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이카날에서 우리나라 수제비 비슷한 티벳 음식을 먹은 것으로 좀 진정이 되려나 했었는데, 웬걸, 오빠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코다이카날을 떠나면서부터 슬슬 한 두 번씩 한국 음식 이야기를 꺼내던 오빠 입에서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수준이다.

 

가만있자, 우리가 북인도 사르나트의 녹야원이 떠난 것이 지난 7일이었으니까 오늘로 3주일하고도 며칠이 더 지난 셈이다. 그래, 먹고 싶을 때가 되었지, 아니 넘었고 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을 떠올리면서 입 안에 도는 군침만을 그저 목으로 넘겨 삼켜야만 하는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던 오빠가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준비해 온 정보들을 요리조리 탐색하는가 싶더니, 인도의 수도인 ‘델리(Delhi)’에 가면 한국인이 경영하는 두 군데의 한국 식당을 비롯, 인도인들이 하는 한국 음식 취급점이 있고, 한국 물건을 파는 상점도 있다며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마이소르, 왕궁오호라, 오빠가 기대에 가득 찬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는 이유가 뭔지 알겠다. 그건 내가 마이소르(Mysore) 이후의 계획을 거창하게 세웠기 때문이다. 마이소르 근교의 여정이 끝나면 핫산(Hassan)으로, 핫산 근교를 한 바퀴 돌고 나서는 다시 14세기경 남인도 전역에 그 이름을 떨친 힌두 왕국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가 남긴 환상적인 도시 함피(Hampi)로 가서 여행을 하고, 그 이후에는 인도 서해안에 위치한 고아(Goa)로 가서 해변에서 다시 며칠을 더 쉬면서 보낸다. 그렇게 재충전이 되면 이번에는 해안을 따라 북상, 인도의 서쪽 끝이라 할 수 있는 구자라트(Gujarat)주의 주도인 아메다바드(Ahmedabad)로, 그리고 일명 ‘사막의 나라’라 불리우는 라자스탄(Rajastan)주의 낭만적인 호수의 도시 우다이푸르(Udaipur)로, 블루 시티(Blue city) 조드푸르(Jodhpur)와 핑크 시티(Pink city) 자이푸르(Jaipur)까지 모두모두 거친 후에야 델리로 짜잔~ 나팔 불며 입성하겠다는 것이 나의 야무지고도 야심찬 ^^; 계획이었으니…

 

“야~ 우리 그냥 고아로 해서 델리로 곧장 가자. 그게 제일 빨라.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저 애절한 말투, 어느새 마이소르에서 델리에 이르는데 거치게 되는 경유지들과 이에 소요되는 최단 시간까지를 알아둔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오빠가 어떤 사람인데…

 

마이소르, 레스토랑아닌게아니라 가만히 헤아려보자니 나 역시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 많다. 오빠처럼 거창하게 제주 갈치 조림이나 고등어 조림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물엿에 반짝거리는 시뻘건 포장마차 떡볶이나 한 접시 먹었으면 좋겠다. 물론 거기에 뜨끈한 오뎅 국물도 한 컵 있어야 하겠지.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김말이를 몇 개 가위로 턱턱 잘라 떡볶이 양념에 듬뿍 묻혀 먹어야 할 텐데… 안 돼, 이러면 안 되지. 내, 핫산 정도는 포기할 수 있어도 다른 곳은 포기할 수 없어. 옆에서 오빠가 중얼거리는 춘천 명동 닭갈비나 속초 공항 막국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아, 고것들도 먹고 싶네. 마음이 조금 약해지는데? 그렇담 함피와 아메다바드도 안녕이다. 뭐? 김치 만두? 어머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시는 김치 만두 말이야? 에라, 나도 모르겠다, 라자스탄도 일단 제껴.

