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장왈 택시 아저씨가 아침 7 30분 약속시간을 안 지키면 칼같이 다른 차편을 알아보겠다길래 매몰차게 그러지 말고 10분 정도는 더 기다려주자, 했는데 웬걸,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아저씨의 노란 택시는 5분 전 약속 장소에 도착이다. 중동 사람들이 약속 안 지킨다고 누가 그랬지?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본 김원장이 다시 중얼거린다.

 

역시 4 5천원이 큰 돈이었어. 그 돈 놓칠까봐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킨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깎아볼것을...”

 

나도 받아서 한 마디 한다.

 

오늘은 점심 먹자고 하면서 식당으로 안내하면 안 먹어야지

 

부창부수다. -_-;

 

그제의 택시 아저씨와는 달리 오늘의 아저씨는 본인의 차량을 너무나 애지중지하시는 분이다. 달리는 차들이 서로 대가리를 들이밀땐 항상 양보를 하는 편이고 달리는 중간 중간 기회가 생길 때마다 걸레를 들고 별로 더럽지도 않은 차를 구석구석 닦아대시니 말이다. 속도는 전보다 느리지만(물론 그래도 우리 기준으로는 빠르다) 덕분에 마음은 편하다.

 

아저씨와 있었던 일 몇 가지.

 

1.     아직도 이란의 석유 배급제가 유지되고 있는 모양이다(이란 여행을 준비하면서는주페르시아님의 블로그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이란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http://blog.daum.net/ju520207). 아저씨가 주유를 할 때 보니 1리터당 우리 돈 100원이더라. 이는 리터당 300원 가량 하던 쿠웨이트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물론 생산 원가는 5~600원 이상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끔 100원선으로 보조를 해 주고 있는 것). 하지만 정작 주유소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주유소마다 차들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2.     아저씨네 집은 푸만 외곽에 있었는데 멋진 2층집이었다. 푸만의 물사정이 좋지 않은터라 물이 좋다는 마술레에서 물을 길어다 당신 집에 전해주는 바람에 잠시 그 앞에 정차할 기회가 생겼다. 우리가 집이 좋다고 칭찬을 했더니 본인의 집은 아니고 임대한 집인데 월세가 18,000원이라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설마 18,000원은 아닌 것 같고 8만원 정도가 아닐까 싶다(역시 영어가 잘 안 되시는 분이다). 어쨌거나 그 정도 집에 8만원이라고 해도 무지 저렴하다.

3.     역시나 고속도로변에서 차(tea)를 대접받았다. 아저씨가 차 마시는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렇다. 우선 한 주전자에서는 짙은 찻물을 따라받고 다른 물통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적당한 농도로 섞는다. 거기에 찻잔 받힘대를 색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뜨거운 찻잔 속의 차를 적당량 받힘대에 붓는다(우리나라에 비해 이란의 찻잔 받힘대는 조금 오목한 편이다). 식힌다. 마신다. , 마시기 전에 이미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는 각설탕을 하나 먼저 입에 넣는다. 그리고 찻물로 입안에서 녹여가며 마신다. 우리 둘이 그대로 따라해본다. 찻잔에서 바로 차를 마실 때는 매우 뜨거웠는데 그렇게 식혀 마시니 하나도 안 뜨겁다. 받힘대가 잘 닦였는지, 그 점만 조금 의심스럽다.

 

우리가 이틀 전 택시를 탔던 테헤란 어저디 로타리(Azadi sq)에 내린 시각은 12 30. 중간에 잠깐 쉬기는 했지만 근 5시간을 달려온 셈이다. 4 5천원을 받은 아저씨는 5천원만 더 달라고 하고(아저씨 휴대폰 0911 330 1226), 서부 터미널이 있는 이 곳에서 우리가 이번엔 남부 터미널로 간다는 사실을 안 또 다른 일반택시 아저씨 역시 5천원에 모셔다 주겠다 호객 한다. 두 분 모두에게 생까고 바로 옆 시내버스 종점 같은 곳으로 간다. 차를 오래타서 그런지 김원장은 다시 두통을 호소한다. 공교롭게도 테헤란에만 들어오면 두통을 앓는다. 일단 아무나 붙들고 버스표를 어디서 사야하는지 묻는다. 내 질문을 받은 사람은 영어가 되질 않았고 역시나 곧 어디선가 짱가 총각이 나타나 우리를 도와준다. 짱가 총각 역시 그다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목적지가 남부 터미널이라고 했더니 그 곳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찾아 우리를 태워준다. 요금은 1인당 100원이라면서.

