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유람, 인도여행을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인도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넓은 땅덩어리에서, 너무나 다양한 기후와 자연 환경 아래, 너무나 자연스레, 그러나 절대 섞이지 않고 살고 있는 나라, 인도. 지금껏 짧으나마 인도를 여행하면서 우리가 느낀 여러 상념들 중 가장 안타깝게 느낀 것은 바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아직도 엄연히 나누어져 있는 신분 계급과 그 격차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빈부의 차이이다.

 

어제 콜람에서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배편이, 관광객들만 득시글거릴 유람선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우리는, 오늘도 알레피에서 그 재미를 누려보고자 유람선으로는 8시간이 걸릴 콜람과 알레피 간을 버스로 1시간 40분 만에 주파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현지인들만이 득시글거리는 코타얌(Kottayam)행 버스, 아니 보트를 잡아타고 엇갈리는 배끼리 아슬아슬 부딪힐 것만 같은 좁다란 수로를 통과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호수(Vembanad Lake)를 가로지르는 우리만의 유람을 즐기는데, 때때로 우리 옆으로 말로만 듣던 ‘하우스보트(Houseboat)’들이 지나간다. 하우스보트란, 말 그대로 한 채의 집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배를 말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볏짚 따위로 얼기설기 엮은 허술한 동굴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내부는 멋진 침대를 포함, 따로 마련해 놓은 거실까지 놀랄 만큼 잘 갖추어 놓았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유람선 비용보다 무려 열 배에서 스무 배에 이르는 가격을 지불하고 유유히 선상 유람을 즐기면서 뱃전에 앉아 전속 요리사가 차려주는 식사를 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인도인 부자들. 현재 오빠와 내가 타고 있는 일반 뱃삯과 헤아려 비교해보니 자그마치 350배에 달하는 차이가 난다.

 

수로유람, 연꽃이런 인도 사회에서 신분 계급이나 빈부의 차이에 상관 없이 공통적으로 똑같이 적용되는 분야가 있다면 아마도 화장실 문화와 식습관 문화가 아닐까?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도인들은 용변 처리에 있어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물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휴지가 없는 화장실’이란 얘기다(요즘에 이르러서는 ‘휴지가 없는 화장실’이라기 보담 ‘화장실 자체가 드문 인도’라는 표현이 더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해보면, ‘변기 옆이나 아래에는 수도꼭지가 반드시 있다’는 소리가 된다. 인도인들은 큰 일을 본 뒤, 변기 근처에 달려 있는 수도 꼭지를 틀어 물을 받아 뒤쪽에서 그 물을 힘차게 뿌려가며 왼손으로 닦아낸다(고 한다^^;). 일단 여기까지만 상상해보자. 그리고 이제 식당으로 가보자.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면, 식당에는 수저가 없다. 인도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손으로 식사를 한다. 거기에는 물론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고 하지만 평소 깨끗하지 않은 것을 닦아내는데 쓰이는 왼손이 식사에 쓰일 리가 없다. 오직 오른손만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내가 어릴 적, 통닭을 한 마리 시켜서 먹노라면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계집애가 칠칠치 못하게 열 손가락에 기름을 다 묻혀가며 먹냐’며 타박하시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무던히도 양쪽 엄지와 검지, 네 손가락만으로 닭을 먹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지… 하지만 날짜가 한참 신문지 위에 앙상한 뼈만 놓였을 때, 내 손가락을 들여다보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말이 옆으로 샜지만 여하간, 그 때에도 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양 손을 합쳐 네 손가락이었지, 절대 한 손만이 아니었다. 그건 진짜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사를 하는 인도인들을 보라. 인도인들이 주로 먹는 탈리(Thali)에는 주식으로 삼는 쌀밥이나 로티(Roti, 인도식 빵의 총칭)가 우리의 국에 해당하는 달(Dhal), 그리고 반찬에 해당하는 카레스러운 것들, 후식에 해당하는 다히(Dahi, 집에서 만든 시큼한 요구르트 맛)등과 함께 나온다. 로티의 종류에 따라 조금 딱딱하거나 건조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일체는 거의 다 후루룩, 질퍽, 물컹물컹, 흐늘흐늘 분위기다. 그런데도 이걸 마시지 않고 밥과 비벼 손으로, 그것도 오른손으로만 떠먹어야 한단 말이렷다. 로티 역시 대부분 둥그렇고 납작하게 퍼진 부침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후루룩, 질퍽, 물컹물컹, 흐늘흐늘을 쌈 싸먹기 위해, 아니면 찍어먹기 위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어야 하는데, 이게 또 말처럼 쉽지 않다. 믿기지 않으면 한 번 해봐라. 부침개 한 장 부쳐놓고 오른손만으로 찢어먹기 따위를 말이다.
 
다행히 지금껏 우리가 들렸던 식당에서는 우리를 외국인으로 인식하고 적어도 숟가락 정도는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바로 어제 저녁, 콜람의 한 식당에서 탈리를 주문했을 때 숟가락이 딸려 나오지 않았다. “여기 숟가락이나 포크라도 좀 주셔요.”했더니 그런 것 안 키운단다. 오히려 우리의 이 말에 우리를 빙 둘러싸고 오른손으로 맛나게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를 쳐다본다. 마치 별 걸 다 바란다는 듯이. 그래서 우리는 얌전히 음식에 손을 넣었다. 마치 우리도 이렇게 먹을 줄 안다는 듯이.

