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기트에서 스카르두 가기>

 

고등학교때 지리는 아예 안 배웠던 것 같다. 1학년때는 그나마 과목 편성이라도 되어 있었는데 지리 선생님께선 내놓고 지리 대신 국영수 공부를 하라 하셨다.

 

지리 시간이 있었건 없었건 어쨌거나 인더스강은 꽤나 유명한 강이니까 대략 한 번 이상은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출처 http://encarta.msn.com/map_701513329/Indus.html>

 

저 노란색이 바로 인더스강의 길고 긴 발자국이다. 예상과는 달리 발음이 비슷한 인디아를 현재 안 지나가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고 보니 인더스강의 저 시작점이 왠지 낯설지 않다.

 

그렇다. 바로 카일라스, 그 곳의 북면이 이 장장한 인더스가 발원하는 곳이다 (http://blog.daum.net/worldtravel/408515). 이럴 때 감개무량하다는 단어를 쓰면 너무 오바하는 것처럼 보일라나? 그런데 진짜 감회가 남다르다. 티베트의 카일라스에서 시작되어, 지금 이 곳 파키스탄을 지나 인도 뭄바이에서 배타고 놀았던 아라비안해로 흘러 들어가는 인더스강이라니.

 

길기트에서 스카르두를 가는 길, 바로 그 인더스와 손잡고 올라가는 길이다.

 

 

우리 둘을 위해 세 좌석을 구입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가는 길이 험난한 것은 사실이다. 작은 미니 버스(봉고 스타일)의 한 열에 4인씩 앉도록 되어있지만, 사실 3명이 앉아야 하는 자리다(덕분에 김원장은 불편한 좌석에 어설프게 엉덩이를 걸쳐야 했고, 대신 우리와 같은 줄에 앉은 한 분이 약간의 혜택을 누렸다). 운전사 바로 뒷 열, 즉 뒷 칸의 맨 앞 줄에는 여인들로만 4명이 앉았는데 - 파키스탄은 내내 이런 식이다. 스즈끼에서도 내가 뒤에 타면 내 옆엔 아무도 안 앉는다. 차라리 매달려 가는 것을 택하는 그들이다. 그래서 피해를 덜 주려면 최대한 구석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깥쪽으로 김원장을 앉히면 그 때는 모두들 안정을 되찾는다. ^^; 그리고 아~주 가끔 이렇게 여인들이 차에 탈 일이 생기면, 여인들을 전부 한 줄로 세팅해 앉힌다 - 다들 멀미가 심해 정신을 놓았다. 창문을 열고 목하 아침 식사 확인 중이다. 그 중 한 여인은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안고 탔는데 애도 팽개치고 나 죽었소~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 바로 뒷 줄의 아저씨도 마찬가지고. 나는 워낙에 멀미를 안하는 편이라 이런 경우 항상 김원장이 창측에 앉아 다녔는데, 파키스탄에서는 짤없다. 내가 창측에 앉고 김원장이 나를 막아줘야 김원장 옆에 앉은 파키스탄 남성이 편한 마음으로 앉아 가실테니까.  

 

 

복마니님 표현을 빌리자면 길기트와 스카르두를 잇는 이 길이, 좌우로 꼬불꼬불할 뿐만 아니라, 위아래로도 심히 덜커덩거리는 길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나는 충분히 견딜만한 길이다. 게다가 론리 플래닛에서 heart-stopping views가 펼쳐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길은 진짜 멋지구리하다. 문제는 너무나도 차가 덜커덩거리는 통에 사진 찍기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이럴 때 나보다 사진 찍는 기술이 좋은 김원장이 멀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날씨가 좋아서 낭가파르밧 북면도 구경했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 길을 어찌 사람의 힘으로 냈을고... 진짜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길을 따라 6시간 남짓 달려야 스카르두에 도착한다. 가는 길 중간 중간, TV에서나 보듯 외줄과 도르레에 몸을 맡기고 공중으로 전신을 날려 인더스강을 건너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저 코딱지만한 밭에 매달려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니. 

 

달린지 3시간쯤 지나서, 점심도 할 겸 식당에 잠시 정차한다. 3시간 동안 한껏 흔들린 세반고리관에게 정신을 되찾을 시간을 주고 있는 김원장이 보인다.

