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한 팀원 셋 소개> 

 

1. 히로 / 21세 / 남자 / 일본인 / 고베 거주 / 현재 휴학생 신분으로 상해-계림-쿤밍-따리-리지앙-동티벳-라싸-북쪽 루트로 알리-카일라스-다시 알리-카슈카르 여행함. 중동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나 최종 목적지도 정해진 루트도 없이 여행 중

2. 루나 / 19세 / 여자 / 중국인 / 북경 거주 / 현재 청화대 법대 1학년 재학 중. 방학을 이용하여 KKH 여행 계획. 아버지는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나 본인은 저널리스트가 꿈

3. 장난 / 25세 / 남자 / 중국인 / 광주 거주 / 유화 전공의 미술 선생님. 루나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지만 현재 연애하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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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카스와 타슈쿠르칸 사이에 중국 고위층이 이용하는 셔틀 버스가 있다고 한다. 잘하면 그 버스를 잡을 수도 있다고.

 

아침부터 서둘러 그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정류장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그 버스가 워낙 존재하지 않았던건지, 아니면 오늘 당일만 운행을 안 하는 건지 한참 기다렸는데 결국은 그 버스를 못 탄다고 한다.

 

그럼?

원래 계획대로 트럭을 잡아봐야지, 뭐.

 

루나가 잡아온 트럭을 보니 5명이 딱 타기 좋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긴 하지만 어쨌든 더 이상 안 기다리고 타슈쿠르칸을 향해 달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 

 

루나와 장난이 운전사 아저씨와의 수다를 위해 앞에 타고 히로와 우리 부부가 뒷 줄에 나란히 앉는다. 내 뒤의 유리창을 통해 짐칸을 바라보니 양배추가 그득히 쌓여있다. 오늘 저녁이면 타슈쿠르칸에서 팔리게 될 양배추군. 

 

 

 

얼마나 달렸을까? 어제 turn을 해야만 했던 지점을 트럭이 지나쳐 달린다. 야호~ 오늘은 진짜 타슈쿠르칸에 가는구나! 화염산을 연상시키는 멋진 산들이 휙휙 우리를 지나친다.

 

 

아저씨가 친구를 만난다며 작은 마을에 차를 세웠다. 덩달아 우리도 내려 잠시 마을 구경을.

 

 

 

KKH를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의 웃음이 해맑다.

 

 

 

 

 

 

가랑비까지 내리니 그 옛날 현장이 길을 가다 요괴가 나오겠다 느꼈을 성 싶기도 하다. 지금과는 달리 포장도 안 된 길을, 그것도 아주 좁고 거친 길을, 달도 뜨지 않은 밤에 걸을라치면, 양 옆의 붉고 푸른 산과 계곡들이 이름 모를 짐승들의 울부짖음에 사방팔방 울려대면서 얼마나 으시시한 분위기를 조성했을까?

 

 

 

 

 

아저씨 친구분댁 모습. 양인지 염소인지는 모르겠는데 가까이서 살펴보니 잡은지는 얼마 안 된 듯하다. 그냥 집 내부에 저렇게 걸어놓고 지내나 보다.

 

 

히로의 디지털 카메라가 맛이 갔다.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했지만 그게 어디 될 일인가?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도시들은 타슈쿠르칸, 소스트, 훈자... 아무리 헤아려봐도 훈자나 가야 겨우 고치거나 말거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히로는 울상이다. 모두가 열심히 살펴봐도 의심이 가는 건 공기 중의 미세먼지 뿐이다. 히로는 케이스 없이 그냥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고 다녔다고 했다(이후 이 가설은 더욱 확고해진다. 왜냐하면 KKH를 넘으면서 루나의 디지털 카메라도 고장이 났기 때문에). 다가올 풍경이 너무나 멋지다는 걸 다들 알고 찾아온 길이다. 히로가 저리도 우울해 할 만 하다. 어쩌냐, 눈으로라도 찍어라.

 

 

다시 타슈쿠르칸을 향해 출발!

 

 

 

 

이 곳의 풍경은 지극히 황량하다. 얼마나 황량하냐면, 트럭 안에 우리와 동승한 파리 세 마리가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를 작게 연 창문 틈으로 겨우 내쫓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내가 내쫓은 파리가 과연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잔인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우습기까지한 생각이 당시에는 절로 들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제 산사태 났다는 것이 정말이었나 보다. 여러 사람들이 수작업 100%로 도로를 보수하는 중이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일단은 철망을 만들고, 그 빈 철망에 튼튼한 나뭇대를 찔러 넣는다. 이후 돌들을 촘촘히 박아 넣는다. 돌이 철망에 가득 차 오르면 미리 박아두었던 나뭇대를 지렛대 삼아 강쪽으로 밀어 넣는다.

 

이런 곳이 총 3번이나 있었다. 우리 차선이 소실되서 반대편으로 통과하기도 하고, 반대편이 손실되어 그쪽 차량이 우리 차선을 이용하기도 하고, 반대편마저 소실되어 아예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도 한다.

 

 

Ghez 바로 못 미쳐 check point가 나타났다. 대략 오늘 여정의 중간 지점인 듯 싶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으로 손쉽게 통과하지만 외국인들은 여권을 검사 받아야 한다. 이 곳까지 단체 관광객이 방문했는지 관광버스에서 한 무더기의 중국인들이 내린다.

 

 

이제 오르막길인가? 계곡이 좁아지며 수량이 많아지고 거세진다. 상류로 오르는게 맞나보다. 큰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강물의 색이 진회색, 그야말로 진흙탕 물처럼 보인다. 호도협 생각이 잠시 난다. 저기서 래프팅은 못 하나?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 그러다 호수와 어우러진, 믿기지 않을 정도의 멋진 풍경이 내 앞에 나타났다. 물과 바람, 그리고 태양. 단지 이 세가지로 이런 지형을 만들어 내다니... 그래, 네가 바로 교과서에나 나오던 '파미르'라 이거지?

