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론리플래닛>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앞 바다, 즉 인도양에 떠있는 작은 섬입니다. 크기는 비록 작지만 그 파워는 무시못할 정도로 지금의 탄자니아가 탕가니카라 불리우던 시절, 잔지바르와 나라를 합치면서 탄자니아가 되었다고 합니다.

 

즉, 탄자니아 = 탕가니카 + 잔지바르

 

취미생활로 열대어를 기른지도 이제 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구피나 플래티 같은 난태생 열대어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요즘은 다소 생각이 없어보이는 난태생 열대어에 비해 성격은 괴팍한 편이지만 나름 귀여운 구석이 많은 시클리드과 열대어들에게로 관심이 옮겨졌습니다. 시클리드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아프리카의 탕가니카 호수에 주로 사는 아이들을 탕가니카 시클리드(일명 탕어)라고 부릅니다. 저는 탕어 중 현재 오셀라투스라는 놈들을 기르고 있죠. 위의 탄자니아 지도를 보면 왼편으로 탄자니아와 콩고 사이에 길게 놓여진 탕가니카 호수를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진작 알았으면 탕가니카 호수에도 한 번 가보고 오는 건데요...   

 

 

잔지바르의 역사와 그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에 대해서는 저까지 굳이 이 자리를 빌어 밝힐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제가 잔지바르에 대해 남기고 싶은 몇 마디가 있다면, 첫째,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주민의 95%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고있는 무슬림들의 나라라는 것과 둘째, 잔지바르의 축소판이자 현재의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톤 타운(Stone town)이 매우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째는, 스톤 타운만큼 매력적인 해변이 섬 주위에 펼쳐져 있다는 것 정도랍니다. 

 

 

黑과 白,

 

 

舊와 新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곳이기도 하죠.

 

 

잔지바르의 스톤 타운을 이름나게 만든 것은 아랍풍 물씬 풍기는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생각보다 혹은 소문만큼 이 미로를 통과하는 일이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왜냐, 복잡한 건 사실이지만, 몇 시간을 헤맬만큼 크진 않거든요. 제가 겪은 우스운 일은, 지도 없이 걸어다니면 어, 또 벌써 여기야? 하게 되는데, 막상 지도를 보면서 뭔가를 찾아가려면 버벅거리게 된다는 점이죠. 미로긴 미론가봐요 ^^; 

 

 

 

아직도 잘 남아있는 아랍 전통 문양의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아프리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여성들도 거의 대부분 머리를 가리고 다닙니다. 저 역시 이슬람 지역인 잔지바르에 오기 위해 한국에서 급히 구한 5,000원짜리 고무줄 치마를 입고 다녔습니다.

 

배낭 여행시 치마를 입어본 게 이번이 처음인데, 뜻밖의 편리함에 매우 놀랐습니다. 앞으로는 애용하는 품목이 될 듯 싶습니다.  

 

 

맨홀 뚜껑 하나에도 잔지바르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잔지바르까지 진출한 마사이족입니다. 진짜 일자로 쭉 뻗은 그들의 몸이 넘 멋집니다. 안 그래도 요즘 월드컵 경기 보면서 이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렇게 곧게 뻗은 몸에서 나오는 유연함이라니... 저는 정말이지 몸치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맨발이거나 혹은 자동차 타이어를 슬리퍼로 개조(?)하여 신고 다니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마사이족의 워킹을 따라하려면 특수 설계된, 엄청난 가격의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데 말이죠. 

 

 

 

하쿠나 마타타라고 쓰여져 있는 배를 발견했습니다. ^^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1위, 잠보~(안녕) 2위, 무중구(외국인), 3위가 바로 이 하쿠나 마타타(No problem)랍니다. No problem이라... 인도를 여행하신 분들이라면 이 No problem이 problem과 동일하게 느껴지시겠죠 ^^ 요즘은 불교 공부를 하고 있어서인지, 예전 여행시에는 그저 짜증나게 만들었던 그들의 No problem이란 대답이 이제와 새삼 부럽게도 느껴집니다. 이왕 엎질러진 물, 담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음에 다시 No problem이 난무하는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덜 화내면서 다닐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근데 저 뒤의 배에는 글레디에이터라고 쓰여져 있는 건가요?

