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lonelyplanet.com/mapshells/africa/kenya/kenya.htm>

 

드디어 우간다에서 케냐(Kenya)로 넘어 왔습니다. 케냐에서 처음 찾은 곳은 카카메가 숲(Kakamega forest)입니다. 우간다 음발레에서 토로로(Tororo)로, 토로로에서 국경 도시 말라바(Malaba)로, 말라바에서 국경을 넘어 다시 붕고마(Bungoma)로, 붕고마에서 무미아스(Mumias)를 거쳐 카카메가로, 카카메가(마을)에서 시냐루(Shinyalu)로, 시냐루에서 카카메가 숲의 이시체노(Isicheno)로... 아침 일찍 서둘렀더니 오후에, 아직도 해가 웬만한 높이에 떠 있을 즈음 카카메가 숲에 도착했습니다.

 

 

카카메가 숲은 쉽게 말해 드넓은 "원시처녀열대우림"지역입니다(무슨 단어를 먼저 써야 하는지 영어 번역을 잘 못하겠네요 -_-;). 우리는 흔히 개발이 덜 된 만큼 자연이 잘 보호되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이만큼 남아 있는 곳이 드물답니다.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케냐의 꽤 서쪽에 위치한 곳이라 수도인 나이로비에서도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나이로비에서라면 편도 6시간 이상 걸립니다). 저희는 우간다에서 케냐로 넘어오는 길이었기 때문에 저 루트가 그나마 쉽게 온 셈입니다.

 

음발레에서는 토로로 경유 말라바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사람이 모두 차기 까지 한 시간을 기다렸고, 말라바에서 국경을 가는 차의 운전 기사 아저씨는 본인 볼일 보느라 말라바 시내를 빙빙 돌아 승객들의 원성을 샀으며, 국경에서는 카카메가를 간다고 했더니 얼른 타라고 해서 꼴찌로 껴서 올라탄 차가 붕고마를 가는 차였고, 붕고마에서 우리 둘은 무미아스 경유 카카메가를 가는 차로 넘겨졌고(정말 차장들끼리 쑥덕거리면서 돈도 주고 받고 하더니 저희를 넘겼습니다 -_-; 꼭 인신매매 당하는 기분), 카카메가에 도착해보니 국경에서 비자 받고 얼마간 거슬러 받은 케냐 현지 돈이 차비로 다 날아갔더군요. 

 

환전소가 없는, 크지도 않은 카카메가 시내에서 돈을 찾느라 은행을 두 곳 돌아다니고, 그마나 은행에서 말이 안 통해서(이제야 알았습니다. 제 영어 실력이라봐야 금융 용어에 한없이 취약하다는 것을) 은행을 찾아오는 것만큼 또 헤매어 결국 케냐 실링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기쁨이란! 김원장도 장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 이제 긴장이 풀려서인지 배가 고파 오네요. 

 

뼈만 앙상한 닭다리를 발라 먹으며(과연 이게 내가 시킨 닭 요리가 맞는지?),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을 직접 손에 부어주는 그들 식당의 시스템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역시나 예상을 깨지 않는 화장실에 괴로워하다가 더 늦기 전에 카카메가 숲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작은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면서 카카메가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탈 수 있는지 묻습니다. 거스름돈이 없다며 한 웅큼 사탕을 쥐어주는 인도인 아줌마(동아프리카 상권은 인도인이 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음, 우리 나라도 10원 짜리 대신 사탕을 주는 구멍 가게가 있죠. 그러나 아줌마가 가르쳐 준 곳에선 버스가 없답니다. 모두들 택시를 타라고 하네요. 흠, 그럼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아니 택시가 지나가는 우리를 불러 호객합니다. 가격을 엄청 때리는군요. 아마도 그의 한 달 월급은 되겠습니다. 누굴 바보로 아나. 저희는 꿋꿋하게 인상 좋은 사람을 볼 때마다 카카메가 숲을 부르짖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 곳으로 가는 픽업 트럭을 개조한 미니 버스를 발견합니다(버스 정류장에서 시냐루행 차를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아래에서 보시는 것처럼 차 옆면에 행선지가 간단하게 쓰여져 있거든요). 야호!

 

 

짐칸을 개조한 곳에 낑겨 타긴 했는데, 시냐루 마을까지는 야트막한 오르막의 비포장 도로입니다. 아~ 엉덩이가 쿵쿵 울려댑니다. 저는 그나마 엉덩이 터질 듯 꽉꽉 밀려 앉았지만, 이 와중에 허리도 펴지 못한 채 밀레의 '이삭 줍기' 자세로 작은 공간에 서서 가시는 분도 꽤 됩니다. 이렇게 모두들 썩 좋지 않은 자세로 30분을 달려 시냐루 마을에 겨우 도착합니다.  