 

이란은 버스 내에도 남녀 구분이 엄격하다. 반을 갈라 여성들은 모두 뒷편에, 남성들은 모두 앞편에(웃긴건 합승택시를 탈 때는 섞여 앉는다는 것이다). 중간 지점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우리를 본 짱가 아저씨 한 분이 우리를 남성칸 마지막 자리에 나란히 앉혀주셨다. 차표도 안 샀는데 차장도 없다. 사람들이 어찌하나 보니 내릴 때 운전사에게 돈이나 이미 어디선가 사온 버스표를 내는 것 같다. 그럼 여성들은?

 

승차도 하차도 뒷문으로 하는 여성들은 하차시 뒷문으로 내려 앞문쪽으로 쪼르르 걸어가 앞문을 통해 운전사에게 차비를 낸다. 고로 운행중인 버스내에서 남성들 사이를 지날 일은 없다. 어쨌거나 차비를 주고 받으려면 팔들이 길어야 쓰겠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꼬불꼬불 정체심한 테헤란을 천천히 달려 남부 터미널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우리가 몇 번 버스를 탔는지는 모르지만) 서부 터미널에서 남부 터미널까지가 각 기점, 종점인가보다. 뭉그니님의 여행기(www.welovetravel.net)에서 본대로 1번 매표소에서 카샨행 표를 팔고있다(Iran Peyma 버스). 1번 매표소에는 여러 명이 쭈욱 각 컴 앞에 앉아있는데 줄이 없으니 눈치껏 끼어들어 카샨 간다고 이야기를 한다. 김원장에게는 행선지와 이름을 물었는데 이번 역시 나는 김원장 외 1인이 된다(처음 테헤란에서 체크인을 할 때 김원장의 인적사항을 주르륵 적더니 내심 다음 번을 준비하고 있던 나를 무시하고 김원장 용지 뒷쪽에 나에 대해 대충 적더라. 여기선 내가 나로 존재하기 보다는 김원장의 똘마니 -_- 로 통하나보다). 그리고는 좌우의 cashier에게로 가면 그 곳에서 김원장외 1인의 카샨행 표를 출력해 준다. 가격은 단지 1 2,500! 3시간이나 가야한다고 했는데. 이거이거 우리 지금껏 택시 탄 거 잘한거 맞아?

 

출발 시간, 좌석 등 모든 숫자가 이란어로 쓰여져있다. 더듬더듬 읽으니 오후 2시 출발. 어라, 불과 15분 전이다. 탑승이 이루어지는 아랫층으로 내려가 역시나 짱가들의 도움을 받아 카샨행 버스 차장에게 인도된다.

 

터미널에서는 반도 안 차 출발하던 콤(Qom)겸 카샨행 버스는 터미널 주변을 20여 분 돌며 손님을 호객하여 태우고 또 태운다(우리 젊은 차장, 목청 참 좋다). 결국 본격적으로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승객은 모두 꽉 차고야 만다. 내 이런 풍경, 어디선가 이미 본 풍경이다. 거기가 어디더라... 일단 중국 쿤밍에서 그랬고...

 

우리가 탄 차가 이란의 버스들 중에서도 가장 고급에 속한다는 42인승 볼보 버스여서 그런지 운전사 바로 뒷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터라 입지도 좋고 승차감도 아주 좋다(, 그리고 비디오도 틀어주고 차도 구비되어있고 어디선가 좋은 향도 폴폴 난다). 게다가 콤에서 일부 사람들이 내리고난 뒤 차장 아저씨가 과일 주스와 우리의 오뜨같은 빵 쪼가리를 하나씩 나눠주자 내 기쁨은 배가 된다. 이게 2500원이래, 이게! 주스랑 빵도 주는데!

