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트까지 걷기>

 

온도를 측정해보니 승객들이 꽉 찬 버스 안인데도 12도까지 내려가더군요. 새벽 5시도 안 되었는데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5시 45분에 산사태 지점을 출발했습니다. 50분 걷고 10분 쉬기를 반복해서 소스트까지 3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소스트에서의 환전>

 

환전소라고 따로 써붙여 놓은 곳이 없어서 헤매고 있는데 마침 소스트에 먼저 도착한 히로가 여기저기 다 비교해 보았는데 중국 위안화 환율을 가장 좋게 쳐주는 곳이 있다기에 따라 갔습니다(미국 달러는 또 가게마다 좀 다르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보려면 바꾸려는 화폐에 따라 발품을 파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아무런 안내판도 없는 작은 가게에 테이블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고 테이블 위에는 역시나 계산기 한 대만 달랑 있습니다. 이 가게에서 중국 1위안 = 파키스탄 7.6루피(Rp)로 환전하였습니다. 파키스탄 1루피당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6원 정도 되는 셈입니다. 그러고보니 네팔과 비슷한 것 같네요.

 

<소스트의 숙소와 식당>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해 Lonely Planet에 숙소로서 good choice, 식당으로서는 good restaurant이라 표현되어 있는 Badakhshan Hotel에 들렀습니다. 출입국 관리소 맞은 편에 있습니다.

 

묵지는 않았지만 방을 쭉 둘러보니 good choice라기엔 좀 ^^; 고로 소스트 전체 숙소의 수준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다만 나름 잘 정리된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방들의 배치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참고로 소스트 시내에서 가장 좋은 숙소는 PTDC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닥샨 옆에 있습니다.

 

식당 역시 아침 시간이어서인지 가능한 메뉴가 한정적이었습니다. 특별히 다른 식당과 맛이 다를리 없는 메뉴들 뿐이었던지라 수준을 비교하기가 어렵네요. 달걀 후라이는 15루피, 밀크티 10루피, 난 5루피였습니다.

 

 

루나와 장난이 바닥샨 레스토랑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지만, 이 식당 TV에서는 인도에서 마악~ 넘어온 Shahrukh Khan의 따끈따끈한 야한 뮤직 비디오가 아무런 제재 없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인도의 뮤직 비디오는 좀 웃긴 것이 키스신과 베드신만 없다 뿐이지, 오히려 더 야시럽습니다 *^^*). 파키스탄 총각들이 저런 비디오보면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은데요 ^^; 어쨌거나 이 때까진 분위기도 그렇고 메뉴도 그렇고 꼭 인도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소스트에서 파수 가기>

 

소스트 시내에서 수시로 남쪽을 향해 미니버스가 출발합니다. 마찬가지로 정해진 출발 시각은 없고 한 대가 다 차면 그 때서야 떠나는 시스템입니다. 소스트에서 파수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저희는 중간에 타고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였는지 40분 남짓만에 도착했습니다. 가격은 1인당 50루피였습니다.

 

<파수 숙소>

 

파수에서는 가장 popular하다고 할 수 있는 Passu Inn에 묵었습니다. 파수에서 내려주셔요, 하면 세워주는 곳이 바로 이 숙소 앞입니다. 위치적 강점만큼은 파수 그 어느 숙소에 비해서도(파수에 숙소 자체가 많지도 않지만) 최고입니다.

 

가이드북을 먼저 슬쩍 보고 방 가격이 300루피 전후인 것을 확인한 후 방을 구경했는데 숙박객이 아무도 없더군요(현재 파키스탄은 9.11 이후 엄청난 비수기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여행객이 거의 없습니다). Passu Inn에서 가장 좋은 방임이 틀림없는 2층 방을 제일 먼저 보여주고 400루피를 부르길래 350루피(우리 돈 5600원)로 깎았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난감한 표정을 하면서도 그렇게 방을 내주길래 연기하시는줄 알았는데 ^^; 알고보니 제가 가이드북을 잘못 읽었더군요. 제 가이드북에서 hot shower가 되는 방은 400-475 루피라고 되어있었는데 어디서 300이라는 숫자를 본건지, 원. -_-; 어쨌거나 덕분에 2층의 전망 좋은 9번 트윈룸에 저렴하게 묵었습니다.  

 

 

방에는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 없어 어둡지만, 대신 2층의 방 몇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루로는 창이 나 있습니다. 마루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전망은 아주 훌륭하고요. 딸린 화장실에서 hot shower가 된다고 했는데 안 나오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전기 사정 때문이라는데 전기 역시 오락가락 했습니다(나중에 알고보니 불규칙한 전기 사정은 파키스탄 전역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밤새 물을 덥힌건지 아침녘에나 잠깐 hot shower가 가능했습니다.

