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은, 슬로바키아, 왼쪽은 폴란드폴란드는 참 평평하다. 그래서 그런지 슬로바키아와 경계를 이루는 타트라(Tatra) 산맥이 높다랗게 솟아있는 산 아랫마을 자코파네는 예상보다 너무 인기 있는 곳이었다. 8월말에 접어드는 요즘에도 이곳을 찾은 휴양객들, 물론 주로 폴란드인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하지만 현재 눈에 띄는 황인종으로는 오직 우리 둘뿐이다). 겨울이 오면 겨울대로 스키를 타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고 하는데, 여름은 여름대로 이렇게 주변에 널려 있는 산과 호수에서 며칠씩 피서를 즐기는 모양이다(우리로 따지자면 설악산쯤 되지 않을까?).

 

우리 역시 그런 피서객의 한 부분이라도 된 양 자코파네를 헤매고 다닌다. 공기 좋고, 날씨 좋고, 산 좋고, 물 좋은 자코파네. 비수기에 가까운 시기에 폴란드를 여행하게 되어 그간 이렇게도 많은 관광객들 속에 섞여 본 적이 없었기에 거리마다 넘쳐나는 왁자지껄에 조금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수기의 모습을 살짝 엿보는 것 같아 사실 반갑기도 하다. 어쩌면 한동안 여유로운 표정을 지닌 사람들에 굶주려있던 우리가, 반복되는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기 위해 이곳을 찾은 폴란드인들을 보면서 묘한 동지의식을 느끼는 것일지도……

 

온길을 되짚어, 타트라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지도라 이름 붙은 것들을 볼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자코파네 근교 지도를 들여다보면서도 요기도 가보고 싶고, 조기도 가보고 싶다는 내 모든 희망과, 그것이 무리한 일정이라 나를 설득하는 오빠의 바램과는 항상 몇 발짝의 거리가 있기 마련. 결국 하루는 호수로, 또 하루는 산으로 이렇게 두 곳만을, 그것도 처음 내 욕심과는 다르게 난이도를 줄여 다녀왔지만 결론적으로 자코파네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참 많이도 걸은 셈이다. 때때마다 후들후들 풀린 다리를 온 몸으로 끌어당기며 숙소로 돌아올 즈음이면 출발 당시 호기롭게 욕심부렸던 내 모습에 후회가 막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이 아니면 내 또 언제 자코파네를 찾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아침부터 설친 탓에 해가 아직 중천에 떠있을 때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에 누워 곤한 낮잠에 빠진다. 그렇게 한 두 시간 눈을 붙이고 나면 어느새 바깥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나가볼까? 숲 냄새 그득한 길을 따라 졸졸 흐르는 개울을 건너면 곧 시내 한복판이다. 한쪽에선 첼로를 켜는 엄마와 거기에 맞추어 클래식부터 흘러간 팝송까지 맑은 톤의 피리로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어린 딸, 즉석에서 관객들의 신청곡을 받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히피스러운 복장의 아저씨, 간단한 마술을 부리며 어린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피에로 등이 저절로 코를 실룩거리게 만드는 바비큐 꼬치, 4인조 밴드의 반주 아래 거품까지 고소한 생맥주, 달콤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을 듬뿍 넣은 바삭한 와플, 양젖으로 만든 이 지방 특유의 치즈 등을 파는 음식점 골목 사이사이마다 포진해있다. 넋 놓고 아름다운 선율에 빠지기도 하고, 둘러싼 관객들 사이로 발돋움해 가면서 환호와 박수도 아끼지 않고, 마술의 비밀을 캐내려는 듯 아이들 사이에 섞여 뚫어지게 바라도 보다가, 냄새에 이끌려 도톰하게 썰린 고기 꼬치를 저녁 식사 겸 안주 삼아 배불리 먹고 디저트로 한 손엔 아이스크림, 다른 한 손엔 와플을 들고 오빠를 졸라 치즈까지 골고루 골라 한 봉투 사 들고 자코파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피서를 즐기러 온 휴양객들의 여유로운 얼굴에 어느새 붉게 노을이 지고 있다. 아니, 어쩜 그들도 나처럼 한 잔 하셨나?

