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포시 베이스캠프 트레킹>

 

다시 간다면, 베이스캠프에서 하루 자고 내려오는 1박 2일 코스를 할 것이다. 단, 내가 그 마지막 10분을 걷는데 성공하여 베이스캠프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_-; 가이드 고용에 대해서는 있으면 좋다,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끼리만 간다면, 기왕이면 일찍, 해 뜰 때쯤 출발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방목을 하기 위해 줄줄이(아주 많진 않지만) 올라가는 현지인들과 만날 수 있다(그들의 생체 리듬을 따르라). 

 

우리나라 배낭여행자들 대부분이 (저렴한) 당일치기를 택한다. 우리 체력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형편없는 체력도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당일치기를 하면 다음 날 일정이 일그러질 염려가 있다(나의 경우, 하산을 마치니 엄청 노곤한 것이 마치 온 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더라). 게다가 마음도 급해져서 아름다운 경관을 편히 누리며 즐기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트레킹철에는 하파쿤에도, 베이스캠프에도 그들이 호텔이라고 부르는, 숙박용 텐트가 있다. 하파쿤의 그린 가든 호텔은 루트상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하파쿤 약간 못 미쳐 텐트에서 높이 꽂아둔 깃발이 보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두 곳 모두에서 초간단 식사와 물을 구할 수 있다. 미나핀 마을의 디란게스트하우스에서 판매하는 물 큰 한 병이 30루피라면, 베이스캠프에서는 60루피를 받는다. 올라갈 때를 생각해보면 나라면 600루피에 판매할 것 같다. -_-;

 

올라갈 때 숙소에서 밥을 해 먹고 500ml짜리 작은 물을 3통 사가지고 갔는데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두 통 반을 마셨다(물론 중간 중간 가져간 체리도 먹고, 사과도 3개나 나눠 먹었다). 물이 거의 떨어진 탓에 김원장이 베이스캠프에서 큰 물통을 하나 더 샀다. 이 물은 내려오면서(너무 더웠다) 거의 다 먹었다. 숙소 식당에 부탁해 짜파티하고 삶은 달걀도 가져 갔는데, 짜파티에는 우리가 따로 잼까지 듬뿍 발라두었지만 (그래도 짜파티는 퍽퍽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끝까지 손이 안 갔다. 삶은 달걀은 위에서 두 개 먹고, 나머지 4개는 모두 내려와 침대 위에서 먹었다. 대신 초코바는 하나씩 참 맛있게 잘 먹었다. 역시 행동식.  

 

캠핑에 필요한 모든 것을 디란 게스트하우스에서 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어차피 중간 중간 텐트가 있다고 해서 그럼 힘들게 짐 가지고 올라가거나 돈 들게 포터를 구하지 말고 -_-; 여차하면 그 곳에서 먹고 자고 하자, 했었다. 그럼 스틱이나 빌려서 가자, 했는데 소문과는 달리 스틱다운 스틱이 없었다. 우리 둘을 위해 두 쌍(총 4개)의 스틱이 필요했지만 거의 스키 폴대스러운 스틱을 하나 겨우 빌리는데 만족해야했다.

 

숙소 직원 : 그냥 가. 하나도 안 어려워. 너희는 나이도 어린데 이런 것 필요없어.

김원장 : 안 돼. 나 마흔살이야. 무릎에 문제도 있고.

숙소 직원 : 뭐? 마흔살? 진짜?

 

트레킹을 마친 뒤, 본인의 스틱을 빌려준 이 친절한 직원을 찾아 스틱과 함께 50루피를 살짝 손에 쥐어줬다(라카포시 베이스캠프 트레킹이 하나도 안 어렵다는 그의 말에 괘씸죄가 가해져 처음 생각보다 액수가 줄었다나 뭐라나 -_-;). 큰 돈도 아닌데 너무 기뻐하더라는 ^^;

 

믿거나 말거나 숙소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왕복 21 km의 거리라고 한다. 총 11시간의 우스운 -_-; 성적으로 주파했다. 당근 오가는 길에는 화장실 없다.

 

<미나핀의 디란 게스트하우스 방명록에 있는 트레킹 지도>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대략 하나로 이어본 3장의 지도(글씨체로 보아 여성분 같은데 진짜 잘 그렸다. 이후 몇 트레커가 가감첨삭한 흔적이 보인다).

 

 

다시 다른 분이 또 그린 지도 하나를 더 찍은 뒤, 모두 사진기에 저장하여 출발!

 

 

요즘도 김원장은 종종 말한다.

 

"라카포시, 다시 한 번 가야지!"

 

내가 자신있게 -_-; 답한다.

 

"파키스탄은 다시 가도, 라카포시는 절대 다시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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