 

파수의 밤은 7월인데도 생각보다 추웠습니다. 저희는 폴라텍 입고 하의는 내복까지 껴입고 그것도 모자라 침낭 속에 들어가 잤네요. 

 

<파수의 식당>

 

1. Glacier Breeze Restaurant

 

Tel : +92-05822-50003 Ext 17

 

숙소에서 남쪽 방향으로 KKH를 따라 걷다가 나오는 첫번째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 언덕을 바라보면 작은 언덕 꼭대기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습니다.

 

 

파수에 이만큼 고급 레스토랑은 이 곳 이외에 없습니다. 파수 자체에 특별히 식당이란 게 따로 없기도 하지만요.

 

 

레스토랑으로 오르는 길엔 빙하의, 레스토랑 안에서는 산의 전망이 아주 훌륭합니다. 레스토랑 입구에는 인상적인 방향별 산 봉우리 안내판도 있습니다. 이 레스토랑의 전 주인이자 현재는 유럽에 계시는 삼촌이 특수 제작하여 보내주신 거라 하네요.

 

 

100% 살구 주스랍니다(70 Rp). 파키스탄에 왔으니 한 잔쯤 마셔줘야 예의인 것 같아서 ^^; 김원장은 망고 주스(50 Rp)를 시켰는데 이건 기성제품 맛이 났습니다.

 

 

Chicken Sweet & Sour입니다(밥과 함께 시킨 가격 175 Rp). 탕수육을 먹음 좋겠지만 이슬람 지역인데 돼지고기를 팔리가 없지요. 대신 비슷해 보이는 메뉴를 고른 겁니다. 하지만 막상 나온 것은 기대와는 좀 다른 음식이네요. ^^; 주인 아저씨가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저희에게 다가와 묻습니다.

 

"중국에서 오는 길이어요? 아니면 중국으로 가는 길이어요?"

"중국에서 오는 길인데요"

"이런.. 어쩌죠?"

"왜요?"

"중국에서 왔으면 이 음식이 맛이 없을 것 아니어요?" ^^;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한, 살구 케잌(45 Rp/조각)입니다. 단맛이 강하지만, 역시 오늘의 최고 메뉴군요.

 

 

 

 

 

 

메뉴를 첨부합니다. 단체 여행객이나 Full moon dinner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곳입니다. 파키스탄에서도 보기 드물게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그 밖의 경우라면 살구 케잌 정도만 추천 드리고 싶네요. 나머지 메뉴는 가격에 비해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위생 상태에 점수를 주는 분이시라면 모를까...(심정적으로는 주인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셔서 여러 메뉴를 추천하고는 싶지만...-_-;)

 

참, 이 곳에서 파수 빙하로 가는 지름길(?)이 있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친절하게 상당부분 길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물론 공짜로요 ^^ 식당에서 빙하까지는 편도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 곳 방명록에도 한글이 종종 있습니다.

 

2. Passu Inn Restaurant

 

숙소에서 잘 지내는 법 중 하나가 '숙소 식당 이용하기'죠. 안 그래도 제 실수로 방값을 깎아버린 듯 하여 찝찝하던 차에 저녁 식사로는 숙소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하긴 어두워지면 어디 다른 식당 가기도 참 곤란한 곳이 바로 파수입니다).

 

메뉴는 버스에서 헤어지고 이 숙소에서 다시 만나게 된 캐나다 커플이 강력 추천해 준 닭고기 카레(85루피)와 야채 수프(35루피), 짜파티(8루피)입니다(이 곳 역시 메뉴판에는 제법 다양한 메뉴가 있으나 정작 되는 건 몇 개 없습니다). 그 커플 말이 닭고기 카레가 아주 맛있다고 해서 시켰는데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많이 짭짤한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닭이 좀 덜 익어서 ^^;

 

야채 수프도 좀 짜네요. 대신 주문하면 바로 만드는 시스템이라 그런지 시간은 오래 걸려도 모든 음식이 따끈하니 좋습니다.

 

Passu Inn restaurant에는 한글 책도 한 권 포함한 작은 서고와 방명록이 있는데 의외로 한글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두껍지도 않은 노트 1권으로 십 몇년째 쓰고 있는 것 같더군요. 파수 최고의 배낭여행자용 숙소치고는 방명록이 좀 부실하죠?

 

 

숙소 바로 맞은 편에는 작은 수퍼가 두 개 있습니다. 여는 시간도 일정치 않고 늦은 밤도 아닌데 일찍 문을 닫아버립니다. 숙소 식당에도 비축해 놓은 물이 떨어질 때가 있으니 물은 여유있게 준비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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