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루샤에서 모시(Moshi)로 가는 미니 버스안. 우리는 좌석이 4개 있는 맨 뒤에 앉았다. 그럼 이 자리에 4명이 앉느냐... 그러기를 바랬다. 하지만 결국 어른 5명에 애들 3명, 모두 8명이 낑겨서 뒷자리에 함께 탔다. 함께 해요~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이렇게 3개국을 여행했지만 기본적인 승차 시스템은 모두 같다. 특별히 정해진 시간 없이, 사람이 모두 차면 - 여기서 말하는 '모두'란 더 이상 태우기 힘들 정도 - 원하는 곳 아무데서나 내려주고, 손을 들면 아무데서나 태워주고(단, 공간이 있을 경우).

 

이 중 우간다에서 케냐로 막 넘어와 케냐 국경에서 카카메가 숲으로 이동할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이런 식으로 타고 다녀야 했는데, 왜 앞서 밝히는 이 한 경우를 제외하는가 하면, 저 구간에선 경찰의 검문이 있기 때문이다(난 처음에 그것도 모르고, 역시 동아프리카 3개국 중 케냐가 제일 안전 개념있나봐~ 생각하고 있었다).

 

경찰의 검문이 끝나면?

 

다시 도루묵이 된다. 꾸역꾸역...

 

 

내 앞에 앉은 여인의 헤어스타일이 워낙 독특하여 ^^; 탐나는 헤어스타일이다. 그러나 저렇게 하고 한국에 돌아올 자신은 없었다. 아직. 언젠간 되겠지.

 

 

별로 살만한 것이 없는 좌판. 그래도 버스가 정거장에 설 때마다 우르르 달려와 물건을 파느라 여념이 없다. 외국인인 우리에게 주로 들이미는 품목으로는, 저 영자신문이 있다. 잘 읽지도 못하는데 ^^; ㅎㅎㅎ

 

 

정거장에 설 때마다 사람이 내리고, 타고, 밟히거나 낑기는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고... 우리 출근 시간 지하철 생각이 난다. 여기서 신기한 장면 하나, 우리같음 이런 와중에 다른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왕짜증을 부릴 것 같은데, 이 곳의 아이들은 이런 열악한 와중에도 잘 자고, 조용히 가만히 서 있는다. 그래서 마냥 그런 아이들을 기특해하던 김원장과 나, 환경이 인간의 품성을 만든다는 설에 지지를 보내본다.

 

 

모시가 다가오자, 갑자기 구름 속에서 킬리만자로가 떠 오른다.

 

킬리만자로...

 

욜라 이국적인 이름이다.

 

킬리만자로...

 

먹이를 찾아 산 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나는 없다 -_-;

 

 

모시에서 내가 묵은 숙소에 있던 전화기. 전화를 걸래야 걸 수가 없는, 다이얼이 완전 틀어진 전화기. 호텔(?) 같기도 하고, 다소 학생 기숙사 분위기가 돌던 숙소의 예쁜 이름은 다음과 같다(이름만 예쁘다 -_-;)

 

New Coffee Tree Hotel

 

PO box 1828 

Tel 255 27 275209

 

화장실은 있지만 욕실은 없는 더블룸 1박 10,000 실링(아침 불포함)

 

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방에 어울리는 넓은 창문으로 킬리만자로가 짜잔, 하고 보인다는 사실! 맙소사, 저게 킬리만자로라니!

 

생각나는 단점은 공동욕실이 방과 제법 멀다는 것,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타기 어렵다는 것, 조용하다고 했지만 밤새 앞 건물 나이트에서 시끄럽게 굴었다는 것(차라리 Buffalo Hotel이나 Hotel New Castle이 더 조용할 듯).

 

모시에서 추천할만한 식당은 터미널 근처의 The Coffee Shop. 이 동네 흰둥이란 흰둥이는 모두 다 모여 있는 것 같다.

 

모시는 다소 몽환적인 도시였다. 숙소에서 터미널을 향해 걷다가 뒤를 살짝 돌아보기만 해도, 킬리만자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반대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내내 킬리만자로가 날 굽어보고 있었다.  

 

저 산이 바로 킬리만자로라는 것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던 도시, 모시.

 

아루샤가 사파리의 메카라면, 모시는 킬리만자로 등산의 메카다.