 

밥은 약간 따끈한 정도다. 이렇게 손으로 먹어야 하니까 우리처럼 막 솥에서 퍼내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나 뚝배기에서 여태 설설 끓고 있는 찌개 같은 음식은 상상도 할 수 없겠다. 나는 밥에 한 번 손 닿아보고는, 하루 종일 밖에서 뒹굴어 새까매진 손으로 더 이상은 엄두가 나지 않아 따뜻하게 구워진 짜파티(Chapati, Roti의 일종)만 그저 만지작거리는데, 오빠는 어설프나마 후루룩, 질퍽, 물컹물컹, 흐늘흐늘을 오른손으로 퍼 밥에 부어 비벼 먹는 흉내를 낸다. 남들 몰래 왼손을 함께 사용하여 짜파티를 찢어 이것저것에 찍어먹으면서 나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 손 씻고 싶어라~ 결국 오빠가 밥을 다 먹고 일어날 때까지 식당 한 구석 세워져 있는 판자 뒤로 세수대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그 동안 우리가 전혀 의식을 안 하고 있었기에 몰랐을 뿐, 거의 모든 식당에 세수대가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도 어제에서야 알았고.

 

오늘 아침에 들렸던 콜람의 다른 식당에서도, 오늘 점심때 들렸던 알레피의 식당에서도 숟가락은 없었다. 단지 돌 같은 비누가 덜렁 놓인 세수대가 있을 뿐이다. 연달은 손 식사에 제법 익숙해진 오빠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메뉴라고는 탈리, 하나 밖에 없는 주문을 하더니 자연스레 밖에서 더러워진 손을 닦으러 세수대로 간다. 그래, 손 씻기, 중요하지, 중요하고 말고. 식사 후에는 후루룩, 질퍽, 물컹물컹, 흐늘흐늘에 범벅이 되어 있는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야 하니까.

 

그러나 저러나 나는 언제쯤 한 손으로 짜파티를 잘 찢을 수 있을까? 우리는 아직도 서로의 오른손을 이용, 양 손 삼아 짜파티를 찢는다.

 

덧붙임 : 손 씻기, 하니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간호학을 전공으로 삼은 나는 대학 시절부터 중환자실 간호사 생활, 이어진 의료기 관련 회사 생활 내내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기’가 강조되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는데, 정작 ‘손 씻기’가 실생활에 있어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대학교 2학년, 기본 간호학의 ‘요관(尿管) 삽입’ 실습 시험 때였다. 복잡한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는 것도, 마네킹 환자에게 하는 설명도, 무균술을 완벽하게 시행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왕 야마(여기서 말하는 ‘야마’란 다른 학교의 ‘족보’에 해당함) 중의 왕 야마가 바로 송경애 교수님의 시험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예.”하고 제일 먼저 손부터 씻으러 가는 것이었으니…

 

Tip


교통 : 콜람 - 알레피 / Local bus (Express) / 1시간 40분 / 1인당 38루피 / 콜람의 선착장(Jetty) 옆 버스 터미널(KSRTC Bus Station)에서는 20분마다 알레피행 버스가 있다 
         알레피 - 코타얌 / Local boat / 2시간 10분 / 1인당 10루피 / 알레피를 지나 아마도 계속 갈 모양인 버스의 차장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우리를 선착장(Jetty) 바로 앞에 내려주었다. 만약 알레피 버스 터미널(Bus Stand)에서 내리게 된다 하더라도 선착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버스가 오던 방향을 되짚어 300m 정도 곧장 걸어오면 될 듯. 알레피의 선착장에서는 각종 유람선이나 하우스보트를 비롯, 매일 5회(오전 7시 30분, 9시 35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 5시 30분)에 걸쳐 코타얌까지 운행하는 일반 보트 역시 탈 수 있다

 

★ 매년 8월 둘째 주 토요일, 알레피에서는 Nehru Cup Snake boat Race가 열려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고 한다. 아닌게아니라 오늘 배를 타고 지나간 수로 근처 작은 마을들마다 엄청나게 긴(그래서 Snake?) 보트를 한 줄로 타고 박자 맞춰 노 젓는 연습(?)에 한창이었다


숙소 : Hotel Nisha Continental / 천장의 fan과 욕실, 작은 발코니가 딸린 더블룸이 300루피(냄새가 조금 나긴 하지만 여하간 수건 두 장과 작은 비누를 가져다 준다) / Check out 24시간제 / 코타얌 선착장은 시내 중심부와 다소 떨어져있기에(대략 3 Km 정도) 우리는 오토 릭샤를 탔는데 양심적인 아저씨가 우리 숙소까지 10루피를 받았다(10분 소요). 사실 처음에는 300루피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따져보면 우리 돈 7,500원 정도인데도 인도에서 생활하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 방만 구경하고 다시 나와 숙소가 위치한 Shastri Rd를 따라 시내 중심부 로터리쪽으로 걸어 올라가 로터리에서 만나는 YMCA Rd와의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내리막길을 따라 안쪽에 위치한 Paikados G.H에서 묵으려 했지만, 불행히도 결혼식 피로연으로 오늘 하루 통째로 빌려진지라 방을 구하지 못하고 도로 돌아왔다 -_-; 숙소 아저씨가 진짜 친절하다는 것으로 대신 위안을 삼으며… 


식당 : Bestotel Restaurant   Bakery / YMCA Rd와 KK Rd가 만나는 지점의 골목 안쪽에 위치한 이 식당에서는 서양식에 가까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Toast에 비해 Sandwich는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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