 

역시나 뭉그니님 정보대로 차는 카샨의 어정쩡한 곳에 선다. 우리가 가진 론리는 여러 나라가 간략히 담겨있는 중동편이어서 론리 이란편을 가지고 여행하신 뭉그니님과는 달리 카샨 지도는 나오질 않는다. 어쨌거나 뭉그니님은 이곳에서 숙소까지 한참 걸었다고 했으니 우리는 택시를 타자! 짱가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 일단 방향을 파악한 후 해당 방향에서 합승 택시를 잡는다. 우리 배낭 크기가 상당한데 이미 세 청년이 타고 있던 택시가 우리 앞에 서더니 행선지를 확인하고 방향이 맞으니 타란다. 하지만 어떻게?

 

뒷 좌석의 한 청년이 내려 앞 좌석의 청년과 합류한다. 말로만 듣던 일인데,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매우 불편할 것 같다. 다행히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모두 내렸다. , 택시 바가지를 안 쓰려면 그들에게 요금을 물어봐야 하는데... 아저씨가 여기저기 친절히 설명해주면서 달리기까지 하니 좀 더 불안해진다. 김원장에게 물으니 본인은 2,000원을 상한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더 요구해도 안 줄거라고 한다. 하지만 아저씨는 우리를 호텔 바로 앞까지 안내해주고 우리에게 500원을 받아갔다. 1인당 250. 아저씨, 감사합니다. ^^

 

호텔 도착시간 5 30. 아침부터 근 10시간을 열심히 달려오기만 한 셈이다. 김원장 컨디션이 썩 좋지 않으니 중급 호텔(www.sayyahhotel.com))에 묵기로 한다. 요금은 3만원. 깎아달라니 원래 35,000원인데 5,000원 깎아준거라고 한다. 볼일도 급한지라 더 네고 안 하고 오케이한다(아직까지 겪은 이란의 체크인 시스템은 거의 동일하다. 서류를 작성하고 여권을 맡기고 돈은 체크아웃시 내고 여권을 돌려받는다). 호텔은 호텔인지 냉장고와 수건, 세면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숙소 옆으로 바로 바자르(bazaar 시장)가 있다. 이란의 설날인 노루즈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끝이 안 보이는 바자르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검은색 일색의 차도르를 두르긴했지만 여성들도 아주 많다. , 테헤란 여성들은 이에 비하면 무척이나 개방적이었구나. 내가 소도시로 온 것이 실감난다. 그러나 저러나 여기서 마누라 잃어버리면 뒷모습이래야 다들 시꺼멓게 똑같아서 어떻게 찾지? 김원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뒷태가 다 다르잖아. 남자들이란. -_-;

 

<카샨 바자르 속으로!>

 

이란의 물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엄청난 종류를 구비한 일명 달달이(Sweets) 가게에 들어가 한 봉다리 빵과 쿠키를 골라 담으니 400, 커다란 물 한 통에 250, 웬만한 과일도 1Kg 정도에 1000원이면 살 수 있다. 대중교통비는 또 얼마나 저렴한가.

하지만 그에 비해 대절택시비는 매우 비싸고 숙박비도 현지의 다른 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그러므로 지갑은 좀 얇아도 시간 많고 체력 좋은 여행자가 땅덩어리 넓은 이란을 여행한다면 루트를 짤 때 밤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두통으로 고생한 김원장을 위한 저녁 메뉴는 육개장. 김원장이 입천장이 홀라당 데일만큼 뜨거운 육개장에 밥을 말아 먹으며 한 마디 한다.

 

하루 중 한식으로 이렇게 식사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한국에서도 한식으로 식사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어?”

 

내 반문에 김원장은 잠시 잊고 있던 뭔가를 되찾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외국에서의 여덟번째 밤을 맞는다. 시장통 바깥은 여전히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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