 

Tip

 

관광 : 1) Morskie Oko 호수(바다의 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자코파네 버스 터미널의 4번 승강장에서 오전 8시 20분, 9시 20분, 10시 20분, 10시 45분 등에 떠나는 호수행 버스(1인당 3.8즐로티)를 타면 된다. 자코파네에서 약 24Km 가량 떨어져 있는 이 버스의 종점 Polana Palenica까지는 50분이 소요되며 입장료는 1인당 3즐로티를 받는다. 입구에서부터 야트막한 오르막길을 따라 9km를 걸어가면 호수에 닿을 수 있으며(편도 2시간), 이외에도 여력이 남는다면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본다거나 더 깊숙이 위치한 또 다른 호수, Czarny Staw pod Rysami까지도 갈 수 있다. 여러 마리의 말이 끄는 커다란 마차가 버스 종점에서부터 호수 입구까지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왕복 운행을 하기 때문에 임산부나 심신이 허약한 자(?)는 마차를 이용해도 된다(단, 이용료가 꽤 된단다). 호수를 다녀온 뒤 자코파네로 돌아올 때에는 버스 터미널에 서 있는 미니버스를 이용했는데 30분 만에 자코파네로 데려다 주는 대신 1인당 5즐로티를 받는다/

* 상기 정보는 학생증을 숙소에 두고 나왔을 때-_-;의 가격 기준

 

내려오다지쳐, 타트라, 자코파네       2) Kasprowy Wierch 산~자코파네 버스 터미널 바깥쪽의 승강장에서 오전 6시 35분(휴양객이 많을 성수기일 경우 이 차를 꼭 타야 이후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버스를 타고 5Km 가량 떨어져 있는 종점 Kuznice에서 내린다(15분 소요, 1인당 1.8즐로티). 내려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언덕 위에 있는, 마치 도서관처럼 생긴 건물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케이블카 승강장. 케이블카는 오전 7시부터 매 20분 간격으로 두 대를 운행하며, 첫번째 케이블카를 7분 정도 탄 뒤, 중간에 갈아타고 8분 이상 더 오른다. 이용료는 학생 할인되어 편도 11즐로티(참고로 성인가는 편도 18즐로티/왕복 28즐로티)이며, 우리를 순식간에 해발 1,987m 봉우리에 내려 놓는다. 이곳에서 역시 다양한 루트와 일정으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데(단, 산을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슬로바키아로 빠질 우려가 있으니 주의할 것^^), 자코파네의 버스 터미널에서 시내쪽으로 뻗어 있는 Kosciuszki 길을 따라 300m 가량 떨어진 Tourist Office에서 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 Tourist Office에서 상기 호수를 비롯, Tatra 산맥 하이킹에 아주 유용한 Tatra National Park 지도를 8즐로티에 구입했는데, 도로변의 노점상에게서 구입하는 것보다 1~2즐로티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우리의 경우, 케이블카를 타고 내린 지점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2,012m의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은 후 하산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준비해 간 도시락도 먹고 충분히 쉬면서 5시간 정도 걸렸다. 우리에겐 호수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던 이 코스를 지날 계획이라면 물을 비롯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으며, 자코파네로 돌아올 때에는 마찬가지로 미니버스를 이용했는데 1인당 2즐로티를 받는다

 

먹거리 : 자코파네 거리를 걷다 보면 양젖으로 만든 훈제 치즈를 파는 노점상들을 쉽게 만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던 치즈 모양이 아닐 뿐만 아니라 또한 별나다. 우선 제일 작은 놈으로 하나 사서 맛을 보고 괜찮으면 이후 적당한 크기의 치즈로 옮겨가는 것이 좋을 (아니면 엄청 놈으로 곧장 가던지. 묘하게도 먹을 심오한 맛을 모르겠는데, 거리를 지나다 눈에 띄면 다시 먹고 싶어진다). 상기 Kosciuszki 길과 수직으로 만나는 자코파네 제일의 번화가 Krupowki 길에 있는 치즈 노점상들은 이외에도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팔고 있는데 우리나라 튀밥과 비슷한 것을 초콜릿시럽과 함께 동그란 모양으로 버무려 놓은 것이 맛있다. Krupowki 길에서 오른쪽으로 야트막한 내리막을 따라 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New Parish Church’ 맞은편의 작은 가게에서 파는 감자전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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