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커덩거리는 길을 한참 달려서 그런가, 이쯤 되자 호수에서 텐트치고 불편하게 자느니 편안한 곳에 몸을 누이고 싶다는 욕구가 스물스물 피어오릅니다(저의 이 간사한 마음이란...) Sadiq에게 물어보니 데오사이는 이제 조금만 달려가면 끝난다고 하네요. 그럼 오늘, 데오사이에서 자지 말고, 그냥 내친 김에 타라싱(Tarashing)까지 가서 잘까김원장도 OK, Sadiq 곳까지운전하는데 전혀 문제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원래의 계획을 휘리릭 바꾸어 데오사이 횡단을 마칩니다.

 

그렇지만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는 있게 마련입니다. 데오사이 국립공원의 출구를 나서자 길도 많이 좋아지고 주변의 작은 마을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전신주들도 슬슬 보입니다만, 이런, 우리 자가용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됩니다. 왼쪽 바퀴에 펑크가 것이죠. 어쩐지 그렇게 상태가 좋은 길을 시간씩 달리고도 성한 용하다 했어

 

 

Sadiq 우리 도움도 사양하고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스페어 타이어와 교체를 하는 동안, 저희는 어차피 외길인 타라싱 방향을 향해 먼저 걸어가고 있기로 합니다.

 

 

 

이름 모를 마을을 지나다가 만난 현지 아이들 둘과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새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몰려오는 바람에,

 

 

결국 함께 모여 다시 사진을 찍었습니다. ^^ (여자 아이들도 있었는데 아무리 불러도 오더군요)

 

 

얼마를 걸었을까, 타이어 교체를 마친 Sadiq 우리를 따라잡았고, 다음 나오는 조금 마을에 도착해서는 원래의 타이어를 수리하여 다시 스페어 타이어와 교환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갈 길이 아직 머니까요.

 

저희는 다시 차에서 내려 마을을 걷고, 동네 사람들과 인사하고,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Sadiq 몰고 차에 올라탑니다. 올라탈 때보니 임시 방편인 스페어 타이어를 다시 제거하고 원래의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네요. , 이제 그럼 다시 타라싱을 향해 출발!

 

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이번엔 반대편인 오른쪽 바퀴에 펑크가 납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저희는 차에서 내립니다. Sadiq 전에 빼둔 스페어 타이어를 다시 꺼내어 -_-; 이번엔 오른편으로 갑니다. 에공.

 

다시 걷고, 차에 타고, 다시 바퀴를 수리할만한 곳을 찾아 지나치는 마을마다 정비소가 있는지를 묻고결국 정비소가 있다는 구다이(Gudai)마을까지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곳도 정비소라기보담은 지나온 마을들의 그것과 같이 다소 자전거포스럽습니다만 -_-;

 

벌써 오후 5, 구다이 정비소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께 여쭤봅니다.

 

여기서 고치고 출발하면 타라싱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신께서 허락하신다면(인샬라), 10시엔 도착할거요

 

 

허거덩, 그리 멀다냐. 지도상으론 그렇게까지 되어 보이는데어쨌거나 김원장과 저는 걷기로 합니다. 발짝 발짝 내디딜 때마다 제 시야를 가리는 첩첩산중 너머로 낭가파르밧 산군이 살짝살짝 감칠맛나게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흐흐흐, 낭가파르밧이 가까워지고 있구나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꽤나 한참 걸은 같은데 Sadiq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어쩌나, 귀중품만 빼놓고 나머지는 배낭채 몽땅 차에 실어 두었는데

 

혹시 우리가 걸어온 중에 갈림길 있었어?”

아니

그럼 혹시 Sadiq 우리 가지고 왔던 길로 도망간 아닐까?” -_-;

그거 팔아봐야 얼마 나오지도 않아

근데 ?”

 

해가 슬슬 저무려는 폼을 보이기 시작하자 슬슬 겁이 납니다. 곳은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곳입니다. 지금까지는 날도 밝았고 옆에 김원장도 있으니까 하나도 무서웠는데, 아니, 오히려 상쾌함을 느끼며 걸었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젠 좋은 상상만 점차 살을 불려 나갑니다. 어느새 시계는 7 30분을 가리키고 있네요.

 

도저히 되겠다. 이상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자

 

저는 계속 걷겠다는 김원장을 말려 그나마 눈에 뜨일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메고 있던 작은 배낭을 뒤지니 다행히 휴대용 미니 손전등이 잡힙니다.

 

“8시까지 기다려도 오면 아무 차나 잡아서 구다이쪽으로 되돌아가보자

 

손전등을 켜서 흔들며 여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립니다. -_-; 불빛을 멀리서라도 보고 지나가는 차가 속도를 줄이길 바래봅니다. 문제는 지나가는 차가 도무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인데... ^^; 그런데 7 50, 드디어 우리의 Sadiq 차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저는 속고만 살았나.. 의심을 했을까요..ㅋ

 

늦어서 미안해. 이것 !”

 

Sadiq 내민 것은 길이가 4cm가량 되어 보이는 대못이었습니다. 그게 우리 바퀴에 박혀 있었다고 합니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미 날이 이렇게 어두워졌는데 인제 나타나면 어째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만 의존하여, 칠흑처럼 어두운 비포장길로 다시 차는 접어듭니다. 길은 좁고 험난하고도 다시 구불거리며 오르락 내리락거리는데 왼편으로는 깊이를 짐작할 없는 계곡에서 엄청난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차라리 보이기라도 하면 무섭겠는데, 계곡을 울리는 물소리만 듣고 있으려니 , 내가 오늘 데오사이에서 잤을까, 타라싱까지 가자고 했을까, 아까 마지막으로 Sadiq 다시 만났을 보다 가까운 아스토르(Astor)까지만 가자고 말을 바꿀 것을하는 후회가 절로 듭니다. 그만큼 무섭습니다. 바퀴 하나만 절벽쪽으로 걸려도… 켁.

 

후회만 거듭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Sadiq 소리를 지릅니다.

 

왔어! 여기가 타라싱이야

 

인샬라! 하느님이 보우하사 저희가 무사히 타라싱에 도착한 것입니다. 반딧불 깜빡거리듯 군데군데 허공에 떠 있는 불빛들이 이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시계를 보니 이제 9시를 넘어가고 있네요(ㅎㅎㅎ 이게뭡니까? 10시나 되어야 도착할 거라더니 -_-;)

 

나중에 앞좌석에 앉아왔던 김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앞좌석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위험한 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김원장은 앞에서 헤드라이트로 시야가 확보되고, 본인도 운전을 아니까 마음 편히 모양인데, 운전을 못 하는 저로서는 앞도 보이고 좌우로 창도 없이 뚫린 공간으로는 오직 어둠 뿐이었으니 혼자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이번엔 괜히 화나는 있죠? 성격하고는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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