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싱/타레싱에서 자기>

 

Tarashing 혹은 Tareshing이라 표기하는, 낭가파르밧 루팔 트레킹의 출발지점이 되는 마을, 타라싱에는 Hotel Nanga Parbat이라는 숙소가 있다. 주변 식별이 거의 불가능한 늦은 밤에 도착하고, 트레킹을 끝낸 뒤에는 또한 당일로 길기트로 이동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알 순 없지만, 타라싱에선 거의 독점을 하고 있는 숙소인 것 같다. 숙소는 그런 장점을 십분 살려 -_-; 좋지 않은 방을 비싸게 받고 있다.  

 

 

방은 전망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데, 우리 방의 경우 일단 1층이었기 때문에 2층보다는 저렴하다고 한다. 그나마 화장실이 딸린 좋은 방이라고는 하나, 방에 전기도 전혀 안 들어오고 화장실에선 얼음장 같이 찬물을, 그것도 줄줄 새는 바가지로 열심히 퍼다 써야했다. 이런 방을 자그마치 850루피를 부르더니 황당해 하는 우리 표정을 읽고 얼른 600루피(우리 돈 만 원 가량)로 내리며 많이 깎아주었다고 생색을 내는 주인 아저씨. 이에 대해 김원장 욜라 투덜거리다. 이 가격의 반 정도 밖에 안 지불하고 묵은 파수의 숙소가 이 곳보다 배 이상 좋다. -_-;

 

게다가 결정적으로 안타까왔던 사실 하나는, 이 곳에서 자고 난 뒤 엄청난 흡혈충의 공격에 시달렸다는 것. 주인 아저씨는 이에 대해서도 극구 부인하며 밖에서 물려온 개미의 흔적일 것이라고 둘러댔으나.. 내가 그간 벼룩이나 빈대에 당해본 것도 한 두번이었어야지.. 괜시리 핑계만 대고 발전하려는 노력이 안 보여서 또 한 번 실망. 웬만하면 얼른 다른 분이 타라싱에 숙소를 하나 더 세우셨으면 하는 바람. 물론 그러기엔 너무 여행객이 없어 수지가 안 맞겠지만 -_-; 

 

<타라싱에서 먹기>

 

숙소에서 아주 간단한 음식들이 제공 가능하다. 밀크티까지는 따뜻하게 마셨으나 파라타는 좀 차가왔다. 만들어 둔 지 좀 되었나보다.

 

 

<베이스캠프에서 먹기>

 

한국을 뜨기 전, 이지밥 http://easybab.co.kr/cart/ 에 들러 이것저것 쇼핑을 했다. 무게가 가벼운 것을 골라 구입하고 배낭에 구겨 넣기 위해 완전 분해, 재조합 해야 했다는 ^^;

 

 

조미료맛스러운 것이 좀 나긴 한다만.. 나름 시원한 김치 국밥.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는 블럭으로 되어 있는데 묽게 끓이면 국이 되고 됨직하게 끓이면 찌개가 되는 시스템이다. 김치국밥도 있어서였는지 김치찌개의 희소성이 떨어진터라 된장찌개가 더 맛이 괜찮았던 것 같다. 하긴 파키스탄에서 먹는 된장찌개가 맛 없기도 무척이나 힘들 듯.

 

 

 

 

비빔밥 삼형제. 김치/야채/쇠고기... 이름은 다 다른데 맛은 어찌 비슷비슷하다는. 개인적으로는 이 삼형제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고산지대임을 무시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왕성한 식욕으로 이들 비빔밥을 먹어치운 내게, 엄청난 소화불량으로 답해 준 아이들이기 때문(이상하게 같이 먹은 김원장은 괜찮았는데 왜 나만! Why me!).

 

하지만 어쨌거나 국도 들어있고 참기름도 들어있고 숟가락도 들어있어 완벽한 세트인데다가 무엇보다도 찬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 기특하고, 막상 조리(?) 중에는 편리하게 잘 만들어진 구조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얘네를 먹을 때마다 "참 좋은 세상이야~" 몇 번이나 감탄을 했다는.

 

 

의외의 선물. 기대를 안 하고 가져갔는데 진짜 맛있게 먹었다. 하나쯤 더 가져갈 것을 그랬나?

 

 

무슨 곰 발바닥 같은 내 손과 함께 나온 대용량의 진라면 스프. (밝혀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구입처는 http://cafe.daum.net/fkaustmvmvka 요기다. 판매자분이 에브리데이 판매하시는 것 같진 않지만.

 

<낭가파르밧 루팔 트레킹 하기>

 

www.expeterra.com

 

지도의 점선을 보면 낭가파르밧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중 유명한 것은 북쪽의 Tato에서 남쪽의 페어리 메도우(Fairy Meadow) 방향으로 가는 루트로 일명 페어리 메도우 트레킹과, 남쪽의 Tarashing에서 서쪽의 Rupal을 경유하여 Mazeno Basecamp 방향으로 가는 루트, 일명 루팔 트레킹이 있다. 우리가 한 루팔 트레킹의 루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타라싱 2911m - 루팔 -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Herrligkoffer BC) 3550m - 라토바(Latobah) 3530m - 샤이기리(Shaigiri) 3655m - 마제노 베이스캠프(Mazeno BC) - ...

