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나는야 자유인밖에서 밤새도록 빵빵대는 터에 잠을 설쳤다. 아침에 부시시 졸음에 겨운 눈을 뜨려는데 새끼 손가락 손톱만한 흉측한 검은 벌레 두 마리가 침대 위를 빨빨거리며 기어 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오빠가 얼른 쫓아가 꾸욱~ 누르니 검붉은 핏물이 파박! 튀긴다. 저 놈들인가, 턱 밑부터 발가락 끝까지 내 몸을 온통 물집 투성이로 만들어 놓은 놈들이? 모기장을 치고 자기도 했거니와 주체를 못할 정도로 간지럽다가 어느새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그러면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는 물집을 만들어 내는 양이 평범한 모기의 짓은 아닌 것 같은데… 놈들을 형체가 없도록 만들어 놓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거리던 오빠가 어서 빨리 델리행 기차표를 사고 이 곳을 뜨자고 한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올라 허겁지겁 모기장을 거두던 오빠가 갑자기 아얏! 손을 올려 모기장 끈을 감다가 유난히도 낮게 설치되어 돌아가던 천장 fan의 날개에 그만 다치고 마는데, 그래, 나 역시 얼른 이 숙소를 떠나고 싶다.

 

우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고아에서 델리로 가장 빨리 가는 특급 열차는 매 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있다고 한다. 고아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는 아쉬움은 비록 남을지언정 과감하게 금요일 표를 사고자 수요일이었던 어제, 망갈로르역에서부터 예약을 시도했었는데 웬걸, 가장 고급스러운 기차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기 번호가 27, 28번이 될 거라는 말에 그냥 포기하고 일단 고아로 왔던 터였다. 오늘 다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편 예약을 문의해 보니 대기 번호가 7번, 8번이란다. 전산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면 어제 하루 사이에 20명이나 취소를 한 모양. 오늘 우리 앞으로 예약을 미리 해 둔 사람들 중 10명 정도만 더 취소를 한다면, 우리는 내일 델리로 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입장, 외국인 전용 창구 아저씨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보통 이런 경우, 우리가 내일 기차를 탈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장담은 못하지만, 70% 정도는 못 탄다고 할 수 있죠.”


고아, 팔자좋은 소70%라… 기대보다 한참 크다. 그렇다고 다음 주 수요일까지 그렇게나 오래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오빠가 재빨리 철도 안내 책자를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가 찾아낸 다른 기차 편은 고아에서 델리까지 매일 있는, 그러나 거의 배의 시간이 소요되는 열차편이다.

“야, 이왕 이렇게 된 것, 고아에 하루 더 있다가 토요일에 가자.”
“그래, 그러자.”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우리가 대안이라 믿었던 그 열차 편조차 토요일은 전부 매진, 일요일은 한 장만 가능하단다.

“오빠, 일요일에 예약을 걸어놓을까? 한 명만 더 취소하면 될 것 아냐.”
“너 그럼, 따로 떨어져서 이틀 밤낮을 갈래?”


오호, 고걸 또 잊고 있었군. 게다가 대기자가 당일 좌석 확보를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하려면 거의 출발 직전에나 가능하다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전화 확인이 된다고 하여도 우리가 이 근처를 떠나지 못한 채 계속 벌레가 나오는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소리이다. 또한 예약을 할 때 표 구매에 필요한 돈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데, 혹 환불을 하게 될 경우 역시 꼭 이 역에서만 가능하다니, 우리가 과연 제대로 알아들은 것인지는 몰라도 여하간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어떡하지?

 

결국 우리는 월요일 표를 두 장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예상 외로 고아에 오래 머무르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함피에라도 들렸다가 올 것을.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하리. 우리는 이미 고아에 와 있고 우리에겐 앞으로도 나흘이나 더 남아있는 것을. 그래, 처음 이틀은 고아의 남부 해안에서, 나중 이틀은 고아의 북부 해안에서 보내다가 델리로 가면 되지, 뭐. 우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고아에 푸욱~ 머물다 가기로 한다. 남들은 한 달 이상도 머무른다는 고아가 아닌가! 그리고 고아에서 가장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팔로렘(Palolem)을 구경 갔다가 다시 이 곳 꼴바(Colva) 해변으로 자리를 옮겨 잡은 지금, 그 첫 걸음이 경쾌하여 왠지 앞으로의 여정도 즐거울 것만 같은 느낌이 마구 든다(오빠는 내일 오토바이를 타고 근방을 달릴 생각에 벌써부터 다소 흥분되어 보인다).

