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이가는길오늘 드디어 문제의 ‘코다이카날(Kodaikanal)’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인도에 와서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던 우리가 며칠째 쉬지 않고 이동을 해가면서까지 이곳을 찾아온 데에는 다 사연이 있다. 바로 인도를 7개월 남짓 여행한 한 여행자 분이 사르나트 녹야원의 주지스님께 남긴 한 편의 글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 여기에 그 글의 일부를 가감첨삭 없이 그대로 발췌하여 소개해 보련다.

 


…께랄라와 타밀 나두를 가로지르는 웨스턴 가트의 동쪽에 위치한 코다이카날은 영국인들에 의해 다른 개발된 지역의 힐 스테이션(말씀 드렸듯 역이 아니라 여름 휴양지를 의미)과는 달리 미국인들에 인해 개발된 곳입니다. 흔히들 ‘코다이’라고 줄여서 부르죠. 밑으로는 마두라이와 인접해 있고(120km) 위쪽으로는 타밀 나두의 공업 도시인 코임바토르(Coimbatore)나 카르나타카의 방갈로르(Bangalore)와도 가깝습니다. 이 곳의 해발 고도는 2100m. 우리나라의 한라산보다도 높은 고도입니다. 제가 이곳을 찾았던 4월엔 남인도의 더위가 한창이었는데 코다이로 오기 전 머물렀던 마두라이(Madurai)는 낮 기온이 45-6도를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이 곳은 17-8도의 쾌적한 낮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겨울에는 이보다 다소 낮은 8-17도 정도를 보입니다). 정말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기분이었습니다. 비슷한 곳으로는 께랄라의 문나르나 타밀의 우다가만다람(일명 우띠)등이 있습니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는 않지만 푸른 숲이 우거져 있고 훌륭한 산책로가 많습니다. 커다란 호수와 폭포들도 있고, 남인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소나무가 자라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름이 자욱한(안개가 아니고 정말 구름입니다) 솔 숲속을 상쾌한 솔 향기를 맡으며 하는 산림욕은 고단한 여행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줍니다. 이 곳은 또 12년 만에 한 번씩 핀다는 ‘Kurinji shrub’이라는 신기한 꽃의 자생지이기도 한데, 다음 개화년도가 2004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시간 가는 것을 잊은 듯 시도 때도 없이 피어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 이 곳에서 100여 명이 넘는 한국인 학생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경기 남부 지방의 도시에서 온 학생들이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비교적 어린 나이의 학생들이 그 작은 코다이의 메인 로드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어이없게도 한국의 교회와 이 곳에 파견 온 선교사의 주선으로 이 곳에 왔다고 하더군요. 교육 기관이나 공공 기관을 거쳐서 온 것이 아닌…. 물론 이 곳엔 코다이카날 인터내셔널 스쿨(KIS)이라는 유명한 사립 학교가 있습니다. 1840년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이후 인도 특권층 자녀들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훌륭한 학교입니다. 하지만 제가 방문한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저 평범한 인도의 공립 학교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그 곳도 선교사에 의해 지어진 것 같긴 하더군요. 그 어린 학생들은 부모들의 욕심과 어른들의 그릇된 망상의 희생양으로 이 곳에 온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저 영어 때문에 한국의 학교에 자퇴서를 던지게 된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생각…


도착한지 6개월이 지났다는 학생도 인도인들과 간단한 회화조차 잘 하지 못하였습니다. 기숙사에서 나올 수 있는 주말에나 이 곳 마을에 나와 기껏 당구장에서 당구나 치거나 군것질이나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불쌍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집이나 친구들에게 e-mail을 쓸지도 몰라 연락도 못하고 있길래 제가 한글을 설치해주고 방법을 설명해 주니 정말 좋아하더군요.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린다는 그 학교의 한국인 학생 책임자는 고 1의 학생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인도 학생들과 가끔 패싸움도 하고 인도 선생과는 사이가 안 좋다고 저에게 귓속말을 하던 학생의 목소리는 저를 무척 슬프게 하더군요. 우띠에도 한국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제가 직접 확인은 못했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라지만 이렇게 황망한 인도 땅에 내팽개쳐진 아이들이 그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제가 코다이에 머물던 일주일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하 중략)


이 글을 읽은 주지스님께서 그 학생들에 대한 걱정에 밤잠을 설치셨음은 당연지사. 녹야원을 떠나기에 앞서 주지스님께 우리가 남인도로 내려갈 예정이라는 말씀을 드리자 부리나케 이 글부터 챙겨주시면서, 당신은 그 먼 곳까지 갔다 올 시간도, 그 기간동안 녹야원을 지킬 다른 스님도 없으시다며, 우리에게 꼭 그 곳에 들러 상황을 전해 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간곡히 하셨다. 이후 상기 글을 읽은 우리 역시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게 된 것은 물론이고. 

