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이우연히 - 하지만 다분히 필연적으로 - 방문하게 된 곳이긴 하지만 코다이카날은 정말 지내기에 괜찮은 동네이다. 우선 이 곳의 시원한 기온이 그 동안 들렀던 인도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마음에 든다. 이와 더불어 주변이 온통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동네에 산재한 오르막내리막길을 오토 릭샤가 다니지 못하는 관계로(놀랍게도 이 곳에는 오토 릭샤가 아예 없다) 가끔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매연을 제외하고는, 코로 들이마시는 공기 또한 무척이나 상쾌하다. 해발 2,100m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산 아래를 내려다 바라보는 전망 역시 훌륭하고, 산책하기에 좋은 호수변이나 공원, 그리고 유쾌하게 지저귀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랫소리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여기에 더해 입맛을 살려주는 여러 다국적 음식들은 특별 보너스라고 해 두자.

 

코다이, 호수산책 중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마을 둘레를 기분 좋게 산책한다. 간식으로 코다이카날 특산품이라 할 수 있는 달콤한 ‘Homemade Chocolate’과 군데군데 세워진 포장마차에서 파는 매콤한 ‘풋고추 튀김’을 먹으면서.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아주 유명한 학교가 이 곳, 코다이카날에 있다더니 주변 곳곳에 교회도, 학교도 참 많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그간 폐 속에 쌓였던 여러 노폐물들을 조금씩 조금씩 신선한 공기로 대치시킨다. 어느 정도 걷다가 다리가 뻐근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배가 고파오면, 티벳을 나올 때에는 당분간 절대 먹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러나 네팔 포카라에서 그 진가를 뒤늦게 깨달았던, 티벳 음식 전문점으로 기어 들어가 우리의 수제비를 연상시키는 ‘텐툭’을 시켜놓고 그 맛뿐만 아니라 젓가락 사용까지 즐긴다. 캬~ 좋다, 정말 좋아…

 

끼니때면 찾아와 매번 국물까지 싹싹 비워대는 우리를 보면서 티벳 음식점 주인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일본?”
“저희는 한국에서 왔어요.”
“아, 한국. 여기에도 한국인 학생들이 많아요. 이 근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요. 오늘 아침에도 왔다 갔는걸요?”
“그래요? 주말이 아닌데도요? 수업 시간이 아닌가요?”
“한국에서 온 부모님들하고 함께요. 두 가족이 들러 우리 집 중국 음식을 먹고 갔는데 그거 한 번 먹어볼래요?”

 

아, 그렇구나. 한국인 학생들은 정말 코다이카날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모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고, ‘추적 60분’이나 ‘그것이 알고싶다’ 따위의 분위기만 떠올리며 걱정에 걱정만을 거듭하고 있었을까? 한국의 학부모들이 얼마나 유별난지, 그 극성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던 바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와 나는 잠시 까마귀가 되어 주지스님께서 주신 그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머나먼 이국 땅에서 그 어린 학생들이 사이비 종교 재단에 속아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망가지고 있다고만 - 지극히 드라마틱하게 - 생각했던 것이다. 하긴 여기, 이토록 먼 곳까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린 자식을 홀로 보내는 부모님들이라면, 이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어련히 알아보지 않았으랴…

 

사실 따지고 보면, 교회도 학교도 많아서 그런지 이 곳의 분위기는 다른 곳과는 달리 다분히 차분한 편이다. 게다가 주(州) 법 자체가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약물 복용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음주나 흡연 역시 금하는 표지판을 마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덧붙여 그 흔한 오락실 하나 변변한 것이 있길 하나, 이 동네 당구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앞서 여행하신 분이 언급하셨던 ‘당구’와 ‘군것질’ 정도가 평소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주말에나 겨우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오락거리가 아닐까 싶다(오빠의 표현을 빌리자면 ‘날씨도 좋겠다, 공부말고는 도무지 할 게 없는 도시’란다). 영어 사용하겠다, 교육 환경 좋겠다, 날씨 시원하겠다, 물가 저렴하겠다, 종교 생활 영위할 수 있겠다… 여기에 또 뭐가 더 필요할까? 오히려 못 보내서 안달이지, 영어, 그 하나를 위해 인도보다 훨씬 먼 미국이나 영국에도 자식만 달랑 유학 보내는 부모가 요즘 어디 한 둘인가. 하지만 그렇게 보내진 아이들이 이 곳에서보다 더 건전한 환경 하에서 공부하면서 완벽한 영어 구사법을 배운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서울 한 복판에서도 교내 폭력과 왕따가 심각하게 문제시 되는 형편이니 그 역시 비단 이 곳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영어’와는 별개의 문제로, 어린 나이에 부모님하고 떨어져 낯설고 물설은 다른 나라에서 생활한다는 것, 이것이 정서적으로 한창 민감한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따로이 논할 필요는 없을 터. 코다이카날, 인도라는 또 하나의 먼 땅, 그 깊숙한 한 구석에서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교육 현실만 그저 다시 한 번 확인해 본 셈 칠 수 밖에… 오빠와 나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찝찝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저희 내일 우티(Ooty)로 떠나요. 이번이 마지막 식사여요.”
“아, 그래요? 우티에도 티벳인들이 많아요.”
“그것 참 잘 됐네요. 그러면 우티에도 티벳 음식점이 있나요?”
“이런… 불행히도 우티에는 티벳 음식점이 없어요. 대신 중국 음식점들은 좀 있지요. 티벳인들은 주로 옷을 팔아요. 주로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것처럼 두꺼운 스웨터 종류를 팔지요.”필라 락


