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우루무치역. 한자와 위구르어가 나란히, 나란히.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의 풍경이다. 이 정도면 보기 드물게 최신 시설이지, 싶다. 다들 어디로 가는지 바리바리 짐을 싸 들고(기차를 이용하는 중국인들은 보통 장거리를 이동해서인지 먹을 것을 열심히 챙겨서 탄다) 있다. 저 하얀색/하늘색 가방은 그 이름도 유명한 CITS(중국 국제 여행사)에서 나누어준 가방인 것 같다. 카슈카르를 구경가는 중국인 패키지팀들이 모두 같은 가방을 들었다.

 

놀라운 것은, 이 대합실에 <금연> 표지판이 붙어 있다는 것. 4년 전 중국을 여행할 때 김원장이 비분강개했던(http://blog.daum.net/worldtravel/404794)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 생각으론 중국인들의 공중도덕 수준이 높아지는데 대략 10년 이상쯤으로, 꽤나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불과 4년 만에, 대합실에선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북경에선 런닝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법으로 금지했다지 않은가!). 너무나 놀라운 발전이다. 인도에 비해 중국은 발전이 생생하게 눈으로 보인다. 중국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본래 배낭은 뒤에 메고, 중요한 것들을 넣어 둔 작은 가방은 앞으로 메고, 왼편으로는 한국에서 사간 사발면 등을 고이 모신 가방을 걸치고, 오른손엔 우루무치의 한국 분식점에서 싸 온 도시락을 들고, 아침에 시장에서 산 낭까지 작은 가방에 끼웠다. 이 기차를 타고 23시간을 가야한다니까... 이 정도면 나도 먹거리를 잔뜩 사든 중국인들과 흡사하다. 탑승 준비 완료!

 

 

우리가 탄 우루무치와 카스를 오가는 열차. 특이하게 복층형 열차다. 2층 짜리 기차라... 이름만으론 다소 낭만적이다. 하지만 23시간이라는 숫자에 미리 기가 눌린 터라, 낭만보다는 실리를 먼저 찾아야할 때.

 

 

 

 

연와를 이용하는 돈 있는(?) 승객들을 위한 전담 승무원. 열차 출발 전에는 차량 출입구 밖에 얌전히 서서 좌석을 안내해주더니 출발과 더불어 바빠진다. 승객 표 관리하랴, 룸 서비스(?)하랴, 이리저리 더럽혀진 객실과 복도, 심지어 화장실까지 청소하랴... 곱상하게 생기고 방글방글 웃는 첫인상에서 우아한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머리가 산발이 되어가면서까지 열심히 잡일하는 그녀의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문제는 이 여인이 밤에는 밖에서 객실 문을 닫아버린다는 것이다. 난 안에 있으면서도 문을 열 줄 몰라 한참 헤매야 했다 -_-;).

 

 

나중을 위해 여행 정보를 정리하는 중. 안 적어두면 분명 숫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돌아올 것이기에.

 

중국에 며칠 안 있을 예정이라 근처 도서관에서 철지난 중국 가이드북을 빌려 해당 부분만을 복사해 갔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해당 국가 가이드북에서 내가 갈 곳을 찾아 복사를 하려면 할당 페이지가 점차 적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왜 이리 남들 덜 가는 곳만 찾아 댕기는지... 

 

 

기차는 3시간 정도를 달려 투르판 역에 도착했다. 우루무치에서 투르판까지는 뒤로 달렸는데(역방향) 투르판에 이르러서 기차가 다시 방향을 틀면서 이제부터 카슈카르까지는 쭈욱~ 순방향이다.

 

투르판은 이번 여정에 꼭 넣고 싶었던 곳인데, 일정이 그다지 여유롭지 않은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삭제했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기차가 투르판을 지날 때 저 표지판이 예사롭지 않았다(그런데 나중에 KKH를 달리면서 이 생각이 싸악~ 날아간다 -_-;).

 

 

식당칸. 우리가 탄 게 연와라서 그런지, 식당칸이 바로 옆 칸이다. 얼핏 예전 기억을 되살려 봐도, 식당칸 다음에는 연와 객실이었던 것 같다. 연와 승객을 위해 워낙 이렇게 배치하는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라나... 전에는 입석으로 타서 식당칸에서 제일 싸구려 음식 하나 시켜놓고(어차피 메뉴를 읽지 못하는 관계로 제일 저렴한 놈 중 하나를 골랐던 것 같다) 밤새 식탁 자리에 앉아 개겼지만, 이제는 한식으로 먹을 것도 잔뜩 쟁여놓았으니 굳이 이 곳에서 먹을 이유도 없다. 그래도 구경은 해야겠기에...(그 때 왜 여기서 맥주 한 잔 안 했을까?)

 

 

멀미가 심한 김원장은 보다 덜 흔들릴 것 같은 아랫칸에, 나는 윗칸에 탔다. 털그럭털그럭 일정한 리듬으로 달리는 기차. 한참을 달려야 하는 이 안에 앉거나 누워있으려니 예전 중국 기차 여행의 기억과 인도 기차 여행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잉태하고 게워낸다. 그리고 미지의 사람들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그다지 그들과 구분이 가지 않는 생김새를 가진 우리 두 사람. 맞은 편에 누운 두 승객과 그 승객들의 동료들이 몇 마디 건네보더니 금방 우리의 정체 -_-; 를 알아차린다. 중국말을 하나도 못 하는, 아니 팅부동 한 마디만 해대는 한국인.

 

이후 또 다른 승객이 지나다, 혹은 객실 승무원이 무언가를 우리에게 묻거나 설명하려고 하면 그들이 먼저 알아서 대신 말해준다.

 

"어쩌구저쩌구 한궈렌 쏼라쏼라 팅부동 어쩌구저쩌구"

 

못 알아들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뜻이 틀림 없다.

 

"쟤네 한국인이야. 중국말 하나도 못 알아들어." ^^;

 

한 밤중, 쿠얼러에서 아저씨 하나가 내리고 그 자리에 새로이 바뀌어 등장한 승객은 3살쯤 되어보이는 귀여운 여자 아이와 젊은 엄마였다. 3살짜리도 중국어, 진짜 잘하더라. 말 뿐이냐, 노래도 얼마나 잘 하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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