 

순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당일치기 트레킹이라 하면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나 라토바까지를 찍고 돌아오는 일정을 말하고, 1박 2일 낭가파르밧 루팔 트레킹이라 하면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나 라토바에서 1박을 하는 일정을 말한다(우리의 경우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에서 1박을 했는데 타라싱에서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까지는 아무리 천천히 가도 10km 편도 5시간이면 도착한다).

 

기타 관련 사항에 대하여 장황하게 쓰는 것 보다는 보노소년님(http://blog.naver.com/mufflie)께서 여행을 떠나시기 전에 나와 주고 받은 메일 내용(Q&A로 이루어져 있다)을 첨부하는 게 차라리 나을 듯(보노소년님께서는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에서 1박, 라토바에서 1박, 총 2박 3일을 하셨다. 오히려 이젠 보노소년님께 낭가파르밧에 대해 여쭤 봐야 한다오~ ^^ ) 너무 귀찮아하는 티가 나나? -_-;

 

Q 네팔과 달리 파키스탄은 야영장비와 취사도구를 들고 트레킹한다고 하는데.. 저는 텐트나 침낭들을 들고 가진 않을 생각입니다. 길깃에 있는 트레킹 에이전시들에게 의뢰하면 대여가 가능한지요? 아니면 그 동네에 있는 포터나 가이드를 채용하면 텐트나 주방기구들을 같이 빌릴수 있는건가요? 요리사는 따로 채용을 해야하는 건지요?


A 파키스탄 북부 어디를 가시던 길깃에 있는 여행사들에게서 모두 대여가 가능합니다. 요리사도 따로 채용을 하라고 합니다. 또한 각 현지에서도 빌릴 수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네팔과는 달리 파키스탄에선 많은 트레커들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만나면 정말 반갑습니다. ^^ 


Q 루팔베이스를 1박2일만에 다녀오셨다고 했는데.. 거긴 5일 정도의 코스로 압니다만 그렇게 빨리 다녀올 수 있는 곳인지요? 길깃에서 간다면 길깃-아스토르-타라싱으로 지프를 대절해서 가야하는 것인지요?
질문이 겹치는 것 같은데.. 타라싱에 있는 <낭가파르밧 호텔>에서 포터와 가이드를 고용한다면 텐트와 침낭, 요리도구들을 같이 빌려주는지요?

 

A 말씀처럼 론리에서는 5일 코스로 소개합니다. 다만 루팔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 물어보니 베이스캠프와 latobah까지는 view가 좋으나 마지막 터닝 지점인 shaigiri는 그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베이스캠프에서 1박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신다면 베이스캠프는 물론 latobah까지 당일치기 왕복도 가능(?)한 코스입니다(저희와 같은 날 출발한 외국인 4명은 모두 latobah까지 당일치기로 다녀 갔습니다).  

 

길깃에서 간다면 말씀처럼 아스토르-타라싱으로 지프를 대절해서 가시면 편합니다. 아스토르까지는 대중 교통편이 있습니다만, 타라싱으로 들어가시려면 어차피 지프를 대절하셔야 할 겁니다. 길깃에서 타라싱까지의 지프 한 대 편도 가격은 현재 3,000 루피 정도 합니다(동행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면 1/n 가능합니다. 마디나 게스트 하우스 등에서 알아보셔요). 반대로 타라싱에서 길깃까지는 편도 5,000루피를 부릅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길깃에서는 노는 지프가 많기 때문이라네요.

 

낭가파르밧 호텔(호텔이라 하기엔 좀 ^^;)에서 모두 빌릴 수 있습니다(주인인 Kosar왈, all equipment available이랍니다. 자기 좀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잘 됐네요). 저희의 경우에는 스카르두에서 빌린 텐트와 매트리스를 사용했지만, 결국 가이드와 포터 몫의 텐트, 요리도구 등은 타라싱 현지에서 알아서 챙겨 가지고 가더군요.  

 

길깃에서 arrange를 하시면 마음은 편하실 수 있지만 이동 기간 내내 각종 장비 렌트비와 가이드/포터의 숙식비 또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arrange 하시는 것에 비해 실제적으로 경비 지출이 큽니다. 만약 루팔을 하실 생각이라면, 길깃에서는 지프 왕복(타라싱에서 체류를 하게 될 경우 추가 비용이 있습니다)을 저렴하게 구하시고, 먹거리 쇼핑 정도만 하신 뒤, 타라싱에서 낭가파르밧 호텔을 끼고 나머지를 저렴하게 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혹 낭가파르밧 호텔에서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다른 여행자를 만나시면 가이드 비용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루팔은 가이드를 꼭 고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명 폴리스 노트에 가이드 이름을 기재하고 트레킹을 떠나야 합니다). 

