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nzibar map

<출처 www.matemwe.com/zanzibarmap.htm>

 

눙위 해변은 잔지바르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한 곳입니다. 그래도 잔지바르까지 왔는데 아름답다 소문난 바다를 제대로 안 보고 갈 수는 없겠죠. 그래서 선택하게 된 곳입니다.

 

 

놀랍게도 소문대로 잔지바르의 바다는 보기드문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제가 본 바다 중에 순위를 매겨본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도 남겠습니다. 그래도 한 구석 속으로 생각합니다. 역시 바다는 몰디브야... -_-; 

 

 

스톤타운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외국인들이 더 많습니다. 아프리카 섬 잔지바르의 여러 해변을, 그 위치에서 풍겨나오는 우리 상상과는 달리 아름답고 평안한 휴양지로 생각하고 체류하는 개별 여행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숙소 옥상에 걸린 빨래들이 배낭 여행자들을 웬지 포근하게 맞아줍니다.

 

 

그러나 저는 바다 수영을 잘 하지도 못하고, 상어 공포증이 있으며, 선탠에도 흥미없고, 몸매도 남 부끄럽고... 등등의 이유로 얼굴 하얀 외국인들이 널부러진 바다를 뒤로 하고 워낙의 얼굴 까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향합니다. 저 치마를 입고... 

 

 

작은 가게에서 파는 야채와 과일들... 그래도 스톤타운의 재래시장에는 제법 과일도 쌓여져 있던데, 이 곳은 그렇지 못 합니다. 토마토 몇 개, 가지가 몇 개, 코코넛 몇 개가 전부랍니다.

엄마와 함께 어디론가 가는 이 동네 아이는 아직 신발도 마련하지 못했네요.

 

 

마을 내부의 도로는 마을 외부와 마찬가지로 포장이 안 되어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보기엔 괜찮아보여도 제법 덜커덩거립니다. 아주머니들의 화려한 색감의 복장이 아름답습니다.

 

 

마을 어딘가를 지나다보니 멸치류의 아주 작은 생선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광경이 보입니다. 눙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마을이지만, 의외로 마을 내부에서는 싱싱한 해산물 보기가 가뭄에 콩 나듯 어렵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에서나 저녁에 해산물 뷔페를 차려 놓고 지나가는 손님을 유혹합니다. 몇 번을 먹을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 비싼 가격 탓에 눙위를 떠나는 그 날까지 먹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약간 후회가 되네요. 다음부턴 적어도 먹는데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겠어요 ^^; 

 

 

이 동네는 사라져가는 전통 범선인 다우(Dhow)를 직접 제작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눙위 마을에 대해 잘 소개하고 있는 자세한 지도를 구할 수 없어 마을을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싸돌아 다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다우 만드는 거 보러 갈래?"

"응. 찾고 있는 중이었어."

"잠깐만 기다려. 내가 안내해줄께."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근처 집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잠잠...

 

"뭐냐? 그냥 우리끼리 계속 찾아볼까? 그러나저러나 저 사람도 또 삐끼 아냐?"

"정 요구하면 돈 좀 주면 되지, 뭐"

 

잠시 후 나타난 아저씨는 옷도 산뜻하게 갈아입고 머리까지 단정히 빗은 후입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강력하게 느낍니다.

 

'아... 삐끼가 맞구나...'

 

그래서 미리 안 물을 수가 없습니다.

 

"저... 거기까지 안내해주는데 얼마야?"

"무슨 말이야? 돈 안 받아. No problem. 괜찮아"

 

김원장과 저는 그 말을 듣고도 믿지 않습니다.

 

'저러다 분명 나중에 달라겠지'

 

어쨌든 그가 친절히 안내해 준 다우 제작 장소입니다.

 

 

놀랍게도 전동 장비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제작도랄까 어떠한 도면 비슷한 것도 주변에 없습니다. 오직 100% 수작업으로, 그리고 눈 대중으로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제가 보기엔 '대충' ^^;). 날이 더운 탓인지, 워낙의 문화인지는 모르지만 현장에 모인 사람 수에 비해 일하는 사람들은 반도 안 됩니다. 손으로 하는 일이긴 하지만 속도도 빠르지 않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기로는 그냥 세월아, 네월아, 이러다 언젠간 이 놈들이 배가 되겠지...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겉에서 보기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지금이 몇 시간만에 한 번 찾아온 휴식시간이고 일은 너무 익숙해서 도면 따위는 필요없는지도 모르지요. 눈 감고도 뚝딱, 해치울 수도 있는 노릇 아닙니까?

 

생각보다 다우를 만드는 곳은 흥미가 없더군요. 저희의 그런 모습을 눈치 챈 아저씨가 이번엔 다른 제안을 합니다.

 

"그럼 바다거북 보러 갈래? 근방에 수족관이 있어"

 

 

바다거북이가 있는 수족관을 향해 바닷가를 가로 지릅니다. 아이들 몇이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풍경을 한참 서서 바라봅니다.