 

 

 

시냐루 마을의 모습입니다. 이제 저를 카카메가 숲까지 데려다 줄 교통 수단은 오직 저 자전거 보다보다들 뿐입니다. 미니 버스에서 승객이 와르르~ 내리자 보다보다 아저씨들도 와르르~ 몰려듭니다. 하지만 차에서 와르르~ 내린 승객들 중 보다보다를 이용하는 승객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본인들의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저희는 눈에 확 뜨이는 외국인이고, 게다가 여기서 카카메가 숲까지의 거리도 꽤 되므로 먹잇감을 놓친 보다보다 아저씨들의 집중 공세를 받습니다. 순식간에 저희 둘은 보다보다 아저씨들에 둘러 싸여 작은 위압감마저 느낍니다.

 

"야, 인상 좋은 분으로 골라"

 

김원장이 한 마디 던지길래 주위를 빙그르르 둘러봅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다 그 아저씨처럼 생겼습니다. -_-; 누군가 저희의 배낭을 빼앗다시피 벗겨 본인의 자전거에 실어 올립니다. 이 쯤 되면 어서 서둘러 결정해야 합니다. 저희는 일방적인 수세에 몰려 가격 네고를 하고, 그나마 괜찮은 안장(?)이 놓여진 자전거 주인 아저씨 둘을 골라 카카메가 숲으로 출발! 합니다. 으흐~ 저 아쉬워하는 나머지 보다보다 아저씨들.

 

시냐루 마을에서 카카메가 숲까지 들어가는데 자전거 보다보다로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야트막한 언덕이라도 나오면 자전거에서 내려 보다보다 아저씨와 함께 힘을 모아 자전거를 밀면서 가야 합니다. 심각한 도로 사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어도 엉덩이가 얼얼합니다. 김원장은 남자라서 좀 더 불편할 것 같습니다 *^^*

 

팔려고 내놓은 좌판의 물건이라봐야 바나나 몇 개가 전부인 어린이들이 지나가는 저희를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저도 카카메가 숲에서의 먹거리가 열악하다 들은지라 바나나가 보이길래 얼른 가격을 물어봅니다. 세상에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끄럽다는 듯 알려주는 가격이 200원입니다. 비록 멍키바나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무게가 나가는데... 기분이닷! 자판에 놓여진 바나나를 다 삽니다. 200원에 저나 아이나 모두 행복해집니다.

 

바나나 무더기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다시 덜컹거리는 자전거에 올라탑니다. 나중에 내려서 보니 떨어져나간 것도 몇 개나 되고 으깨진 것도 눈에 뜨입니다. 아, 그 흔한 비닐봉지가 하나만 있었어도. 아까운 내 바나나.

 

 

힘겹게 카카메가 숲에 도착해 저희가 묵은 숙소입니다. 이 곳은 냉난방이 전혀 안 됩니다. 사실 냉난방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기가 아예 안 들어오거든요(하필 이럴 때 가지고 온 랜턴이 망가집니다. 으흐흐). 나무로 만들어진 마루 바닥엔 촛농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상수도는 건물 밖에 따로이 마련한 물탱크에 빗물을 받아 해결합니다. 사진을 보시면 가느다란 선이 집과 오른쪽의 탱크를 연결하고 있는 것이 보일텐데요. 저게 바로 그 빗물을 보내주는 파이프입니다. 하수도 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저 물을 모아 아래로 보내는 모양입니다. 그 아래 어디쯤 있을 탱크는 보이지 않아 다행입니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어설픈 숙소의 어설픈 화장실의 어설픈 변기의 물이 어설프나마 잘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동물들의 습격(?)에 대비하여 저렇게 높게 지었을까요? 아프리카 여행 중 최고로 저렴했던 숙박장소였습니다(철저히 시설을 반영한 가격이더군요 ^^; 아프리카는 현지 물가에 비해 여행객 물가가 비쌉니다. 1인당 우리 돈 4,000원을 지불했습니다). 저 건물에 방은 총 4개 뿐입니다. 방 안에는 구멍 숭숭 뚫린 모기장을 보유한 싱글 침대가 두 개 있습니다. 그래도 방 3개는 이미 모두 차 있었고, 남아있던 방 하나(문고리가 고장 난, 사진 상 가장 오른쪽이 우리 방)를 예약없이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열악하다면 열악한 숙소였지만, 그래서였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이기도 합니다. 언제고 다음에 기회가 다시금 주어진다면 며칠씩 저 방에 묵으면서 카카메가 트레킹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그 때는 꼭 성능 빵빵한 랜턴을 챙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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