 때에도 작은 승합차를 모는 아저씨들이 끊임 없이 우리를 부른다. 당연 못 알아 들으니 눈길조차 주지를 않는데 표를 구입하고 입장을 하자마자 아저씨들이 우리를 불러댄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것. 아저씨는 아예 차에서 내려 여기서부터 우리가 지도에서 가리키는 천자산 삭도 하점(상행 Cable car 타는 곳)까지는 저기 보이는 오르막길로 자그마치 12 Km나 된다고 설명하며 30원을 내면 태워다 준다고 한다. 와, 비싸다. 그런데 어떡하지? 여타 교통 수단이 없으니 딱히 수가 없다. 바로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국어!


어필봉

모든 입장객이 각자 지문을 입력해야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려 지문을 입력하고 다시 차에 올라타게 되는데 그런 여러 팀 중 한국팀이 두 팀이나 있다. 오빠와 나는 얼굴 한 번 마주 보고 생긋, 인솔자 분과 현지 조선족 가이드 분이 팀 인원을 모두 확인하고 버스에 오르려는 찰나, 사정을 이야기하고 흔쾌히 동승을 허락 받는다. 그 순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 희비가 엇갈리는 우리와 승합차 택시 아저씨. 아마 아저씨는 가격을 좀 낮추어 불러볼 것을…하는 후회를 했을 것이다. 얼떨결에 두 사람의 무임 승객이 늘었지만 여행 오신 아주머니 분들은 우리에게 땅콩이며 초컬릿, 검 등을 마구 나누어 주신다(너무 급하게 올라타고 중간에 내리느라 여행사 이름을 제대로 확인 못 했다. 아마도 늘푸른 여행사였나 그랬던 것 같은데,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드린다). 조선족 가이드도 장가계로 배낭여행을 온 우리를 신기하게 여긴다(우리보고 학교는 어떻게 하고 왔냔다. 으하하~). 이 곳은 배낭여행하기에는 많이 힘든 곳이라면서…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곳은 아니다. 우리처럼 풍경구 내에서 숙박하지 않고, 점심도 싸 온 음식으로 해결하면서 지내면 천자산 cable car 상행 편도를 타고도 여행사들이 내거는 tour의 반 값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 

 

장가계날씨도 너무 좋았고 장가계 산세가 웅대하면서도 아름답고 기이하긴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최대의 찬사를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 경험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아직껏 용배제전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그 이유가 뭘까? 아직 우리가 산세의 맛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걸까? ^^;

 

 

 

Tip

교통 : 시내 버스터미널-무릉원 / 직행버스의 경우 1인당 8원 / 1시간 이내 도착 / 무릉원 시내에 덜렁 떨궈지면 천자산 풍경구 매표소까지 15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

숙박 : 장가계 버스터미널 근처에 숙박업소가 많다. 온수 사용 가능한 욕실이 딸린 2인 1실을 1박 80원에 불렀는데 75원까지만 깎을 수 있었다. 조금 시끄럽기는 하지만 근처에 시장이 있어 교통과 식사가 수이 해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관광 : 풍경구 내 여러 매표소 중 어느 곳을 택해도 입장료는 1인당 108원이며 최첨단 지문 인식 시스템을 사용하여 한 사람이 두 번에 걸쳐 입장이 가능하다(우리는 첫 날 무릉원 쪽으로 들어가 천자산 풍경구를, 둘째 날 황석채 풍경구 쪽으로 들어가 금편 계곡을 구경했다). 이외 풍경구 내 숙식이나 교통 수단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천자산 Cable car / 등산시 상행 추천.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하산시 십리화랑 쪽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보니 길은 모두 계단으로 잘 조성되어 있으나 웬만한 체력으로는 무지 힘들 것 같다 / 돈 많은 중국 관광객들은 가마 모양의 사인교를 타고 오르거나 내려가는데 가마를 멘 두 아저씨가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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