순간, 우티 역시 해발 2,240m에 달하는 고지대임이 떠올라 아저씨께 여쭈어 본다.

“하나 궁금한 것이 있어요. 왜 인도에 거주하는 티벳인들은 다름살라, 여기 코다이카날, 그리고 우티 같이 높은 곳에만 모여 사나요?”


아저씨, 당연하다는 듯 빙그레 웃으시며 대답하신다.

“Because, Tibetan likes C~O~O~L weather.”

 

Tip코다이, 필라락 가는길

산책 : Coaker’s Walk / 숙소와 입구를 맞대고 있는 전망 좋은, 그러나 아주 짧은 산책길 / 1인당 2루피, 사진기 반입료 대당 5루피
Lake 한 바퀴 / 5 Km 가량 되는 것 같다. 배도, 말도, 자전거도 탈 수 있음
Pillar Rocks / 숙소 근처에서 시내와 반대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6 Km 가량(편도) 걸으면 됨. 걷는 것도 물론 좋지만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기에(갈 때는 오르막길이 더 많은 편) 적당할 듯. 만약 우리처럼 걸어갈 예정이라면 돌아올 때에는 중간에 위치한 마을을 가로 지르는 지름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식당 : 우리는 주로 Seven Roads Junction에서 시작되는 PT Rd의 좌측편에 있는 식당들을 이용했는데 입구에서부터의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Silver Inn Restaurant / 피자가 괜찮다는데 먹어보지는 못했다. 이 집의 Sizzler는 마치 불고기스럽다
Tibetan Brother’s Restaurant / 수제비 맛을 내는 Vegetable Thentuk을 먹을 수 있는 곳 / 2층에 위치
Eco Nut / 이 집의 ‘nutri balls’는 기대 이하 였다. 비수기 때 물건을 살 때에는 보관이 잘 되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볼 것 / 2층에 위치
The Royal Tibet / 메뉴에는 없지만 Vegetable Thentuk을 부탁하면 조리해 준다. Tibetan Brother’s Restaurant보다 양이 더 많은 듯 싶다 / 2층에 위치


★ 코다이카날의 식당들은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어 그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해야 굶주리지^^; 않는다


★ 인도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향을 풍기는 작은 풀이 들어있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티벳 음식점이라고 해도 이 풀을 넣고 인도식으로 조리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문할 때 ‘ No Coriander Leaf’ 혹은 그냥 ‘No Leaf’라고 부탁해 보자


★ 집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Chocolate을 100g 단위로 판매하지만 섞는 것도 가능하다. 상품화된 Chocolate들에 비해 그다지 달지 않은 편이어서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김 원장도 맛있게 잘 먹었다


★ Seven Roads Junction에서 Lake Rd로 가는 길 오른편에는 Baskin Robbins 간판이 달려 있는데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 거리의 포장마차에서는 바나나나 양파를 포함, 이것저것을 튀겨 판매하는데 굳이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풋고추 튀김’이외에는 별로 맛이 없다


PC방 : A&A network / Seven Roads Junction에서 Bazaar Rd쪽으로 가다 오른쪽에 위치한 큰 건물 2층에 한글이 지원되는 PC방이 있다 / 시간당 60루피

 

빈대에바친내팔★ 묵고 있는 숙소에 대하여 한 마디 : Supervisor인 S. Jeya Singh Deva를 비롯, 직원들 모두가 상당히 친절한 이 곳에서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벌레들(아마도 빈대^^;일 확률 99%)에게 물리고 말았다. 내 생각에 청결해 보이는(?) 이 집에 원래 살고 있다기 보다는 여기에 들렀던 다른 여행객에 의해 옮겨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 성수기 때의 예약을 원하신다면 greenlandsyh@rediffmail.com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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