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헤아려 봅니다.

 

괌, 필리핀 엘니도와 세부, 사이판, 몰디브... 체험 다이빙을 해보거나 스노클링을 해 본 곳입니다.

 

이번 발리 여행에 로비나를 찾은 이유에는 아침마다 로비나 해안을 찾는다는 핑크빛 돌고래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발리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라는 멘장안(Menjangan)도 놓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휴양지에 대한 정보가 탁월한 www.aq.co.kr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이 중 멘장안에서 스킨 다이빙을 즐기신 한 회원분의 글과 사진이 너무나 환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아쿠아에 회원 가입을 하신 분이라면, http://aq.co.kr/board_map/index_honor.html?url=/aqua_areainfo/bali/write/2005/nadia.htm?cn_idx=4799&pop=ok 의 글과 사진을 꼭 봐주셔요)

 

그 글과 사진에 김원장의 필이 꽂혀버렸는데, 아직 저희가 스킨 다이빙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즉시 김원장은 스킨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게 발리로 떠나기 불과 이틀 전 이야기인데, 저는 사실 스킨 다이빙에 약간의 공포심이랄까, 아니 바다, 특히 상어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데다가 -_-; 다른 여행 준비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어해서 컴퓨터 한 대 가지고 약간의 쟁탈전이 있었습니다. 결과야 뭐, 늘 그렇듯 김원장의 승리로 끝났죠 ^^;

 

결국 김원장은 야간에도 강습이 가능한 대전 내의 잠수풀장을 알아내고 컨택을 하여, 결국 진료가 다 끝난 뒤 허겁지겁 저녁을 쑤셔넣고 수영복 하나를 챙겨든채 늦은 밤, 잠수풀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끔 느끼건데, 저럴 때는 정말이지 추진력 하나는 끝내줍니다. -_-;

 

너무나 친절하신 강사분을 만나 약 1시간 30분 가량 간단한 잠수법을 배웠습니다. 물론 하루만에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강사분께서는 내일이라도 하루 더 나와 배우고 떠나기를 권하셨지만, 사실 아무리 잠수복을 입고 있어도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의 온도의 잠수풀에서 물질을 해대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게다가 대충 샤워를 마치고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잠수풀장을 나오니 어찌나 춥던지... 하루 배우고 의기 충만해진 김원장에게 <하루 더 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여행가서 고생한다>는 핑계로 출발인 전날은 그냥 강습을 쉬었습니다.   

 

여하간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발리에 왔고 다시 북단의 로비나로 왔으니 이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멘장안으로 얼른 가야겠죠?

 

로비나에서 멘장안으로 가려면 아래의 스파이스 다이브 회사를 찾으시면 됩니다.

 

http://www.balispicedive.com/hal2.html

Tel : 0362-41509, 41512

E mail : spicedive@hotmail.com

 

저희는 1인당 27.5불에 했는데요, 로비나 숙소까지의 왕복 트랜스퍼와 스노클링 가이드, 스노클링 장비 몽땅을 비롯 점심까지, 특별히 따로 돈을 가져갈 필요가 없게끔 모든 걸 다 포함한 가격입니다. 전날 이 곳으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는데, 어디에 묵고 있고 언제 데리러 오냐 등등은 그런대로 질문하고 알아듣고 했는데, 뜬금없이 점심 메뉴는 뭘할거냐 물어보는 바람에 못 알아듣고 헤맸습니다. 역시 아직도 전화를 통해 영어를 듣고 말하기엔 갈 길이 멀군요. -_-; (이 점은 항상 반복입니다. 여행을 나가면, 100이면 100, 꼭 다짐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 들어가면 영어 공부 한다'는 것이 바로 그 것이죠. 그러나 100이면 120, 한국에 들어오면 그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에이~ 이번에도 무사히 갔다왔는데...'로요 -_-;)

 

어쨌든 이번에도 무사히 ^^ 숙소 앞 마당에서 약속시간에 우리를 데리러 온 아저씨를 만났고, 이 아저씨 차를 타고 스파이스 다이브 사무실로 가서 발과 얼굴에 맞는 스노클링 장비를 각각에 맞도록 찾아 골라 주는 것을 확인하고(구명조끼 필요하냐? 묻길래 잠시 갈등하다가 고럼~ ^^ 하고 구명조끼도 한 벌씩 받습니다), 돈을 지불하고, 우리 둘만을 위한 가이드를 소개받고, 다시 차에 올라타 북부 해안을 따라 멘장안으로 이동합니다.     

 

멘장안 근처의 선착장에 도착하면 멘장안 섬을 향해 배를 타야 합니다. 선착장에는 여러 다양한 지역에서부터 이 곳으로 모인 외국인들이 몇 팀 더 보입니다. 그 중 우리는 인도네시아 남성-독일 여성 커플과 한 배를 타고 멘장안으로 이동합니다.  