(물론 아루샤에서도 킬리만자로 등산을 arrange하고, 모시에서도 사파리를 arrange하지만)

 

모시에서도 아루샤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삐끼들이 관광객을 부여잡는다.
이 때 나름 개발한 필살기,

 

"We've already done."

 

이 한 마디면 삐끼들이 쏴~아 사라진다.

 

킬리만자로를 오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한참의 고민 끝에, 결국 킬리만자로를 포기하고 대신 우삼바라 산(Mt. Usambara)에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럭셔리 버스(모시/아루샤에서 다르에스살람을 향해 가는 럭셔리 버스는 회사별로 몇 종류가 있다. 각기 출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에 맞는 시간대에 출발하는 버스를 고르면 된다. 우리는 오전 7시 15분에 모시에서 출발하는 Dar
Express를 끊었다. 14,000실링/1인. 참고로 론리에 나오는 예약 사무실 위치가 바뀌었다. 우리 숙소 맞은편의 Oryx 주유소 내에 있다. 위치를 잘 모르겠으면 Oryx Petrol Station을 물어볼 것)를 알아보러 갔더니 중간 경유지인 우삼바라를 가던, 최종 목적지인 다르에스살람을 가던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표값까지 모두 치르고 우삼바라 근방에서 내리란다.

 

지도를 보니 모시-다르에스살람 구간에서 우삼바라는 거의 중간 지점 밖에 안 되는데...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잖아. 이젠 이런 경우를 당해도 안 개기고 그냥 말 잘 듣는다. 어느 순간, '상식'에 대한 관념이 무뎌져 버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다.

 

 

모시-다르에스살람 구간을 달리는 일명 럭셔리 버스. 고급 버스답게 그나마 정시 근처에 출발하고, 지정 좌석제에다가, 승하차도 마음대로 잘 안 되고, 승차 인원도 지키려고 하고, 이처럼 휴게소에도 들러 쉬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비디오도 보여준다.

 

앞서 밝혔듯,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두 번 눈물을 흘렸는데, 두번째가 바로 이 차 안에서였다(첫번째는 http://blog.daum.net/worldtravel/7393342 참조). 김원장은 어느새 선잠이 들었고, 나는 소리가 거의 안 들리는 비디오를 통해(원래 음향 부분이 형편 없는건지, 아니면 기사 아저씨가 따로이 틀어놓은 찬송가가 워낙 볼륨이 높았던지라 안 들렸던 건지) 방영되는 뮤직비디오들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마이클 잭슨의 'We are the world'가 나오는 것이었다.

 

We are the world라... 이게 대체 언젯적 노래던가... 당시 이름난 수많은 쟁쟁한 가수들이, 그러나 이제 다시 보니 엄청 촌스러운 모습으로 -_-; 화면 안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진짜 간만에 보는 반가운 비디오를 보면서 아는 부분의 가사를 흥얼거리다가... 순간 부분 부분 영어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훌쩍.

 

There comes a time
When we hear a certain call
When the world must come together as one
There are people dying
And it's time to lend a hand to life
The greatest gift of all

We can't go on pretending day by day
That someone, somewhere will soon make a change
We're all a part of God's great big family
And the truth, you know,love is all we need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There’s a choice we're making
We’re saving our own lives
It’s true we’ll make a better day, just you and me

Send them your heart
So they'll know that someone cares
And their lives will be stronger and free
As God has shown us by turning stones to bread
and so we all must lend a helping hand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There’s a choice we're making
We’re saving our own lives
It’s true we’ll make a better day, just you and me

When you're down and out, there seems no hope at all
But if you just believe there's no way we can fall
Well, well, well, well let us realize oh! that a change can only come
When we stand together as one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There’s a choice we're making
We’re saving our own lives
It’s true we’ll make a better day, just you and me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There's a choice we're making
We're saving our own lives
It’s true we’ll make a better day, just you and me


We are the world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ll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so let's start giving)
There’s a choice we’re makin’
We’re savin’ our own lives
It’s true we’ll make a brighter day, just you and me
ohh let me hear you!!!

 

당신과 나... Just you and me... 더 좋은 날을 만들어가자고요. 꼭!