 

 

마침 계속해서 덜거덕거리는 차가 마음에 안 들었던 듯, 아저씨가 차를 잠시 손 보고 가잔다. 우리는 근처의 타지크족이 사는 집 앞에 내린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다. 어지간히 큰 모래들이 바람에 날려 옷 위로 와 부딪혀대는데 몸이 다 아프다.

 

 

아무렇게나 들른 집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누군가 오가며 찾는 곳인가 보다. 이 꼬마 아이는 이 집 큰 손주인데 엄마가 관광객들에게 파는 목걸이를 쥐어주니 얼른 내게로 와서 내민다. 말은 아직 잘 못 하고, 알아듣기는 다 알아듣고. 고만한 나이인가 보다. 

 

 

흠.. 또 눈을 못 떴네. 옆 마당에 매여있던 당나귀.

 

 

이 집 둘째와 며느리(딸?). 엄마는 보기에는 순박해 보여도 빤~한 분이다. 우리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는 걸 보더니 아기를 요람에서 데려와 찍어달라는 시늉을 한다. 그래? 반가운 소리네. 얼른 찍는다. 보여주니 좋아라~하는 엄마. 그러나 바로 손을 내민다. 우리를 찍었으니 돈을 주세요~ -_-;

 

 

<타지크식 요람>

 

 

똘망똘망하고 호기심 많은 아까 그 첫째. 얘는 뭐든지 신기해 한다. 우리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 엄마랑 할머니한테 혼나고(척 보아하니, "그 비싼 걸 함부로 만져? 망가지면 어쩌려구 그래?" 그러시는 것 같다), 고도, 기압, 온도 등이 측정 가능한 김원장 손목시계를 가지고 놀다 또 혼나고. 그래도 꿋꿋하다. 또 신기한 거 없나 달려와선 우리 옷 지퍼란 지퍼는 다 올렸다 내려보고...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가방을 뒤적거려 있는 과자 다 준다. 너무 좋아한다. 이쁜 것.

 

 

 

좌석까지 다 들어내고 한참 수리를 하던 아저씨가 다시 출발하잔다. 가자 가자.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스벤 헤딘이 야크를 끌고 올랐다는 바로 그 무스타크산이다. 스벤 헤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가오는 무스타크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실크로드> 역사 다큐멘터리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 우루무치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만난 우리나라 산악팀이 있었다. 울산 현대 자동차 산악부라고 했던가... 그 분들이 무스타크산 등정하신다고 했는데 좋은 결과 얻고 돌아가시길(뭐, 꼭 등정에 성공해야만 맛은 아니잖아요~).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라쿨 호수. 우루무치의 천산이나 남산목장, 투루판 등을 포기하면서 이 곳에서의 1박 만큼은 지키고 싶었는데... 모두 뜻대로 된다면 인생이 재미없겠지?

 

카라쿨 호수에는 말 뿐만 아니라 낙타가 돌아댕긴다. 아니 말보다 낙타가 더 많이 보이기도 한다. 허걱, 여기가 해발 몇 m인데! 낙타는 사막에서나 어울리는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검은 호수, 카라쿨. 그 곳에 낙타가 있었다. 호객하는 주인에게 목이 매인 채 질질 끌려서. 

 

 

 

무스타크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니다, 저 당당한 무스타크가 부끄러워하다니, 그건 아니다. 나의 오해다. 얼굴을 감히 보여주지 않는 까닭은 그의 근엄함에서 우러나온다.

 

무스타크를 휘돌아 4,000m에 달하는 고개를 넘어 내려가려니 <타슈쿠르칸 타지크족 자치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우리를 맞는다. 좀 더 달리니 이번엔 갈림길, 직진하면 우리가 가려는 중국의 한 도시 타슈쿠르칸이지만, 우회전을 하면 당당한 한 나라, 타지키스탄이다. 끝이 짐작되지 않는 그 길 또한 여행자를 강렬히 부른다. 오라는 데는 없는데 왜 이리 갈 곳이 많은가...

 

길은 점점 더 험해진다. 그 길을 보수하는 민공들이 보인다. 이 곳까지는 아직 한족이 밀려오지 못했는가. 타지크족 모습이 더 많이 묻어난다. 그리고 다른 곳과는 다르게 여성 민공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거의 반은 여성인 듯 싶다.  

 

 

결국 차가 또 멈추어섰다. 밖은 모래 바람이 상당하다. 그래도 아저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차를 고친다. 이 곳의 운전사들은 모두 상당한 정비 실력을 갖추었을 성 싶다. 길은 안 좋고, 차도 거의 안 다니고, 작은 마을 조차도 없는 이런 곳에서 차들이 고장나는 일은 너무나 빈번하다.

 

원래 우리가 탔던, 그리고 오늘 다시 출발한다고 했던, 다시 말해 우리가 탈 뻔 했던 국제버스가 수리에 진척을 안 보이는 우리 트럭 옆으로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꼴 좋다는 듯이. 오늘도 이렇게 잔머리가 추월당하는구나.

 

우리 트럭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짜증이 날대로 난 운전사 아저씨는 차를 폭행하기에 이르렀고 -_-; 우리는 아저씨를 뜯어 말리고. ^^ 왜 차만 탔다하면 이러는지 모르겠다 ^^;

 

다행히 레미콘이 돌아가는 무슨 공장에 들어가 오일도 좀 얻어오고, 지나가는 차로부터 장비도 좀 얻고 해서, 겨우겨우 해지기 전에는 소문만큼 썰렁한 도시, 타슈쿠르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오늘도 진짜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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