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HELL'S GATE NATIONAL PARK !!!

 

지옥의 문 국립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었습니다.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은 이 동네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곳입니다. 이 공원이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엄청난 장점을 일단 차치해두고, 레인저나 가이드가 없이 나 홀로, 또한 차를 안 타고도(즉 두 발로 걸어서 ^0^) 사파리를 할 수 있는 단 두 곳 중 한 곳이거든요. 기타 다른 부대 설명 없이 가이드북에 소개되어있는 이 국립공원에 대한 설명 중 또 다른 두 문장을 슬쩍해 보겠습니다. 

 

...The park is home to a wide variety of bird and animal life. Zebras, Thomson's gazelles and baboons are all common, and you may encounter the occasional cheetah, leopard or ostrich...

 

캬~ 다시 봐도 멋진 문장입니다. 저런 것들이 all common 하다지 않습니까? 여기서 잠깐 이 국립공원의 지도(퍼온 곳은 앞 글과 출처가 같습니다)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저희가 묵은 숙소에서 일단 나이바샤 타운 방향으로 나가는 아무 차나 타고 2~3 km 정도 오면 아래 지도의 1번 지점에 도착합니다(헬스게이트를 외치면 알아서 내려줍니다). 제가 위의 사진을 찍은 지점이기도 하죠. 이 국립공원을 걸어서 한 바퀴를 돌면 22 km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차를 빌려 여행을 한다네요. 하지만 저희는, 제가 자전거를 잘 못타는지라 -_-; (거의 잘하는 게 없습니다) 그냥 걷기로 합니다. 거리가 상당하니 아침 일찍부터 출발하기로 하고요. 이론상 간단했습니다. 22 km / 4 km(도보 시속) = 5.5 hrs. 즉 중간에 밥 먹고 6~7시간 정도면 가능하겠지, 한 거죠.

 

사진상 제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정동입니다. 눈부셔하고 있음이 그 증거입니다.

 

 

문제라고 하면 문제인 것이, 정작 공원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Elsa gate까지는 대중 교통이 없다는 것이죠. 꼭대기 사진에 앞으로 2 km라고 나와있네요. 그래서 그 2 km를 걷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동편의 해는 저를 비추고 저는 남쪽을 향해 열심히 걷습니다(위 지도 상 2번 지점 즈음). 근데 사진으로 보니 어기적거리는 것이 웬지 사파리 끝나는 지점의 모양새군요. 아닙니다. 실제로는 기운이 넘치는, 사파리가 채 시작도 하기 전의 사진입니다.

 

2 km만 가면 입구가 나온다는데, 가끔씩 지나가는 현지인들의 차량으로 저는 얼마 걷지도 않아 재투성이 아가씨가 됩니다. 우리, 히치할까?

 

결국 짐을 잔뜩 실은 작은 용달차 아저씨가 우리 손짓에 차를 세웁니다. 헬스게이트요! 거기까진 안가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가세요. 아니어요, 일단 타요.

 

우리는 신이 나서 짐칸에 또 두 개의 커다란 짐이 됩니다. 이젠 우리가 동네방네(뭐, 주변에 동네가 있는 건 아니지만) 먼지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ㅎㅎ 허탈하게도 아저씨가 몇 백 m도 안가서 본인의 목적지에 다 왔답다며 차를 세웁니다. 두 분은 이리로 계속 쭈욱~ 가세요. -_-;

 

그래서 저희는 아저씨 말대로 계속 쭈욱~ 갑니다.

 

 

드디어 3번 지점인, 진짜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의 시작점인, Elsa gate에 도착합니다. 입장료도 내고, 기념품샵에 들어가서 벌써 모자랄 것만 같은 -_-; 물도 더 쟁여두고, 앞으로 화장실이 없을 것 같아 억지로 힘도 줘봅니다. 매표소 앞에서 본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의 그림지도입니다. 축척이 엉망이네요. 다시금 보기 좋은 지도를 들이대봅니다. 제가 위에서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상에 이 공원이 위치해 있다고 했었죠? 지구의 고랑이라 불리우는, 달에서도 보인다는 Great rift valley. 

 

지금으로부터 대략 50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서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그간의 열대우림이 건조한 사바나로 바뀌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남북 길이 6천500㎞에 이르는 세계 최대 계곡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가 탄생하고 주변에 긴 산맥이 만들어졌다네요. 제가 직접 그 안에 발바닥을 딛고 서보니 물 마른, 엄청나게 큰 호수 바닥에 서 있음을 절절히,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아래 녹색 지도 상에도 연한 색의 물 마른 계곡(?)이 보이시죠? 이 계곡의 양 변은 절벽이라니깐요. 지도에도 Hell's gate cliffs라고 쓰여져 있네요(제 가이드 북에는 cliffs 대신 gorge라고 쓰여져 있답니다. 관점의 차이죠). 다시 말해 이 곳은 예전에 아주 커~다란 호수였고, 그 물이 헬스게이트, 즉 지옥문을 통해 Lower gorge(Ol Njorowa)로 우르릉쾅쾅 떨어졌던 것이죠.

