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티, 보타니칼가든어제 하루 종일 차를 타고 - 헤헤, 과장인가, 사실 두 끼에 걸쳐 후다닥 밥을 먹는 시간을 포함하여 8시간 30분 정도 탔다 - 내리락 오르락을 반복한 끝에 우티(Ooty, Ootacamund 혹은 Udhagamandalam이라고도 불림)에 도착했다. 코다이카날에 대한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타밀 나두 주의 또 다른 유명 휴양지인 이 곳 우티에 대해 내심 기대를 하고 왔건만, 우티에 대한 인상은 코다이카날의 그것에 비해 그리 좋지 않게만 느껴진다.

 

우선 우티는 코다이카날보다 춥다. 그것도 매우. 물론 코다이카날보다 지대가 조금 더 높긴 하지만 그 동안 더운 날씨에 그나마 적응이 된 탓인지 우티의 스산한 날씨가 영 맘에 안 든다. 티벳을 떠난 이후로 한 동안 푼 적이 없는 내 배낭(여행을 하면서 얄팍한 요령만 느는 우리는 배낭 한 개에 안 쓰는 물건만을 모아 넣어두고 매번 다른 하나의 배낭만 풀었다, 쌌다를 반복해 왔다)을 열어 침낭이니,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기능성 상의니, 내복 하의까지 다 꺼내 입고 두꺼운 양말까지 챙겨 신고는 잠을 청해야 하니, 이게 인도에서 대체 무슨 꼴인가 싶다. 더불어 하늘이 꾸물꾸물, 종종 가랑비까지 뿌려대니 우티에서 마땅히 즐길 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우티는 볼 만한 것이 넓은 지역에 걸쳐 분산되어 있어 걸어서 돌아다닐 수가 없다. 평지라면 또 모를까, 우티, 보타니칼가든태반이 오르락 내리락인 길들이 반가울 리 만무하다. 이런 사실을 우티 주민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증거로 산 중에 웬 차들이 그리도 많은지, 몇 분 안 걸리는 가까운 근처 마을에서부터 15시간이나 걸리는 ‘첸나이(Chennai)’까지 가는 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잇고, 그 사이로 택시들과 코다이카날에서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오토 릭샤들이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특유의 매연을 내뿜어대며 거리를 누빈다. 이러니 당연 마을길 걷기가 싫어질 수 밖에.

 

덧붙여 길은 또 왜 그리 지저분한지. 마을 한 가운데 경마장이 있어서인가, 띄엄띄엄 눈에 뜨이는 말들과 그 수를 능가하는 염소들,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소와 개들이 길 위에 똥으로 수많은 징검다리들을 만들어 놓았다. 좁은 길로 마구 달려오는 차를 피하려다가 엉겁결에 똥을 밟게 되는 식이니 여기가 정말 이름난 휴양지인가 싶다. 코다이카날과는 달리 입맛에 맞는 음식 찾기가 어렵고, 호수가 있어도 울타리에 둘러싸여 제대로 보이지를 않는데다가, 마찬가지로 Homemade Chocolate을 판매하지만 으~ 많이도 달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야트막한 오르막에 조성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 나는 시장(Bazaar)과 우티를 종착역으로 삼고 산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귀여운 꼬마 협궤 열차 뿐이다.

 

우티, 시장골목내사원우티를 떠나면 앞으로는 땀 뻘뻘 흘릴 더울 날들만 남았다는 생각 아래 하산(?)하는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어왔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코다이카날에 더 머무를 것을 그랬다, 후회하고 있다. 우리는 우티의 명성을 믿었는데 도끼에 발등 찍히듯 배신을 당한 느낌이다. 이래서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이 아닌가. 내일 하루만 더 있어보고 우리의 향방을 정하련다. 간사스럽게도 이제는 따뜻한(?) 산 아래 동네가 그립다.

