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람, 레스토랑, 상인해변을 따라 남인도로 내려오면서, 아니나 다를까 생선을 맛볼 수 있었다. 열차가 한 때 전세계 각국의 히피 집합지로 명성을 떨쳤던 ‘고아’역에 잠시 섰을 때 올라탄 장사꾼 아저씨가 지금 막 튀겨낸 생선을 팔고 있었던 것. 여행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생선 비린내를 맡은 우리였기에 혀는 미친 듯이 생선을 원하고 있었지만, 여기는 향신료의 나라 인도가 아닌가! 일단 한 마리씩 사서 조심스레 한 입을 뜯고, 천천히 잘근잘근 씹어본 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아작아작, 고등어 맛이 나는 손바닥만한 생선 한 마리를 다 먹어 버렸다. 아까 그 아저씨 다시 안 지나가나? 아저씨가 다시 지나가기 만을 기다리던 오빠가 못 참겠는지 열차 밖으로까지 나가서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몇 분이 더 지나 돌아온 반가운 아저씨에게 이번엔 아예 네 마리를 사서 두 마리씩을 더 삼켜 버린다. 생선 종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무 너무 맛있다.

 

몰디브에 도착, 리조트에서의 첫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면서도 ‘몰디브는 사면이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고, 리조트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모두 뷔페식이니 해산물 만큼은 배 터지도록 먹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예상대로 점심과 저녁 식단에는 빠지지 않고 다양한 생선 요리가 등장했지만, 불행히도 두 세 종류의 한정된 생선만을 이용하여 지지고, 볶고, 튀기고, 굽고, 조리고 한지라 사실 그 감동은 오래가지 못 했다(게다가 크기는 왜 또 그리 큰지). 아니, 왜 그 흔한 오징어나 새우 한 마리조차 볼 수가 없는 거야? 몰디브에는 오징어나 새우가 아예 없나? 결국 오징어땅콩이나 새우깡 비슷한 것도 먹어보지 못하고 몰디브를 떠야만 했다(대신 집 떠나 우유를 처음 마셨다).

 

오늘, 오빠가 지도를 잘못 읽은 덕에 무작정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 최남단인 카냐쿠마리(Kanyakumari)를 향해 신나게 달렸다가 겨우 20 Km를 남겨두고 다시 힘겹게 되돌아와야만 했던 우리는 - 오빠는 코발람에서 카냐쿠마리가 40 Km 가량 떨어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대략 90 Km에 달한다고 한다. 오빠 체력으로 나를 뒤에 태우고 하루에 오토바이로 왕복 180 Km를 달리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인지라 - 돌아오는 길 내내 싱싱한 오징어 생각이 간절했다.

 

엊그제 저녁을 먹고 소화 삼아 해변을 걷다가, 막 잡아올린 오징어를 파는 식당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이미 저녁을 먹은 몸이라는 것도 잊은 채 오징어를 주문했다. 아저씨는 마늘이 듬뿍 들어간 버터로 오징어를 달달 볶아 우리 앞에 내 놓았고, 순식간에 오징어는 우리 뱃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어제는 아예 해산물로 배를 채울 생각으로 위를 쫄쫄 굶기고 그 식당을 찾아가 10마리도 넘는 게와 내 손바닥에 꽉 차는 커다란 새우를 구워서 싹 해치웠다(오징어는 안 잡혔다나?). 아라비아해의 색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인도에서 회를 먹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겠지만, 우리 배낭 안에는 한국을 떠나올 때 비행기 안에서 챙겼던 작은 튜브 고추장이 아직껏 건재하다. 오토바이 뒤에 환자처럼 실려 코발람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은 제발 오징어가 잡혀 그 놈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생각에 침이 잔뜩 고이는데…

 

고추장을 조심스레 싸 들고 식당에 가니 기도한 보람이 있었는지 오징어가 잡혀있다. “오늘 잡힌 오징어들 몽땅 다 아무 양념 없이 그냥 끓는 물에 살짝 넣었다가 꺼내 주셔요.” 우리식의 특별 주문을 하고 오징어가 끓는 물에 목욕재계하는 동안, 작은 종지에 고추장을 짜 넣고, 식초, 설탕을 적당히 넣어 버무려 얼렁뚱땅 초고추장을 만들었다. 우리의 요구대로 오징어는 ‘잘리지도 않고’ 통째 데쳐진 채로 얌전히 등장을 하고, 급한 마음에 삐뚤 빼뚤 오징어를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한 방울 흘릴 새랴 얼른 입에 넣는다. 오빠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지면서 나오는 한 마디, “그래, 이 맛이야.”

 

오늘 더 잡힌 오징어가 없는 것이 한스러운데, 주인 아저씨가 단골 고객인 우리 앞에 시간 맞춰 등장하여 ‘엄청난 새우’가 있는데 한 번 먹어보겠냐고 넌지시 제안을 한다. 대체 얼마나 크길래? 아저씨가 들고 온 새우는 바닷가재와 형님 아우 할 정도로 정말 징그럽게 크다. 그래, 오늘 한 번 배터지게 먹어보자. 네 마리를 인도식 오븐인 ‘탄두리(Tandoori)’에 구워 달라고 부탁을 한 후, 거뭇거뭇 붉은 빛으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나타난 ‘Jumbo Prawn’을 야무지게 뜯는다. 가끔씩 초고추장에 찍어 가면서…

 

아라비아해의 성난 파도가 발 밑에서 철썩 대는 밤,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맥주 한 잔(정말 오랜만에!)과 함께 즐기는 싱싱하고 맛난 해산물 파티… 내일 이 곳, 코발람 해변을 떠나 내륙으로 들어가면, 언제나 다시 즐길 수 있으려나?

 

Tip


식당 : Santana Restaurant / 우리가 묵는 숙소 바로 건너편에 있으며 해산물 요리가 훌륭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불행히도 요즘은 비수기라 고기 잡으러 안 나가신단다. 김 원장은 이 식당에서 매일 스파게티를 먹는다
         The German Bakery / Santana를 살짝 지나면 바로 찾을 수 있음 / 전망 좋은 이 식당에서는 제대로 된 ‘(오늘 준비된) 빵’을 먹을 수 있으며, 신선한 오렌지 주스가 정말 맛있다
         Coconut Grove / Lighthouse beach에 있는 숙소에서 Hawah beach쪽으로 가다 보면 생선을 전시해놓은 식당을 볼 수 있다 /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하여 먹을 수 있으며, 구비해 둔 VCD가 꽤 있어 식사와 함께 영화 감상이 가능하다(우리의 경우, ‘Starwars Episode II’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골라 보았다)

PC방 : 분 당 1루피로 다소 비싸기는 해도 한국어가 지원되는 PC방이 꽤 있다(장하다, 한국인!). 해변을 따라 주욱~ 식당 아니면 숙소, PC방 아니면 기념품점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

스쿠터 : 1일 300루피(연료 별도 구입) /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비싼 듯 하지만 마을 전체가 입을 맞춰 똑같은 가격을 부르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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