 

바다거북은 수족관이라기엔 다소 우스꽝스러운 곳에 있었습니다. 물론 일반화된 커다란 유리 수족관을 상상하진 않았지만 소정의 입장료(김원장 기억에 의하면 2불/1인 정도 했다고 합니다)를 내고 울타리 벽을 들어서니 바로 커다란 연못이 보입니다. 한 마디로 야외 연못이지요. 바다와 연한 제법 큰 이 연못에 창살을 치고 바닷물이 들락날락하도록 해놓았습니다. 그 연못에 커다란 바다거북 한 두 마리가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뭐야... 이게 다야?'

 

이 곳을 구경하러 들어온 관광객도 딱 저희 둘 뿐입니다. 뭔가 속은 느낌이 또 듭니다. 하지만 이미 입장료는 지불한걸요... 어쨌거나 주체와 객체 사이를 가로막는 유리없이 바다 거북을 실제로 본 기억은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 그 사실로 자위하며 이걸로 끝인가 돌아서려는데 직원이 양동이에 미역줄거리 따위의 해초를 가득 담아 저희에게 다가옵니다.

 

"자, 먹이를 줘"

 

먹이? 이걸 주라 이 말이지? 양동이에서 해초를 몇 가닥 꺼내어 연못에 넣고 설렁설렁 흔들어 봅니다.

 

그.런.데.  

 

거북이들이 둥실 나타났습니다. 허걱.

 

 

 

열심히 저희에게로 모여 듭니다. 잘 훈련된 돌고래 마냥 ^^; 생각보다 연못 속에 많은 거북이들이 살더군요.

 

 

제가 해초를 주니까 서로 먼저 먹겠다고 밀치고 밀리고 하던 놈들이 겨우 다가와서 재주껏 능력껏 받아먹습니다. 이런! TV 속에서 힘겹게 모래밭을 기어올라와 낑낑거리며 땅을 파고 눈물을 흘리며 알을 낳던 그 놈들이, 제게 물방울을 튀겨대며 앞 발질을 하면서 입을 벌려 해초를 맛있게 받아 먹어댑니다. 제 팔 만큼이나 큰 놈들이 이런 해초 따위를 맛나게 먹는 게 좀 이상하기까지 합니다.

 

잔지바르에선 바다거북의 포획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디에나 밀렵꾼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들은 남몰래 거북을 잡아다 팝니다. 쫓고 쫓기는 자들의 한 판 승부에서 신고를 당하거나 경찰에게 잡히게 되면 다행히 목숨을 건진 바다거북이 1차로 이 곳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지내다가 적당한 순간에 다시 집으로, 바다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부화직전의 알들이나 새끼 거북 역시 보호 대상입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겨우 몸이 잠길 정도의 물에서 새끼 거북이들 수 십 마리가 바다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으흐~ 한 마리 기르고 싶어라~

 

 

으흐흐... 너무나 이쁜 바다거북 새끼입니다. 촉촉하고 적당히 말랑말랑합니다. 아웅.

 

 

김원장도 한 마리 들어올렸습니다.

 

 

아주 똘망똘망한 녀석입니다. 정말 이쁘죠?

 

 

자세가 불편했는지 갑자기 파닥거리기 시작합니다. 느리기만 한 줄 알았는데 사진 찍힌 걸로도 확인 되듯 발질이 엄청 빠르네요.

 

 

저요! 저요! 하는 모습입니다. 얼른 물 속으로 놓아 줍니다.

 

 

구색을 맞추려는건지 한 구석엔 땅거북도 있습니다. 우와, 엄청 무겁습니다. 제가 들어올리니까 얼른 머리를 집어 넣습니다(그래도 다 안 들어가서 대부분 보입니다 ^^;). 이 거북 역시 잔지바르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종류의 작은 땅거북이고요. 어찌 보니 수족관이 아니라 거북이들만의 공간이네요.

 

거북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수족관 밖을 나오니 아직도 안내해 준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러.나. 

 

"다 잘 봤어? 그럼 난 이만 간다~ 좋은 하루 보내~"

 

아저씨는 이 말을 남긴 채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 이건 아닌데... 이건 철저히 예상 밖의 일인데... 저희를 당황하게 만드는 아저씨, 그리고 그 당황을 함박 미소로 되받아들이는 아저씨. 으... 우리가 어느새 이토록 때가 타버리고 말았는가... 여행하면서 내내 당하고만 살아왔는가... 부끄러워집니다.

 

 

나중에 이 아저씨는 마을 내에서 몇 번 더 마주치게 됩니다. 눙위 마을이 크지도 않거니와 저희가 아침 저녁으로 빨빨거리기 때문이지요. 아저씨도 특별한 일이 없으신지 마을을 어슬렁거리시네요(눙위의 아주머니들은 일하느라 바쁘신데 반해 대부분의 아저씨들은 한량스러워 보입니다). 덕분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저씨를 만날 때마다 손을 흔들며 열심히 인사합니다.

 

잠보~ 잠보~

 

 

 

 

이렇게 잔지바르에서의 또 하루가 갑니다(지금 보니 머리가 상당히 부시시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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