 

몰디브에서 인도로 돌아온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타밀 나두 주(Tamil Nadu 州)의 지도를 펼쳐 놓고 문제의 ‘코다이카날’이 과연 어디에 박혀 있는지, 그리고 코발람에서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까 ^^; 였다. 머리를 맞대고 이리저리 책을 뒤져본 결과, 직선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은데 비해 연결 교통편이 마뜩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며칠에 걸쳐 - 나름대로는 가장 이상적인 루트라는 확신 아래 - 부지런히 이동한 끝에 오늘, 코다이카날에 도착한 것이다.

 

며칠 더 머물러봐야 알 수 있겠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찾아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인지, 사실 지금 생각 같아선 인도의 이런 구석진 산골까지 우리나라 아이들이, 그것도 100명 이상 와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궁금하다. 과연 그들이 정말 이 곳에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마주칠 수 있을까?

 

Tip


문나르, 차밭교통 : 문나르 - 테니(Theni) / 타밀 나두 주 Local bus / 3시간 30분(점심 시간 포함) / 1인당 38루피 / 문나르에는 공공 버스 터미널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케랄라 주 산하의 터미널(KSRTC Bus Stand)이고 다른 하나는 인접한 타밀 나두 주 산하의 터미널(CTC   RMTC Bus Stand)이다. 둘 다 시내 중심부에서 코타얌 방면(Alwaye-Munnar Rd)으로 2 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숙소에서 터미널까지 오토 릭샤 20루피) 서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상에 있다. 양측 모두 테니행(혹은 테니 경유 마두라이행) 버스편이 있으니 원하는 발차 시간에 따라 이용하면 된다. 참고로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다시 시내 방면으로 들어와 Tata Tea Regional Office를 끼고 우회전, 다리를 건너자 마자 정차, 타고 갈 승객을 모으니 좌석 확보에 자신이 있으면 굳이 터미널까지 안 내려가도 된다
          테니 - 바틀라군두(Batlagundu) / Local bus / 1시간 / 1인당 12루피 / 문나르 숙소 아저씨 말로는 테니에 가면 코다이카날행 버스가 많으니 문제 없을 거라고 했는데 자주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테니 버스 터미널에서 코다이카날을 물으면 일단 바틀라군두에 가서 수시로 있는 코다이카날행 버스를 타라고 가르쳐 준다
         바틀라군두 - 코다이카날 / Local bus / 2시간 30분 / 1인당 18루피 / 바틀라군두 터미널에서는 외국인을 보면 무조건 ‘코다이카날?’하고 물으니 버스 찾기가 어렵지 않다


★ 문나르에서 코다이카날까지 곧장 오가는 버스는 비수기에는 운행하지 않는단다. 만약 코타얌에서 코다이카날로 오고 싶다면 현재 교통편이 복잡한 문나르를 경유하는 것보다 페리야르 야생동물 보호구역(Periyar Wildlife Sanctuary)이 가까운 쿠밀리(Kumily)를 경유하는 것이 나을 듯


숙소 : Greenlands Youth Hostel / TV와 욕실(오전 7시부터 9시 사이 온수 사용이 가능하며 역시나 양동이를 이용하여 샤워를 해야 함), 그리고 그네가 달려있는 멋진 발코니까지 딸린(전망이 진짜 끝내준다) 딜럭스 더블룸이 390루피(이 집에서 제일 좋은 방. 그나마 요즘이 비수기라 싸게 묵는 혜택을!) / Check out 오전 10시 / 버스 터미널(Bus station)에서 나와 왼편으로 조금 걷다 보면 Greenlands Youth Hostel 간판이 보일 것이다. 그 간판을 따라 다시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또 가다가 만나는 양 갈래 길에서 왼편의 야트막한 언덕으로 오르면 쉽게 찾을 수 있다(걸어서 500m 정도의 거리) / 전망이 이 동네 최고인데다가 다양한 가격대의 방을 구비하고 있으니 한 번쯤 들러 보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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