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퍼질러 자느라 일출은 보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남들은 여행 나오면 마음도 설레고 잠자리도 바뀌고 해서 종종 잠을 설치고 그런다던데 저는 너무 먹고 너무 자서 문제군요 -_-;

 

오늘은 대망의 데오사이 평원에서 캠핑을 하기로 날입니다. 김치 블록 넣어 국물 ~인하게 김치찌개를 끓이고 어제 파키스탄 쌀로 밥을 지어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합니다. 김도 터서 점심 도시락까지 미리 싸두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스카르두를 떠나기 전에 물이나 미처 준비한 에프킬라 같은 스프레이 타입의 모기약을 사기 위해 김원장이 우리가 빌린 4 구동 지프의 주인 운전사 아저씨와 함께 수퍼에 갔습니다. 혼자 안에 남아 밖을 쳐다보니 아침인데도 양들은 햇볕이 싫은지 그늘을 찾아 머리를 처박네요. 아닌게 아니라 살갗에 와닿는 공기는 아직 차가운데도 햇살은 눈을 제대로 뜰만큼 몹시 눈부십니다. 밤에 얼마나 기온이 떨어질지 걱정되긴 하지만, 어쨌든 아침부터 이렇게 , 하다니 데오사이 구경하기에는 좋은 날임이 틀림없겠죠?

 

 

지나가는 스카르두 남정네들이 안에 숨어있는 저를 발견하곤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사실 스카르두는 파키스탄 남부와 북부를 잇는 메인 도로라 있는 KKH 상당히 떨어져 있는지라 그만큼 보수적인 도시라고 합니다. 말을 듣고 스카르두를 가기 전에 파키스탄 여성들처럼 머리에 두를만한 뭔가라도 준비해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결국 머리로 스카르두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구경을 좋아하는 저라고 해도 섣불리 차에서 내려 거리를 걸어 다니기가 망설여지더군요. 아니면 벌써 김원장을 따라갔을텐데요. , 김원장이 돌아옵니다.

 

차는 드디어 스카르두를 벗어나 데오사이 평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스카르두도 해발 2,290m 위치한 만만치 않은 도시지만, 데오사이는 무려 4,000m급이기 때문에 길은 계속 오르막길입니다.

 

 

오르막 초입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빠라 호수(Satpara lake) 있습니다. 무지개 송어가 득시글하다는데 다들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진 않더군요. 현재 곳에 댐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난리에 숨어버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언제 다시 곳을 찾게 될지 모르지만, 때는 이런 모습을 다시는 없으리라 생각하니 남의 나라 일인데도 한편으로는 화가 나더군요 ^^;

 

, 무지개 송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바람 하나가 뉴질랜드에서 캠퍼밴(Camper Van) 빌려 타고 일주일쯤 무지개 송어 낚시하러 댕기는 건데요, 김원장 ,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할아버지 되면 때나 간다네요. -_-; 어쨌거나 머릿속에 피어 오르는 이런 저런 꿈은 사파라 호수 공사로 인한 먼지 때문에 더욱 뿌얘집니다.

 

근처의 체크 포인트를 하나 지나, 차는 본격적인 급경사 오르막길로 접어듭니다. 대관령 고개마냥 좁은 S 모양으로 계속 꾸불거리며 올라가게끔 만든 비포장 도로를 우리의 4 구동 지프, 커다란 엔진 소리를 쿨럭거리며 열심히 올라갑니다. 그런데 체크 포인트에서 외국인인 우리가 시간을 지체하는 동안 우리와 인사 나누고는 추월해 앞에서 달리던 학생들의 MT 트럭은 4 구동이 아닌지라 오르막길에서 안타까운 헛바퀴질만 하고 있네요. 결국 짐칸에 학생들이 모두 내려 번이고 힘을 모아 차를 미니 때서야 털털거리며 올라갑니다.

 

 

제가 광경을 보면서 마디 합니다.

 

큭큭, 그러길래 이런 오려면 우리처럼 좋은 차를 타고 와야지~”

 

김원장이 마디로 저를 짜부쿵 시킵니다.

 

, 현대차다

 

현대에서 만든 트럭을 타고 데오사이에 놀러 학생들은 민망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먼지 투성이가 되어서도 웃으며 흔드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이따가 봐요~ 나중을 기약하고 이번엔 다시 우리 먼저 실례~

 

 

3,000m 넘으면서부터는 반팔 옷을 입고는 덜덜 떨릴 만큼 기온이 팍팍 내려갑니다. 아닌게 아니라 계곡 사이로는 녹지 않은 빙하가 곳곳에 보입니다.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바라보니 어째 추워지는 같습니다. 심히 꼬불거리는 길을 그만큼 심히 덜컹거리며 달리는 안에서 비틀거리며 주섬주섬 방풍 자켓을 꺼내 입습니다. , 이제야 낫네요.

 

 

스카르두를 떠난지 1시간 반쯤 지나자 드디어 데오사이 고원 지대가 전면으로 슬슬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 좋습니다.

 

 

Shoot only with a camera… 아이디어 반짝반짝한 말입니다. 카메라로만 쏘셔요 ^^ , 가운데 그려진 동물은 곰입니다. 스카르두에서 만난, 가이드를 자처했던 현지인 말로는 Brown bear인지 Blonde bear인지 하는 놈들이 데오사이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불곰을 말하는 걸까요?). 그러면서 본인을 고용해 데오사이에 함께 가면 우리에게 곰을 찾아 보여주겠다고 했었는데 그림을 보니 유니스라는 이름의 가이드가 생각나네요.