 

힌디어에 ‘델리는 멀다’라는 표현이 숙어처럼 쓰이는데, 이 말에는 ‘목표 달성이 아직도 멀었다’는 속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래, 조금만 더 참자. 델리는 멀다.
     
Tip


교통 : 마르가오(Margao, 혹은 마드가온 Madgaon이라고도 불림) - 팔로렘 해변 / Local bus / 1시간 15분 / 1인당 15루피 / 숙소에서 북쪽(Municipal Gardens 방향)으로 200m 가량 올라가면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는데 마르가오 남쪽으로 향하는 모든 버스가 이 정류장을 거친다. 버스 번호는 따로 없지만 차 전면에 행선지가 영어로 표기되어 있고, 더불어 차장들이 나와 행선지를 외쳐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탈 수 있다. 만약 시간당 한 대꼴로 있는 팔로렘행 버스를 기다리기 싫으면, Chaudi행 버스를 타고 내려 다시 차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으나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마르가오로 돌아오는 버스 역시 팔로렘에서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니 미리 확인해 보고 움직이도록 하자
         마르가오 - 꼴바 해변 / Local bus / 30분 / 1인당 5루피 / 상기와 같은 정류장. 버스는 2~30분에 한 대꼴로 자주 있다

 

숙소 : (꼴바) Sea Pearl Hotel(발음을 잘하자 ^^;) / 천장의 fan과 욕실, 3실 공용의 커다란 발코니가 딸린 깨끗하고 널따란 더블룸이 150루피 / Check out 12시 / 꼴바의 버스 종점에서 바다를 뒤로 하고 몇 발짝 걸으면 왼편으로 뚫린 삼거리를 만난다. 이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200m 가량 들어가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이 숙소는 해산물 요리를 잘하는 집으로도 유명하여 끼니때마다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식당 : Kentuckee restaurant / 한국인들에게 맛있는 sizzler로 유명한 이 식당은 해변가 바로 전 왼편으로 위치해 있다. 김 원장은 이 집 스파게티가 한국의 그것을 능가한다 생각하며, 내가 따로 특별 주문해 먹은 치즈 난 역시 아주 훌륭했다. 역시 다른 집에 비해 조금씩 비싼 이유가 있었다니까…
         Baskin Robbins (31) Ice cream / 해변을 뒤로 하고 마르가오를 향해 가다 보면 작은 사거리(오른쪽이 Benaulim beach로 가는 길)가 나오는데 이 사거리 바로 못 미처 왼편에 있다. 슬프게도 가격은 우리나라 수준


스쿠터, 눈이이쁜아이관광 : 스쿠터 대여 / 하루 150루피 / 기름 1 liter당 40루피(해변가에는 마땅한 주유소가 없다. 오토바이를 빌릴 때 어디에서 얼마나 기름을 사야 하는지 미리 확인해 두자)


★ 오토바이 타고 남부 해변 누비기
마르가오와 같은 가로선 상에 있는 꼴바 해변 남쪽 아래로는 차례대로 베나울림(Benaulim), 바르까(Varca), 까벨로씸(Cavelossim), 아곤다(Agonda), 팔로렘 해변이 있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까벨로씸과 아곤다 사이에 위치한 까보 다 라마(Cabo da Rama) 요새까지 갔었는데 그럴 경우, 까벨로씸에서 내륙쪽(Assolna)으로 페리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까보다라마까벨로씸 차로변에서 페리 시간표가 쓰여진 안내 표지판을 발견하면 좌회전하여 선착장이 나올 때까지 그대로 직진을 하자. 페리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거의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건너는 건 아주 잠깐이다. 우리 둘에 오토바이 한 대를 합쳐 4루피를 받았으며, 돌아오는 길에 소요 시간을 재 보니 까보 다 라마 요새에서 선착장까지 1시간, 선착장에서 꼴바까지는 30분이 걸렸다. 참고로 전망이 끝내주는 까보 다 라마를 찾을 때에는 ‘Protected site’ 표지판을 따라가면 OK!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