 

델리에 어찌 우리가 열거한 이 모든 음식이 다 있으랴마는, 그래도 한국의 김치 맛을 볼 수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기다리는 델리로 가자, 어서 가자. 그러나 다리 품을 팔아 마이소르의 여행사들과 터미널을 아무리 뒤져봐도 알려진 것처럼 고아로 직접 가는 직행 사설 버스는 운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대신 망갈로르(Mangalore)로 가는 수 밖에. 해안을 따라 고아와 같은 세로 선상에 위치해 있으니 일단 망갈로르까지 가면 고아로 갈 수 있는 방법이 꽤 있을 게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틀림 없이 하루 만에 고아로 갈 수 있을 거야. 

 

차문디힐, 마이소르새벽 별 바라보며 숙소를 나서 덜커덩거리는 망갈로르행 버스를 타고 7시간, 다시 망갈로르역에서 고아행 기차를 잡아타고 5시간 남짓 만에 고아에 도착, 역 밖으로 나서는 우리 위로는 어느새 밤 하늘의 별이 반짝이고 있다. 하루 온 종일에 걸친 여정에 몸은 비록 물에 젖은 스폰지마냥 축 늘어질지라도, 목표한대로 한국 음식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만 같아 마음이 다 뿌듯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매 저녁 끼니때가 되면 동네 먹자 골목을 몇 바퀴씩 돌면서 오늘은 대체 무엇으로 한 끼를 때워야 하나~ 했던 우리였는데, 이제 와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던지… 그 때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 것처럼만 느껴지는 걸 보니 이미 배낭 여행을 하기에는 너무 늙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아, 가슴 속까지 얼얼하게 만드는 시원한 냉면 한 사발 먹었으면 정말 좋겠다.

 

갑자기 생각나는 반론 : 아니다, 난 아직 늙지 않았다(조금 처절한 변호인 듯도 싶지만 -_-;). 7년 전, 배낭 메고 유럽을 한 달간 헤맸을 때에도 20여 일이 넘어가니까 머리 속에는 온통 한국 음식 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한국 여행자에게서 얻은 통조림 깻잎 한 장을 식빵 두 쪽 사이에 넣어 샌드위치마냥 먹기도 하고, “고추장, 너라고 ‘잼’이 아닐쏘냐”하며 빵에 쓰윽쓰윽 발라먹기도 했었다. 언젠가 밝혔듯 결국 스페인에서 엄청 비싼 라면 한 그릇을 사먹고 말았지만… 지금 오빠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그 역시 6년 전 두 달간 유럽을 여행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한국 라면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 옛 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던가!

 

Tip


교통 : 마이소르 - 망갈로르 / Luxury Bus / 7시간 10분(중간에 후다닥 아침 식사 시간 포함, 오전 6시 출발, 오후 1시 10분 도착) / 1인당 100루피(예약비 포함) / 숙소에서 동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Bangalore-Mysore Rd) ‘Mysore Central Bus Stand’에서 예매 및 탑승이 가능하다. 일반 버스나 Luxury bus나 소요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후자의 경우 보다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숙소에서 릭샤로는 10루피 정도면 될 듯 싶은데 우리는 새벽에 이용하는 바람에 20루피나 지불했다. 물론 평소에는 쉽게 걸어 다닐 수 있었던 거리
         망갈로르 - 고아(Margao역) / 기차(2nd Sleeper) / 5시간 20분(오후 2시 50분 출발, 8시 10분 도착) / 1인당 192루피 / 마이소르에서 타고 온 버스는 망갈로르의 KSRTC Bus Stand가 종점이다. 이 곳에서 남쪽으로 2Km 가량 떨어진 곳에 망갈로르 기차역이 있음