 

루트 자체는 평탄하고 라카포시보다 길 찾기 훨씬 쉽다. 그래서 사실 가이드의 역할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게 의무 사항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저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저희 부부만 1박 2일 일정으로 올라갔는데, 베이스캠프까지는 편도 2 1/2 stage로 칩니다. 한 스테이지당 25 Kg까지 질 수 있는 포터 가격이 280 루피입니다. 저희는 저희 부부 짐 말고 가이드의 짐(가이드용 텐트)까지 25 Kg가 살짝 넘는 관계로 포터 대신 50 Kg를 지는 당나귀를 한 마리 고용했습니다(포터 두 명 분 지불). 왕복 5 스테이지라 하여 280 X 2 (당나귀) X 5 (스테이지) = 2,800루피에 가이드는 day로 계산하여 하루에 1,000루피 X (1박) 2일 = 2,000루피, 총 4,800루피가 들었습니다. 이 가격은 가이드의 식량까지 모두 포함한 가격입니다(저희는 인스턴트 식품이 많아 따로 식량 구매비가 안 들었습니다. 길깃에서 알아보니 포터와 가이드 식대도 상당했습니다). 당나귀는 포터 두 명 분의 짐을 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당나귀를 부리는 사람이 하나 따라오기 때문에 여차하면 그 분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일정(베이스캠프에서의 1박 2일)에 추가하여 남는 시간 동안 latobah를 가이드와 다녀오는 경우에는 가이드에게 1,000루피를 더 지불하기로 합의했었다.

 
Q 루팔을 갈까말까 고민인데요. 루팔쪽 경관이 궁금합니다. 루팔이 라카포쉬나 페어리메도우와 다른 매력은 어떤 것들이 있던가요?

 

A 라카포시는 라카포시를 보러 가는 것이지만, 루팔과 페어리매도우는 각각 낭가파르밧의 남면과 북면을 보러 가는 셈이 됩니다. 길깃에서 스카르두로 가면서 북면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라카포시와 루팔만 했습니다(워낙은 페어리매도우도 갈 생각이었지만 이런 저런 트레킹을 몇 번하니까 나중엔 별로 흥미가 안 생기더군요 ^^;).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루팔이 훨씬 좋았습니다. 같은 5시간을 목적지를 향해 걸어도 라카포시는 경사가 심한 구간이 두 세 구간 있어 그 과정이 매우 힘이 듭니다(물론 개인차가 있습니다. 제 신랑은 둘 다 좋았답니다). 반면 루팔은 가는 길이 매우 편안합니다(라카포시를 당일치기로 하고 너무 힘들어서 이번엔 1박을 하겠다는 생각에 여유로이 가기도 했지만 라카포시와 같은 경사는 없습니다). 그리고도 장엄한 낭가파르밧의 발(?)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루팔은 라카포시에 비해 이래저래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_-; 라카포시는 가이드가 필수 사항도 아니고 중간 지점인 하파쿤과 베이스 캠프 모두에 트레커용 텐트가 있습니다(짐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비용 문제만 제외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라카포시의 빙하보다 루팔의 경관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각 베이스캠프에서의 숙박을 강추 드립니다.  

 

현재 타라싱에서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까지는 완전 100% 수작업으로 지프가 달릴만한 길을 세월아 네월아~ 닦고 있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대략 2년 반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그렇담 2009년부터는 지프를 타고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인데... 오마이갓! 가실 분들은 꼭 그 전에 가시라!

 

<베이스캠프에서 자기>

 

보시는 바와 같이 이 곳에는 숙박용 상설(정확히 말하자면 여름철) 텐트가 없다(Vs 라카포시의 경우, 중간 지점인 하파쿤과 베이스캠프 모두에 숙박용 상설 텐트, 일명 호텔 -_-; 이 있다). 그래서 텐트를 직접 쳐야 한다(물론 가이드랑 포터가 설치해 줬지만).
 

 

 

뿐만 아니라 당연 화장실도 없다. 볼일을 위해 김원장이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나고 있다. 고백하건데 저 왼쪽의 큰 바위는 내 전용이었다. -_-;

  

 

텐트 안의 김원장. 나의 오천원 짜리 고무줄 치마가 김원장 베개로 대변신 ^^;

 

빌려온 매트리스를 깔고 폴라텍을 입고 가져온 침낭에 들어가서 잤는데, 생각보다 잘 잤다(이 뛰어난 적응력 ^^). 텐트 밖에 방목 중이던 커다란 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이 놈이 가끔 콧김을 내뿜으며 텐트 가까이에서 씩씩거리곤 해서 처음엔 좀 무서웠다(자는 동안 텐트를 들이 받을까봐 -_-;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황당한가!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에서 자던 두 명의 한국인, 방목 중인 소에 깔려 치명상을 입다!). 뿐인가, 가이드와 포터의 텐트는 30m쯤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는데, 귀를 쫑긋 세워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평소 실력으론 우리가 잠든 새 루팔이나 타라싱까지 가서 편히 자고 내일 새벽, 우리가 일어나기 전에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누워서 가이드와 포터가 우릴 두고 가버리면 단 둘이 무서워서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낼까..하는 대화도 나누며 히히덕거렸다.  

 

여름철이었으니까 잘 자지 않았을까.. 날이 좀 더 춥다면 아무래도 보온에 관해 철저히 준비하고 트레킹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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