 

 

글로만 떠들어댈게 아니라 직접 사진을 보시죠. 아무래도 그 편이 낫겠죠?

 

 

 

웬 한국 남성이 그 물마른 호수 바닥을 걷고 있습니다(첨부한 지도의 4, 5번 까만 점 부근). 그 남자 앞으로 본격적인 계곡이, 까마득한 예전의 위용을 드러내며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양 옆에 펼쳐진 초원으로는 가이드북 설명 그대로 'Zebras, Thomson's gazelles and baboons'가 정말 뛰어 다닙니다. 물론 여기에 빠지지 않고, 우간다에서 만났던 아프리카 멧돼지 wathog이 온 가족을 끌고 흙먼지를 폴폴 일으키며 질주해댑니다. 라이온킹 만화에서 보듯 '하쿠나마타타'라면 도망가지 말 것이지. 

 

 

드디어 제가 지도에 어설프게 numbering한 6번 지점, Fischer's Tower에 이르릅니다. 보기에는 저래보여도 25m에 달하는 화산암이라네요. 백인들은 여기까지 와서 저 암벽을 탄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앞에는 타다가 떨어지면 다 네 책임이니라~ 운운의 경고문이 쓰여져 있네요 ^^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Fischer's Tower가 전체 루트 상으로는 그다지 진행된 지점이 아닙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저희의 전투력은 슬슬 떨어지고 있음을 알아채게 됩니다. 오호 이런, 위기군요. 

 

저희는 이제 본격적으로 히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습니다. 가이드북을 보면 이 공원은 자전거를 타고들 댕기는 것처럼 묘사가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자전거 타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니, 아예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시작한 것일까요? 일단은 포기하고 - 천천히 걸으면 10시간 내에는 주파하겠지, 서로 자위한 것도 같습니다 - 메인 루트를 계속 걷습니다. 다행히 주변의 동물들이 옆으로 걸어다니는 우리를 같은 동물로 생각해 주는 듯 거리를 두지 않아 볼 거리는 많습니다.  

 

그러다 나타난 한 대의 사파리 차량!  

 

손을 열심히 흔들어 보지만 쌩, 지나갑니다.

 

다시 저희는 갈 길을 갑니다. 그러다 또 한 대의 사파리 차량이 나타납니다. 여기요~ 여기요~

 

끼이익 ---

 

만세! 그 차가 저희 앞에 섰습니다. 제 나이 또래로 보이는 백인 남자 셋이 타고 있네요. 덜컹, 후방 트렁크 부분이 열립니다. 저희가 얼른 그 위로 올라서려니 뒷 좌석의 남자가 차 안의 짐을 들고 내리며 (짐이 되려는) 저희를 만류합니다. 

 

"뭐해?"

"응, 뒤에 타려고."

"무슨 소리야. 앞에 타. 차 안의 짐을 뒤로 옮기면 돼."

 

고맙게도 저희는 뒷 좌석을 얻어탑니다. 그리고 그들이 미국인임을 곧 어렵지 않게 알게 됩니다. 겨우 아프리카의 영국식 영어가 귀에 익숙해질랑말랑 하는데 그들의 발음은 그야말로 느끼한 빠다 그 자체더군요. 미끄덩미끄덩 입 안에서 굴러다니는게 도통 못 알아듣겠습니다. 그저 씨익, 웃어줄 뿐.    

 

그들 덕분에 7번 지점까지 휘리릭, 도착합니다. 고마와라. 이렇게 두 번째 히치가 끝납니다. 바로 지옥문을 통해 Lower gorge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Lower gorge는 이름 그대로 더 깊숙한 협곡 아래로 찾아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지옥문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라니, 저승사자가 따로 없네요. 그 때문에 트레킹을 시작해야 하는 부분에 알아서 몇 가이드 아저씨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도 그 중 한 아저씨와 함께 트레킹 루트 결정과 짧지 않은 요금 협상 후에야 lower gorge로의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첫 부분은 제가 싫어하는 내리막길, 또 내리막길, 또또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집니다(저는 내려가면서 속으로 생각합니다. 흑, 내려온 만큼 또 올라가야할텐데...-_-;)    

 

 

저승사자를 따라 지옥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_-; 천당 가고 싶어요.

 

 

트레킹 중 만난 이름모를 새알입니다. 엄마는 바위 틈 깊숙히 애들 둘만 남겨두고 어디로 마실 갔을까요?