  

Tip


교통 : 코다이카날 - 우티 / Private Tourist Bus(코다이카날-팔라니-폴라치-코임바토르-메투팔라얌-우티 간 운행) / 8시간 30분 / 1인당 150루피 / 우리의 원래 계획은 어제 코다이카날에서 코임바토르(Coimbatore)까지만 가서 우티까지의 꼬마 열차표를 예매한 뒤 쉬고, 오늘 오전 메투팔라얌(Mettupalayam)을 거쳐 우티까지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를 태운 버스가 막상 코임바토르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밖이 너무 더워서 도무지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곧장 우티까지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아마도 우티까지의 Private Tourist Bus 요금은 150루피 이상이겠지만, 차장이 헛갈렸는지 더 받지를 않더라. ^^; Private Tourist Bus는 코다이카날의 숙소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승차감이 일반 버스에 비해 낫고 Pickup service까지 해주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단, 코다이카날의 온 숙소를 돌면서 예약한 손님들을 태우기 때문에 pickup을 약속했던 시간보다 30분 늦게 나타나 우리를 태우고도 근 1시간 가량을 뱅뱅 돌다 출발하는 바람에 이를 항의하는 손님과 차장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우티, 꼬마열차★ 꼬마 열차 : 메투팔라얌과 우티를 오가는 명물 꼬마 열차는 올라올 때 5시간, 내려갈 때 3시간 반이 걸리며 일대의 멋진 장관을 선사한다 하여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우티에서 19 Km 가량 떨어진 또 하나의 휴양지 쿠누르(Coonoor)까지만은 하루 세 번 왕복하며(우티에 오전 9시 5분, 오후 2시 50분, 5시 45분 도착하여 각각 오전 9시 15분, 오후 3시, 오후 6시, 다시 쿠누르를 향해 출발한다. 1등석/2등석 요금이 76루피/7루피), 쿠누루를 지나 메투팔라얌까지는 12시에 정오에 도착, 12시 15분에 재출발한다(117루피/12루피, 46 Km). 2등석의 경우 따로 지정된 좌석이 없으니 동작이 재빨라야 창가쪽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올라올 땐 진행 방향의 왼쪽에, 내려갈 땐 오른쪽에 앉자)


숙소 : YWCA / 1인당 66루피짜리 3인실 도미토리를 통째로 빌려 200루피 / 우리만의 욕실(24시간 온수 사용 가능. 양동이 샤워)이기는 하지만 방과는 별도로 떨어져 있다 / 숙식비에 부가되는 10%의 Service charge 이외에도 별도의 세금이 따로 붙는다 / Check out 오전 11시 30분 / Private Tourist Bus가 우리를 이미 깜깜해진 우티의 어느 지점에 내려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려서 근처 사람에게 물으니 오토 릭샤로 20루피면 YWCA에 간다고 했는데 흥정 끝에 25루피를 주고 올 수 있었다. 경마장을 사이에 두고 Bazaar와 마주 보는 언덕에 위치(Ettines Rd) / 밤에 도착했을 때에는 몰랐는데 밝은 낮에 구석구석 살펴보니 안내서에 소개된 대로 깨끗하고, 조용하고, 정말 잘 가꾸어진 숙소라는 생각이 물씬 든다
          YWCA / 좀 더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그리고 저렴한 더블룸이 비기만을 기다려 방을 옮겼다. 230루피 / 마찬가지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우리만의 욕실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으므로 오전 6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 직원에게 온수 양동이를 부탁하여야 한다(도미토리보다 못한 더블룸?)


식당 : Hotbreads / 우티에서 가장 번화하다고 할 수 있는 Commercial Rd를 따라가다 만나는 Charing Cross(분수대가 있다)에 위치해 있으며 지금 막 구워낸 맛있는 빵들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이 맞은 편 닭 전문점에서는 ‘Korean Chicken’이라는 것도 판매하는데 우티에서 이만큼 우리를 배신한 것도 없다 -_-;)


관광 : Botanical Garden / 1인당 5루피, 카메라 반입료 25루피(비디오 카메라는 500루피나 내야 한다) / 상기 Hotbreads가 위치한 길을 따라 찻길 한 번 건널 필요 없이 북동쪽으로 걷다 보면 얼마 안가 티벳인들의 노점이 보이고 그 뒤로 잘 가꾸어 놓은 Botanical Garden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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