  

 

 

 

멘장안으로 향하는 배가 많이 흔들리진 않았지만 워낙 배에 취약한 김원장에게 진작 키미테를 붙여주고, 혹시나 하여 선블록도 바릅니다(날이 그다지 쨍! 한 편은 아니라 이 날 둘 다 그냥 얼굴만 발랐는데 요즘 후회하고 있습니다 -_-;). 안경을 벗고 1회용 렌즈를 착용한 김원장 뒤로 인상파 우리 가이드가 보입니다. 선블록을 바르다 찍었더니 웃기네요. ㅋㅋ 

 

 

저희가 탄 배도 대략 저런 모양입니다. 멘장안에는 포인트가 두 곳이 있는데, 한꺼번에 여러 명이 몰리지 않도록 가이드들끼리 조절을 하는 것도 같습니다. 저희는 포인트 1 -> 포인트 2 순으로 이동했는데 다른 팀은 포인트 2 -> 포인트 1로 이동하더라고요. 위의 저 배는 포인트 2를 향해 가는 중입니다.

 

 

저한테 일본말을 건네다가 당황한 다른 팀의 가이드가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남성-독일 여성 커플은 저희와 같은 포인트에서 스노클링이 아닌, 다이빙을 하는 팀입니다. 배에서 다이빙 슈트를 입고 벗고 하느라 잠시 포르노 소동 ^^ 이 있었습니다.

 

멘장안섬의 포인트 1에 도착해서 가지고 간 장비를 다 착용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스노클링을 시작합니다. 겉에서 바라보는, 평소 보던 다른 바다와 그다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그 속은, 우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밝힌 그 어느 곳보다도 멘장안이 훌륭합니다.

 

저희가 포인트 1의 산호지대를 왕복하는 동안 다른 커플은 근처에서 다이빙을 하고 다시 함께 포인트 2로 배를 타고 이동합니다. 그리고 맛난 점심을 먹습니다. 저는 나시 고렝, 신랑은 샌드위치를 주문했었는데 기대 이상의 훌륭한 도시락이 저희 앞에 놓여집니다.

 

 

그 독일 여성입니다. 저도 비키니 입고 싶어요 -_-;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원장입니다. 스노클링이래봐야 발만 휘적거리는건데 생각보다 열량 소모가 많은 모양입니다. 호흡법이 달라서 그럴까요? 어쨌거나 배도 든든하겠다, 몸은 늘어지는데 마땅히 누울 만한 비치는 따로 없습니다.

 

 

저희 팀이 식사를 하고 잠시 쉬는 가운데 다이버 복장을 한 일본인 여성 둘이 또 나타났습니다. 저도 결혼 전에 대학 친구들과 괌에도 가고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등에 갔었던 적이 있는데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신랑과 하는 여행과 또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신랑과 밤새 술을 못 마시지만 - 피차 원하지 않는 분위기 ^^; - 친구들과는 지금 당장이라도 말술을 들이킬 수 있을 것만 같은... 예전 친구들과 함께했던 여행을 되새기게 해주는 여성팀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친구들끼리 동남아로 무리 없이 다이빙 투어를 갈 수 있는 경제력을 얼렁얼렁 갖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포인트 2는 포인트 1보다 좀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습니다. 포인트 1도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였거늘... 바위 틈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색상의 가재들(살아있을 때의 아름다움이 쪄놓고 난 뒤의 맛보다 더욱 환상적입니다)부터 <니모를 찾아서>로 유명해진 크라운 휘시, 각종 해삼들, 그리고 형형색색의 산호초들, 엄청난 크기의 징그러운 문어, 하늘하늘 유혹하는 말미잘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끼리끼리 혹은 흠뻑 어우러져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순간 민물 열대어만 기르지 말고 해수어를 길러봐야겠다는 지름신이 제 머릿속에 당도합니다). 뭔 물고기들이 그리도 똥을 싸대는지 원, 바로 눈 앞에서 뿡뿡 거리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와 얼굴 근육이 찌그러지면서 물안경으로 물이 새어 들어오곤 합니다. -_-;

 

그러다 어느 순간, 가이드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헉, 드디어 저보다 더 큼지막한 상어를 발견합니다. 상어 공포증이 있는 저로서는 순간 스노클에 물이 들어옵니다. 쿨럭. 사실 몰디브에서 상어 여러마리를 본 적이 있지만 그것들은 새끼들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두렵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멘장안의 상어는 그 크기에서부터 제게 엄청난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가이드 아저씨, 저 좀 살려주셔요~ 발질을 열심히 해서 가이드에 딱 붙어 갑니다. 어느 순간, 상어는 제 시야가 닿지 않는 심연 속으로 사라지고 저는 그새 그 사실을 잊은 채 다시 아름다운 수중 세계에 매료되어 버립니다. 멘장안, 최곱니다. 최고! (다음엔 꼬옥 디카를 업뎃하고 물질시에는 수중 하우징까지 마련하여 이렇게 말로만 떠들지 않겠습니다).

 

스노클링을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두 번을 하고 나니 몸이 물먹은 솜처럼 늘어집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파도까지 한 몫 하는 터라 김원장이 가벼운 멀미를 합니다. 다시 차에 올라타 1시간 가량의 드라이브 끝에 숙소로 돌아온 김원장, 너무 열심히 놀면 저렇게 장렬히 전사합니다. -_-;

 

 

참, 스노클링을 할 때 저는 팔장을 끼고 했는데, 김원장은 뒷짐을 지고 했습니다. 발리에서 돌아온 뒤, 저희 둘 다 귀 뒤부터 껍질이 벗겨진 것을 필두로 하여 허벅지, 종아리 순으로 탈피를 하고 있는 중인데, 김원장은 뒷짐 지었던 팔도 까맣게 타버렸네요. 오늘 내일 안으로 마저 벗겨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파충류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좀 더 크려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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