 

 

당연 인더스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도 건너게 된다. 한 번에 한 대만 건너갈 수 있는 다리. 그래서 줄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다리.

 

이 다리를 건너니 Welcome to Shangrila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도 또 샹그릴라란 말이냐..(사실 이 근처에 스카르두 근교 관광지로 유명한 Kachura 호수가 있는데 그 곳에 있는 고급 리조트 이름이 샹그릴라다) 대체 그 놈의 샹그릴라가 바로 여기라고 누가 콕! 집어 알려줬으면 좋겠다.

 

 

경사도 그리 심해보이지 않는데 인더스강이 빠르게 흘러간다. 또 다시 래프팅 생각이 난다. 상품화만 잘하면 네팔 이상으로 짭짤할 것 같은데... -_-; 인더스강, 이라 입으로 발음해 봤을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천천히, 도도히, 유유하게 흘러가는 모습은 하류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련가. 이 곳은 진짜 딱 래프팅하기 좋은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저런 색의 물에서 견지 낚시를 하는 풍경은 썩 그럴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자칫 발이라도 헛디디는 날이면.. 으~ 끔찍해. 

 

 

아침 7시 15분 reporting time에 일단 길기트 사무실 앞에 모여 버스에 타고 7시 30분에 출발, 그러나 우선 길기트 시내를 한 바퀴 돌아 픽업할 승객들 픽업 다하고 메인 터미널에 도착, 다시 다른 차로 갈아타고(지정 좌석제. 예매시 좌석 지정 가능) 8시에야 정식으로 스카르두를 향해 출발, 중간에 기름 넣고 30분 가량 점심시간 갖고 4번 정도 검문하고(외국인인 우리만 형식적으로 검사) 마침내 오후 2시 30분, 스카르두 도착! 헉헉헉.

 

스카르두의 하차 지점은 폴로 경기장 근처 Hilton International Hotel 앞이다. 역시나 우리가 익히 들어본 적이 있는 Hilton과는 전혀 상관 없는 곳이다.

 

<출처 http://encarta.msn.com/encnet/features/mapcenter/map.aspx?refid=701513547>

 

스카르두는 보는 것처럼 K2를 갈 때 꼭 거쳐야하는 중간 거점 도시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등반대들이 오락가락 하는 곳(이슬라마바드에서 길기트를 거쳐 오는 육로의 길이 매우 멀고도 험하므로 그들은 종종 비행기를 이용하여 스카르두에 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곳치고는 매우 휑~하다. 

 

워낙 K2 트레킹을 간단하게나마 하려고 했었는데, 그러려면 스카르두에서도 차를 한참 빌려 타고 Hushe까지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일정표를 이리저리 짜맞춰봐도 K2 트레킹까지 하면 이후 일정이 너무 빡빡해진다. 한참 고민하다 과감하게 빼버리기로 한다. 그래, 그냥 데오사이(Deosai plains) 횡단만 하자!

 

카리마바드에서 만난 현지인 관광객들이 그랬다.

 

"외국인들은 왜 카리마바드가 좋다고 하는 걸까요? 우리가 보기엔 데오사이가 훨씬 더 좋은데..."

"데오사이는 진짜 아름다워요. 최고여요!"

 

 

파키스탄 호텔들 이름에는 산 이름이 참 많이 차용된다. 우리가 미나핀에서 묵은 디란 게스트하우스의 디란도 그 동네 봉 이름이 아니던가. 스카르두도 예외는 아니다(물론 사진상엔 '인더스 모텔'과 '스카르두 인'만 보인다만 -_-;). 하물며 스카르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K2의 도시! (K2 작명 자체가 심플하니 마음에 든다. 카라코람 Karakoram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No. 2이란 뜻이니)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K2 혼자만 덩그러니 높은 건 아니다. 고만고만한 것들이 - 8,000m급이니 사실 고만고만한 건 아니지만, 걔들 기준으론 - 근처에 바글바글 모여있다. 가셔브럼, 마셔브럼도 그런 것들 중 하나다. 

 

 

이쯤에서 밝히는 웃지 못할 이야기 하나.

 

길기트 Madina GH에서 방명록을 읽다가 스카르두의 가셔브럼 호텔을 추천하는 글을 읽었다. 마침 기록해둘만한 것을 가져오지 않아서 대충 머릿속에 기억해 두기로 했다. 스카르두 시내 초입에 들어서는데 보기에도 그럴싸한 으리으리 버전의 호텔이 오른쪽에 있더라. 그 호텔 이름은 마셔브럼.