 

 

마누라가 훌쩍거리던 말던 김원장이 부시시 일어나서 가이드북을 읽는다. 그러더니 우삼바라 산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지난 여정 중 했던 일들과 사뭇 비슷하단다. 그럼 우쩔까... 갈까, 말까...

 

그래, 이제 산은 그만, 바다 보러 가자!

 

우리는 차 안에서 즉석으로 행선지를 또 바꾸고, 그러고도 한참을 더 달려, 결국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다르에스살람 터미널에 도착하자, 주황색 옷을 입은 포터들이 마구 몰려든다. 밝은 색으로 맞춰입은 유니폼을 보니 대도시에 왔구나, 실감난다.

 

 

아프리카까지 점령해버린 무서운 코카콜라... 물은 안 팔아도(?) 코카콜라는 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심 외곽의 터미널에서 내려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총총 사라졌지만, 우리는 이 버스의 고지가 시내라는 것을 알고 그냥 앉아서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차창 밖으로 함께 내달리는 다르에스살람 풍경들.

 

 

<숙소>


다르에스살람에서는 잔지바르섬 앞 뒤로 두 밤을 잤다.

 

1. Jambo Inn

 

아침 포함 에어콘 나오는 좋은 더블룸. 얼마를 지불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1박 20불이던가...딱 배낭여행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다. 아침 수준은 좀 떨어지지만, 인터넷, 국제전화, 잔지바르행 티켓과 숙소 예매까지... 친절한 스태프들과 깔끔한 숙소가 맘에 드는 곳

 

2. Peacock Hotel

 

www.peacock-hotel.co.tz

 

잔지바르에서 나오는 날, 아프리카의 마지막 밤을 보낸 곳. 엄청난 파도에 걸맞는, 엄청난 멀미를 겪고서 Jambo Inn을 다시 찾아 갔는데, 방이 없다고.

 

Jambo Inn 근방의 저가 게스트하우스를 몇 곳 더 뒤졌는데, 럴수럴수 이럴수가 모두 방이 없단다. 몸은 늘어지는데, 삐끼는 계속 이상한 숙소를 안내해 주겠다며 끌어당기고... 짜증이 난 우리는 얼른 삐끼를 뿌리치겠다는 마음에 근처의 중급이라 알려진 호텔에 도망가다시피 들어갔는데, 허걱. 그나마 프로모션 가격으로 Standard B&B 더블룸이 자그마치 85불이라고 -_-;

 

어째? 질러 -_-;

 

위성 TV에, 빵빵한 에어콘, 푹신한 침대, 온수 콸콸 쏟아지는 욕실, 복도의 무료 인터넷까지... 좋긴 좋더라만... 85불 내고 자기엔 눈물이 나던. 그러나 멀미 때문에 정신없이 뻗어버렸던. 화려했던 마지막 숙소.

 

 

<식당>

 

한국식당이 없다고 알려진 다르에스살람. 그러나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한 곳 있다.
물론 전문 한국식당은 아니고, 이런저런 세계 음식 중 한국음식도 된다(주인이 한국분이 아닐까?). 다만 우리가 갔을 때 고추장이 떨어졌다고 해서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은 못 먹었다. 좀 달긴 하지만 그런대로 한국맛 난다.


결정적으로 식당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두 번이나 갔는데 -_-;

 

그래도 위치는 기억이 난다. 시내에 총 길이가 500m 쯤 되는 Mkwepu Street에 있다. 이 길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왼편에 위치해 있으며, 바다쪽보다는 로터리에서 가깝고 낮에는 뷔페도 한다. 중요한 듯 212 1074라고 메모해 둔 게 있는데, 이 곳 전화번호일까? -_-;

 

 

<수퍼>

 

잡다구리 생필품을 쇼핑하기에 좋은, 꽤 큰 쇼핑몰. JM Mall.
Samora ave에 있으며 건물 내에 괜찮아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이외 다르에스살람은 한 나라의 수도(실제 탄자니아의 수도는 Dodoma이다. 하지만 다르에스살람이 경제와 행정 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답게, 국제전화나 우편 업무, 혹은 대사관 업무를 본다거나 항공편 예약 및 변경, 교통편 환승, 외식과 시장 구경, 쇼핑 등등 모든 것을 그나마(?)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곳이다. 십분 활용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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