 

 

협곡이 괜히 협곡이 아닙니다. 이름에 걸맞는 지옥문 협곡을 따라 내려갑니다.  

 

 

드디어 다소 평평한 지역으로 나왔습니다. 우리 가이드 아저씨는 무슬림이신가 봅니다.

 

 

예전에는 이 길로 세차게 물이 흘렀을텐데... 아직도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잠시 황홀해집니다. 제가 정신없이 위를 바라보고 있네요. 손이 닿는 높이에는 여지없이 아무개 왔다갔다 낙서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스위스 융프라우 꼭대기에서도, 이탈리아 베로나 줄리엣의 집에서도, 어디서든 낙서는 빠지지 않았죠. 어느 누군가의 여행기에서 진짜 오지라고 생각했던 어떤 곳의 화장실 벽에 쓰여진 한글 낙서를 보고 황당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비록 여기에서 한글을 찾아볼 순 없지만, 낙서에 대해, 나의 이름을 남기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현재 헬스게이트 국립공원 아래로는 부글부글 마그마가 끓고 있습니다. 곳곳이 용암이 밀려나와 굳어버린 바위탑들을 많이 볼 수도 있고, 공원 주변 여기저기에 그 지열을 이용하여 에너지화 시키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Lower gorge를 트레킹하다보면 군데군데 수증기가 피어오릅니다. 가이드 아저씨는 저희에게 그 광경을 직접 보여주고자 야트막한 절벽을 직접 오르게끔 시키기도 합니다. 시키는대로 부들부들 떨면서 올라가 수증기가 펄펄 올라오는 자그마한 웅덩이에 손을 넣었더니 앗, 뜨거! 소리가 절로 나오도록 뜨겁습니다. 여기가 지옥이 맞는게야... 어쨌거나 출출해지면서 괜시리 달걀이 그리워지네요. 일본 온천에선 그렇게 삶아팔기도 하잖아요.

 

위의 사진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저희가 봤던 곳 중 가장 수량이 풍부한 폭포 온천(?)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근처의 마사이족들이 아침에 이 곳으로 샤워하러 온다고 하네요. 마사이족의 샤워장이라... 아무리 아프리카에 와 있다지만 여전히 현실감이 떨어지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그 '마사이'입니다. 저희는 아저씨가 계신 관계로 샤워는 못 하고 -_-; 따땃한 물에 물장난을 칩니다. 물 튄다고 사진기를 아저씨께 맡겼더니 저런 작품이 나왔네요. 얌전한 남편과는 달리, 저는 발을 담그고 첨벙거리고 있습니다. ㅎㅎㅎ

 

 

 

내려갈 때는 저리 엉거주춤해도 내려서면 금방 장난모드로 바뀌는 아줌마입니다. -_-; 이미지 관리는 언제나 들어가죠?

 

 

내리락 오르락을 한 끝에 Grand Canyon View Point에 다다릅니다. 그랜드 캐년이 미국에만 있는게 아니네요. 끝이 안 보이는 멋진 캐년은 비슷할지라도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더 녹음으로 우거진 그랜드 캐년입니다. 야~호~ 

 

 

왼편의 신랑이 바라보고 있는 오른쪽의 커다란 바위가 central tower입니다.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의 커다란 두 타워 중 하나입니다. 저 위의 사진에 제가 점거했던 다른 타워가 있었죠? (Fischer's tower) 수많은 바위 중 그렇게 두 타워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샤워하러 온다는 그 마사이족이 사는 마을입니다. 마사이족 마을이라는데 웬 하얀 자동차가 다 있는지... 진짜 그 곳으로 샤워를 하러나 오는지 궁금해집니다. 겉으로는 저래도 안으로 들어가면 삐까뻔쩍 잘해놓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농담입니다. 저 차의 정체는 파악이 안 되었지만 적어도 멀리서 쌍안경으로 바라보건데 삐까뻔쩍과는 거리가 상당한 모습입니다. 쌍안경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이유는? 저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답니다. 가이드 말로는 일종의 donation이라는데 그 말에 썩 신뢰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냥 제낍니다. 그리고 다시 언덕을 오릅니다. 오르다 마사이 할머님을 한 분 만납니다. 까만 마사이 할머님이 까만 염소들을 끌고 방목 중이십니다. 할머님의 굵게 주름진 골이 패인 얼굴, TV에서 익히 보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행색이 추레한 할머님을 뵈고나니 다시 donation 생각이 납니다. 들어가서 구경(?)하고 돈 좀 낼 것을 그랬나...

