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나르가는길아주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인도의 1인당 GDP는 $ 464에 불과하며 평균 식자율 역시 65.38%(남자 76%, 여자 54%)에 미칠 뿐이라고 한다. 인도의 여러 주 중에서도 우리가 처음 인도로 입국했을 때 거친 비하르 주가 그 중 가장 열악한 수치를 가진다고 했을 때, 지금 우리가 와 있는 케랄라 주의 식자율은 자그마치 91%를 상회하여 가장 높은 수치를 지닌다. 마찬가지로 부의 균등한 분배 역시, 다른 어떤 주보다도 잘 이루어지고 있고.

 

케랄라 주가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적 배경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자연이 준 선물’을 꼽고 싶다. 앞서 얘기했지만 케랄라 주는 마치 ‘칠레’처럼 인도 남서부에 위아래로 길게 늘어진 모양을 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길게 맞닿은 아라비아해가 풍부한 해산물을 제공하고, 동쪽으로는 커다란 산맥(Western Ghats)이 가로놓여 다양한 자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휴양지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찾은 문나르(Munnar) 역시 해발 1,524m에 위치한 케랄라 주의 휴양지 중 하나로, 동시에 알아주는 차(茶) 산지라고도 하더니 바닥에서부터 힘겹게 꼬불꼬불 산을 올라 울창한 숲 사이로 달리는 버스 창 밖으로 어느새 널찍한 차 밭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문나르, 차밭언젠가 우리나라 모 정유회사 TV 광고에 ‘구석구석 큰 나라’ 운운하며 매우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차 밭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전라남도 보성군에 있는 한 다원이었다던가. 가보지는 못했지만 차로 워낙 유명한 인도의 다르질링 또한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싶다. 동글동글한 차나무들로 예쁘게 초록색 줄이 난 차 밭 사잇길마다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알맞은 찻잎만 골라 일일이 손으로 정성스레 따 모으고 있는데, 우연히 버스 안의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방긋 웃으며 인사를 보낸다. 지나가는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들의 미소, 이 역시 짜증나는 더위를 싸악~ 잊게 해주는 문나르의 기후에서 비롯된 여유가 아닐까.

 

사실 여부를 떠나, 더운 나라치고 잘 사는 나라가 없다고들 흔히 이야기한다. 인도라는 한 나라를 놓고 볼 때, 인도가 덥지 않은 나라라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인도는 더운 나라이다. 누군가 인도에는 세 가지 계절이 있는데 그 첫번째는 더운 계절이고, 두 번째는 무척 더운 계절이고, 세 번째는 참지 못할 정도로 더운 계절이라 농담 삼아 이야기할 만큼 더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여행한 인도의 남서부 지역은 그렇게까지 덥지 않았으며(특히 몰디브 이후의 코발람 해변에서부터는 밤에 fan을 틀고 자면 추울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다), 여기 문나르는 아직 낮인데도 으슬으슬 을씨년스럽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역시 털모자와 스웨터로 중무장을 하고 지나 다닌다(혹자는 가죽 잠바까지 걸치고 있어 우리의 눈길을 끌었는데 사실 그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다. 추위에 익숙한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조금 쌀쌀한 정도라고나 할까). 마치 몇 시간 만에 아주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문나르, 차밭코발람이나 콜람, 알레피, 코타얌 등지에서 느껴왔던 것처럼, 문나르에 사는 사람들 역시 친절하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힌두교 사원과 이슬람교 모스크와 기독교의 교회가 한데 어우러진 마을에 사는 이 곳 사람들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피어나고 거리에 모여 단순하나마 그들만의 놀이를 즐기면서 환호성을 질러댄다. 그리고 나는 그런 관용과 여유로움이 오랜 세월에 걸쳐 조상 대대로 알게 모르게 누려온 자연 환경에서 연유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타 지역에 비해 지속적으로 살기 좋은 환경 하에서 지내온 그들이 안팎으로 남들보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나만의 가정 아래.

 

혹 그래서가 아닐까? 반만년 역사 내내 뚜렷한 사계절을 지녀왔던 대한민국, 이런 나라에 봄처럼 온화한 성격을 지닌 사람도, 여름처럼 화끈한 성격을 가진 사람도, 가을처럼 시원시원한 사람도, 겨울처럼 냉랭한 기질을 품고있는 사람도 모두 모두 함께 섞여 살고 있는 이유가 말이다.
 
Tip


교통 : 코타얌 - 문나르 / Local bus / 4시간 40분(중간에 후다닥 점심 먹는 시간까지 합쳐서) / 1인당 38루피 / 코타얌에는 3개의 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그 중 KSRTC Bus Stand의 2번 플랫폼에서 문나르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터미널은 YMCA Rd를 지나 더 남쪽으로 뻗어 있는 TB Rd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숙소에서 오토 릭샤를 타면 10루피로 갈 수 있다 


숙소 : Munnar Tourist Home / TV와 순간 온수기를 설치(그러나 샤워기가 없어 양동이를 사용해야 함)한 욕실이 딸린 더블룸이 400루피(수건과 비누까지) / Check out 24시간제(7.5% 세금 별도) / 문나르 바자르(Bazaar) 앞에서 내린 우리는 오토 릭샤 아저씨의 호객에 맘이 동해 시내에서 Tata Tea Regional Office 앞 다리를 건너 Devikulam쪽으로 약간 떨어진(Munnar Devikulam Rd, 오토 릭샤로 10루피, 걸어서는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 조용한 고급 호텔에 짐을 풀었다. 에어컨은커녕, 천장에 fan조차 없는 우리 방(사실 추워서 전혀 필요 없다)이 성수기에는 900루피까지 올라간다고 하는데…


식당 : Rapsy Restaurant / 메인 바자르(Main Bazaar)의 중심에 콕 박혀 있는 이 식당은 잘 만들어 놓은 메뉴판에서부터 그간의 외국인 상대 경력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이 식당의 방명록을 보니 지난 4월, 7명의 한국 아가씨들이 여기까지 왔다간 모양인데… ‘Chicken 65’가(왜 숫자가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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