 

"추천하던 호텔 이름이 가셔브럼 아니었어?"

"글쎄, 그런 비슷한 이름이었는데.."

"저건가봐. 마셔브럼"

 

우리는 마셔브럼을 찾아갔고, 이 호텔 방이 참 맘에 들었다. 그런데 가격을 물어보니 깎은 가격으로도 자그마치 1,400루피라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추천 받은 이유가 있겠지, 게다가 비싼만큼 과연 지금껏 묵어왔던 파키스탄의 다른 숙소에 비하면 수준이 최고라 할 만 했다. 그래서 기꺼이 묵기로 했다.

 

짐을 풀고 스카르두 시내를 놀러 나갔다. 근데.. 다소 우울해보이는 시내 한 가운데 가셔브럼 호텔이 떡하니, 서 있는 것이다. 그제서야 가셔브럼과 마셔브럼이 각자 다른 개체였다는 걸 깨닫게 된 셈. ㅋ

 

 

<스카르두에서 먹기>

 

 

혹시나하여 통통하고 쫄깃한 찰기가 넘치는 우리의 쌀을 사러 갔다만 역시나 풀풀 날리는 이 동네 쌀만 팔더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관계로 개중 가장 상품이라는 쌀 반 Kg과 1회용 샴푸 4개를 샀다(전부해서 30루피 받았다. 이 동네 쌀은 참 싸다)

 

길기트에서도 재미를 본 Askari Bakery가 스카르두에도 있다. Kazmi Bazaar Rd를 따라 폴로 경기장을 지나 동쪽을 향해 걷다보면 오른편에 위치한다. 내일은 데오사이 평원에서 묵을 예정이므로 먹거리를 든든히 준비해 놓아야 한다. 바쁘다 바빠.

 

 

 

지금 봐도 뿌듯한 Walnut cake. 단 돈 72루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닭똥이 군데군데 묻은 채 팔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따끈따끈한 달걀들이 잔뜩 쌓인 한 가게에 들렀다. 저것들 몇 개를 잘 삶아서 가져가면 내일 출출할 때 훌륭한 간식이 될테니까.

 

"달걀 어떻게 해요?"

"35루피여요"

"한 개에요?" 헉, 제법 비싸다.

"아뇨, 12개(dozen)에요" 크으~ 그럼 그렇지.

"반만 살 수 있을까요?"

"그럼요. 18루피만 내세요"

 

<스카르두에서 자기>

 

앞서 밝혔듯 마셔브럼 호텔(Hotel Mashabrum)에서 잤다(지도상엔 Masher-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곳 사람들은 Masha-라고 쓴다).

 

주소 : College Rd, Skardu(역시나 이게 주소 전부다)

전화 : 92-5831-50395, 50396 (fax 50397)

E-mail : hotelmashabrum@yahoo.com

             hotelmashabrum@hotmail.com

길기트 사무실 전화 : 92-5811-53095

 

스카르두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고급 호텔로 사료된다.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view가 아주 멋진, 그리고 정전이 일어나는 간격도 가장 멀던 트윈룸이 1박 1,400루피(우리 돈 22,000원 정도/본래 가격은 1,850루피)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은 좀 비쌀지언정 직원들의 서비스는 나름 신속하고 친절함은 여전하다. Amir, Mnzoor, Kamal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나중에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에서 영국애를 하나 만났는데 서로 지나온 여정을 이야기하다가 스카르두 이야기가 나왔다(길기트에서 스카르두로 빠지는 여행자라면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해서 데오사이를 지나 결국 낭가파르밧에서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잦은 검문 때마다 방명록에 국적과 이름 등을 쓰다보니 여행자가 별로 없는 지역에서는 통성명도 하기 전에 미리 상대방의 국적을 알고 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너희는 스카르두 어디에서 묵었어?"

"마셔브럼 호텔"

"Wow, luxury, luxury!"

 

그렇다. 대략 그런 곳이다. 적어도 파키스탄에선 ^^

 

 

 

 

내일 새벽에 발코니에서 해뜨는 것도 바라볼 수 있을까? 그 광경 또한 뺨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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