 

 

어설프게나마 데오사이를 함부로 지나가게 놓았습니다. 데오사이는 파키스탄의 국립공원 하나입니다(게다가 관광청 브로셔 앞 표지를 바로 이 데오사이가 장식하고 있죠 ^^). 국립공원이니까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을텐데 저런 막대기 정도는 맘만 먹으면 아무 차나 뚫고 지나갈 . -_-;

 

그럼 어찌해야 막대기가 부드럽게 들려 지나갈 있게 주느냐

 

 

그렇죠, , 맞습니다. 돈을 내야죠 ^^; 제가 방명록에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돈도 내고 그러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매표소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검문소라고 해야 하나, 뭐든 간에 가지 기능을 해내는 초소치고는 심플합니다.

 

, 하얗게 입은 남자, 김원장이 누굴 찍는지 몰랐던 남자, 바로 저희 지프 주인이자 운전사인 Sadiq입니다. 영어는 못하십니다. 그래서 저희와 수준이 맞습니다. ^^; (영어 잘하는 분을 가이드로 맞으면 경험상 종종 피곤해지더군요. ^^;) 앞으로 사진에 종종 나오실 분입니다. 미리 눈에 익혀 두시길.

 

 

 

곳에 사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곳에도 - 환경도 척박한데다 국립공원 안인데 - 사람이 살고 있더군요. 제가 아는 곳을 지나가신 한국분들은 거의 손에 꼽을 있을 정도인데, 적어도 제가 아는 분들은 모두 남성분들이십니다. 게다가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드물게 찾아오는 , 아이들 눈에 이래뵈도 -_-; 여성인 제가 무지 신기하지 않겠습니까? 저를 아주 따르더군요. 디카를 보여주면서 갖고 놀게 하니 금방 친해졌습니다.

 

모스크 보여줄까요?”

여기에도 모스크가 있어?”

, 이쪽으로 따라와 보세요

 

아이들이 보여준 모스크는 흔히 보던 모스크의 외양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냥 상자 모양의 평범한 건물 안에 아주 간단하게나마 모스크 내부처럼 꾸며놓고 기도를 드릴 있도록 해놓았더군요. 이런 외양을 떠나 이런 곳에서도 기도를 드리며 신앙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들에게 신앙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삶에서 떼어놓을 없는, 그런 상상조차 전혀 적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방목을 하면서 지냅니다. 제가 들어가 있는 화장실 창으로도 양인지 염소인지 매애애~ 울어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립니다. 다소 하이디스럽군요 ^^;

 

있는 언덕의 아래를 바라보니 돌로 두껍게 외벽을 둘러 지은 개에 엄청난 수의 양과 염소가 널려있는 ^^; 모습이 보입니다. 이 아이들이 저런 집에 살고 있었군요.

 

 

번째 지점에서 이렇게 잠시 몸을 녹이고 이제 본격적인 데오사이 고원 횡단을 시작합니다.

 

 


즈음에서 <시킴 히말라야>, <가르왈 히말라야> 등의 책을 펴내신 임현담 선생님(www.himal.pe.kr)께서 여행 김원장한테 데오사이에 관해 남겨주신 답변을 잠시 빌려보겠습니다.

데오사이가 충청도만 한데요. 평균고도 4,500미터의 고원지대입니다. 여기는 당연히 트레킹이 가능하고 추천할 만하지만 조금 막막하더군요. 말을 타고 수도 있습니다. 야영지는 4곳이며, 곳에서 2곳에서만 자신의 텐트를 있고 나머지는 기존에 설치된 시설을 이용해야 합니다. 비포장도로가 있는데요, 도로에서 60미터 이상 벗어나다가 걸리면 벌금입니다.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중략)...여름 시즌에는 충청도만한 고지에 전체가 꽃밭입니다. 죽음입니다. 문제는 모기인데요. 대비를 하셔야 되구요

임현담 선생님께서 죽음이라 표현하신 , 데오사이제가 바로 지금 그 곳을 달리고 있다는 아닙니까! 으하하~

 

 

 

 

 

, 곳에서 마멋을 만났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소리. 그러나 쉽게 기억이, 파악이 되지 않는 소리. Sadiq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오옷, 저건 바로 마멋이 아니던가! 그렇죠, 이 소리는 바로 마멋이 내는 소리였습니다. 데오사이의 마멋은 티벳에서 보던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http://blog.daum.net/worldtravel/408565). 거의 1.5~2 정도 되는 같네요. 너무 커서 마치 물개스럽다는 -_-; 이젠 마멋이 좋아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휴식지에서 1시간 남짓 달려 오늘의 야영지에 도달했습니다. 데오사이의 대표 사진을 보면 바로 지점에서 바라보는 뷰가피사체가 되지요. 그래서인지 처음 보는 곳인데도 가벼운 데자뷰에 시달립니다. 저도 그들을 흉내 내어 그들과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중국 운남성 루구호 때처럼(http://blog.daum.net/worldtravel/405278) 다리가 노후되어 따로, 사람 따로 건너야만 하는 아주 작은 다리인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생각보다 훨씬 크고 탄탄한 다리여서 저렇게 사람을 잔뜩 태우고도 지나갈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