★ 마이소르에서 고아 가기
1. 우리처럼 망갈로르를 거쳐 고아로 가는 방법 : 참고로 고아행 일반 버스(Government bus)를 탄다면 오후 4시 30분이나 5시경 승차하여 익일 오전 10시 30분 경에 고아에 도착할 수 있으나 버스 상태가 잠을 청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단점이 있다
2. 일단 방갈로르(Bangalore)로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간 뒤 다시 기차로 고아까지 가는 방법 : 우리는 방갈로르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데다가 방갈로르에서 고아까지 매일 기차가 있진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젖혀 두었지만, 일반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3. 후블리(Hubli)까지 35인승 야간 버스를 탄 뒤 다시 버스로 고아까지 가는 방법 : 밤 9시 30분 승차하면 익일 오전 6시 30분에 후블리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다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고아로 갈 수 있다고 한다. 1인당 350루피나 하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야간 버스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우리인지라… 문의는 Ritz Hotel 건너편 찻길 한 중간에 마치 복권 판매소처럼 생긴 ‘Gayatri Tourism’으로 하면 된다. 터미널에서 Hardinge Circle쪽으로 100m 남짓 떨어져 있음


숙소 : Rukrish Hotel / 천장의 fan과 욕실(온수는 청하면 양동이로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작은 발코니가 딸린 꾀죄죄한 더블룸이 225루피 / Check out 24시간제 / 소문대로 고아의 릭샤들은 조합이라도 갖고 있는 듯 하나같이 바가지로 입을 맞춰 역에서 시내까지 40루피를 부른다. 그런 태도가 맘에 안 든다며 그냥 걸어가자는 오빠의 제안에 호기롭게 역을 나섰는데, 역사 맞은 편 지름길(구름다리를 건너)로 가면 시내까지 훨씬 가깝지만 날이 어두워(범죄로 악명 높은 고아인지라) 조금 멀더라도 대로를 따라 걷기로 하고 정문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계속 걸었다. 머리 위로 가로 질러 넘어가는 고가도로를 지나 좀 더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데 그 지점에 사람이 건널 수 있는 육교가 있다. 육교를 건너 200m 가량 계속 직진하다 보면 오른편으로 위치해 있는 숙소를 찾을 수 있다(역에서부터 총 30분 소요). 시장 입구인데다가 대로변에 있어 시끄럽다는 것이 흠


식당 : Domino’s Pizza / 고아에는 이 곳 마르가오와 주도인 빠나지, 그리고 깔란굿 해변, 이렇게 세 군데에 지점이 있다고 한다. 숙소 맞은 편 길(Luis Miranda Rd)로 건너 들어가 조금 걷다 보면 왼편에 위치. 물론 배달 가능


차문디힐관광 : (Mysore) Chamundi Hill / 왕궁의 북서쪽 끝, KR Circle변에 위치한 City Bus Stand의 7번 플랫폼에서 201번 시내 버스를 타면 된다(버스가 없어졌으니 릭샤나 택시를 타야 한다는 호객꾼들 말을 믿지 말도록) / 35분 소요 / 1인당 5루피 / 정상에는 ‘Sri Chamundeswari Temple’이 있는데 우리가 찾은 날이 마침 사원에서 모시는 ‘Chamundeswari’의 생일이었던지라 참배객이 엄청나게 많아 구경이 불가능했다(사원 내에서 밥을 공짜로 준다며 우리도 줄 서서 먹고 가란다 ^^). 평소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사원의 문을 잠시 닫으며(오늘은 예외) 내려올 때에는 버스를 타지 말고 정류장 앞 작은 광장 중앙에 서 있는 악마상부터 찾아보자. 악마상 오른편으로는 무료일 수 밖에 없는 작은 박물관이 하나 있고 뒷편으로는 왼쪽으로 휘어지는 내리막길이 보일 것이다. 차문디힐, 참배객신발내리막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오른편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이 계단을 따라 마이소르의 전경을 즐기며 내려가다 보면 시바신이 타고 다닌다는 검은 황소상(Nandi)이 나온다. 이후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갈림길이 나타나면 계속 왼편을 선택해라. 다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릭샤를 타면 2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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