 

가이드 아저씨는 저희를 다시 평지에 올려놓고 나서야 헤어집니다. 다리는 이제 많이 풀려버렸는데 지도를 보고 저희의 위치를 파악하니 이제야 반환점을 마악 지난 형국입니다. 이럴때 저희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또 다시 히치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쪽으로 들어오는 차는 가끔 보여도 나가는 차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저희는 계속 공원 외부를 향해 노래를 부르며 걷습니다. 주로 행진곡풍의 노래를 부릅니다. 꼬마자동차 붕붕이나, 앞으로 앞으로 따위요. ^^ 

 

 

신랑이 앞으로 앞으로 걷고 있습니다. 저~ 앞에 양복을 차려 입으신 현지인분이 잠시 저희에게 기대를 부풀어 넣습니다. 혹 버스를 타러 가시는게 아닐까? 보폭을 크게 해 따라가 봅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저기 하얀 수증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광경이 보이시죠? 앞서 말씀 드렸듯 지열을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리고 있는 곳의 모습입니다. 그리로 쏙 들어가버리십니다. 흑흑, 좌절모드.

 

그러나 다시 희망이 생겼습니다. 유일무이하게 지나가는 용달차 한 대가 저희를 발견하고 먼저 차를 세웠거든요. 3번째 히치입니다. 아저씨 역시 근처 지열 발전소에서 근무하신다고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지점까지는 못 태워주지만 그래도 근무지까지만이라도 타라네요. 이게 웬 떡인지. 저희는 그 발랄한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정말 너무 즐거울 수 밖에 ^^;) 걸어야 하는 몇 Km를 단축시킵니다. 역시나 한국인인 저희를 놀라와하는 아저씨. 악수까지 하고 통성명을 했는데도 성함이 기억 안 나네요. -_-;

 

4번째 히치는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의 또 다른 입구이자 출구인 'Ol Karia gate' 앞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도 메인 로드로 나가는 교통편이 없습니다. 지도를 다시 꺼내보았자 좌절만 더해질 뿐입니다. 그런데 매표소 직원분이 터덜거리는 우리의 몰골을 보더니 잠시 기다려보랍니다. 차도 없는데, 뭘.

 

잠시 후 놀랍게도 커다란 트럭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보조석에 앉은 누군가와 한참 쏼라쏼라 하시더니 우리보고 이 뒤에 타랍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인사를 여러번 꾸벅꾸벅 드리고 이미 여러 명이 앉아 있는 트럭 뒤에 함께 탑니다. 그런데 저희가 올라타자 그 중 한 명이 내려 운전석에 앉아있던 운전자와 자리를 바꿉니다. 아! 그렇습니다. 이 차는 운전연습용 차량이었던 것입니다. 차 뒤에 저희와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 모두 실습을 위해 나온 학원생들이었습니다. -_-; 차량의 소통이 거의 없는 이 길을 이용하여 번갈아 운전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신랑은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그냥 내려 걷자고 합니다. 힝, 난 다리가 많이 아픈데... 결국 신랑을 설득하여 도로 자리에 앉힙니다. ^^; 그리고 차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부르릉 부르릉~

 

몇 백 미터씩 나아갈 때마다 운전자들이 바뀌느라 속도는 한없이 느립니다. 운전자들이 자리를 바꾸기 위해 차가 차도를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차를 세울 때마다 그 큰 차가 덜커덩거리며 좌우로 참 많이도 흔들립니다. ㅎㅎ 아프리카에서 운전 연습용 트럭을 다 타 보고. 지금 와 생각하니 우간다에서 바나나 트럭에 몸을 맡겼을 때처럼 조금은 무모했지만, 그래서 그만큼의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연습생들과 아쉽고도 다행인 ^^; 인사를 무사히 나누고 내린 곳은 드디어 대중교통이라 할 수 있는 승합차가 서 있는 버스 종점이었습니다. 숙소에서 공원으로 올 때 한 번, 그리고 공원 안팎에서 히치 4번, 토탈 6번째 이번 승차는 유료 승차가 되었습니다. 연습용 트럭을 타고 와서인지 돈을 낸다는 행위 자체가 제게 묘한 안심을 줍니다. 역시 무형의 서비스는 유형의 재화와 상호 교환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 그러나 이 버스는 메인 로드에 올라선 뒤 숙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노선이었기 때문에 메인 로드에서 또 차를 갈아타야만 했습니다. 갈아탈 때 또 잠시 생쇼를 합니다만 이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_-;

 

그렇게 총 7번의 승하차를 거듭해서야 내 집과 다름없이 느껴지는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옥문턱이 아니라 지옥문을 아예 들어갔다 나온 한국인 둘은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그냥 뻗고 맙니다. 자전거를 배우던지 해야지, 원. -_-;    

 

 

저희가 체험한 루트를 대략 검은 선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실제로는 검은 직선과 비슷하게 달리는 저 주황색 곡선을 따라 움직였답니다. 고생한 만큼 기억에 굵고도 길게 남을 것 같습니다. 당시 히치로 우리를 태워준 4번의 다국적 운전자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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