 

 

다르에스살람에 이어, 잔지바르에서도 오렌지 행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오렌지를 먹을 때에는 손으로 힘주어 껍질을 깐 뒤 하나씩 분리해서 먹는데요, 이 동네에서 오렌지를 사면 칼로 아주 얇게 사과 껍질을 까 듯 오렌지를 돌려가며 껍질을 저며냅니다. 그리고 나면 위 사진 속에 쌓여져 있는 것처럼 제법 두툼한 하얀 속껍질을 그대로 드러내게 되죠. 그리고 그 놈을 가로로 반을 뚝 잘라줍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반토막난 오렌지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오렌지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입으로 갉아(?) 먹습니다(입이 직접 오렌지에 닿게 되므로 위생상 겉껍질을 도려내는 것 같습니다만 아저씨 손이나 칼을 보면 그 행위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 덕분에 길거리에는 마늘 장아찌 속 빼먹고 난 껍질 마냥 쌕쌕이 알맹이가 쏙쏙 빠져나간 오렌지 속 껍질이 널려있습니다. 그렇게 몇 번 먹고 나니까 처음엔 먹기 불편했는데 점점 잘 긁어 먹게 되더군요.

 

맛이요? 색이 저래보여도 맛은 정말이지 끝내줍니다. 1개 50원 정도인데 둘이서 얼마나 먹어 치웠게요...(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파블로프의 개가 따로 없습니다. 침이 화악~ 고이는 것이) 현지에서 따로 제철이 있는 과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르에스살람이나 잔지바르에서 저런 아저씨를 만나면 꼭 한 번 드셔보셔요. 초강추랍니다. 

 

 

 

 

 

 

 

이쪽 분야는 문외한이라 ^^ 그래도 대략 발리에 가면 발리 전통풍이랄까, 그런 그림들의 독특한 양식이 눈에 들어오듯, 이 곳 잔지바르에서도 저절로 눈에 뜨이는 그림들이 있더라고요. 그냥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그림인데도 나름의 feel이 팍팍 전해지던, of 아프리카, by 아프리카, for 아프리카.

 

 

누가 뭐래도 제게 있어 스톤 타운 최고의 명물은, 밤이면 Old Fort 맞은 편 바닷가 광장에서 펼쳐지는 야시장입니다. 어둑어둑한 저녁에만 나오고, 먹느라 정신 없었기에 사진 한 장 찍어두지 않았지만... 몇 시간 전에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들이 각자의 좌판마다 펼쳐져 있고, 이를 손님이 원하는대로 간단히 요리해주는 요리사 하나, 감자를 푸대채 가져다 놓고 열심히 감자를 깎아대는 조수 1 하나, 멀찌감치서 기름을 가득 부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튀김 담당 조수 2 하나, 튀김 기름 온도를 높이고자 곤로 아래 장작더미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제법 큰 꼬마 3 하나, 좌판에 파리가 앉지 않도록 여기저기 부채질하고 있는 정말 작은 꼬마 4 하나, 각종 심부름 및 음료수 부분을 맡고 있는 조수 5 하나... 각 팀마다 멤버 모두가 한 식구처럼 보입니다. 전기를 끌어올 수 없기에 더운 날씨 속에서도 얼음장처럼 차가운 음료수 하나 제대로 마실 수 없고, 때가 눌어붙은 지저분한 탁자에 의자는 곧 부서질 것처럼 삐걱거리며, 파리와 모기떼의 더블 공격을 받아야 하는 신세지만, 몇 번이고 몇 시간이고 서성거리고 분위기를 즐겨봐도, 이 곳만큼 즐거운 곳은 잔지바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천국에... 술을 안 파는 겁니까... 120% 완벽한 술 안주를 눈 앞에 두고, 그냥 안주만 집어 먹어야 하는 이 괴로운 현실...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ㅎㅎㅎ (앞서 밝혔듯 이 곳은 무슬림들의 땅입니다 -_-;)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