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치손 폭포는 그 이름 그대로 머치손 국립공원 내에 있습니다. 머치손 국립공원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북쪽으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우간다를 대표하는 국립공원 중 하나입니다. 차를 따로이 빌려서 여행할 수도 있지만 가격 대비 효용성 면에서 -_-; (다시 말해 지갑이 얇은) 보통의 배낭여행객들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package에 join하여 캄팔라에서 차량과 숙박을 모두 arrange 한 후 출발합니다. 저희도 인원이 모아질 때까지 - 인원이 많을수록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 며칠을 기다려서야 겨우 머치손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2박 3일간의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착한 첫 날 오후에 머치손 폭포 트레킹(trekking)을 하고, 다음 둘째 날은 하루 종일 게임 드라이브와 머치손 폭포 아래까지 보트 크루즈를 하고 마지막인 셋째 날에 침팬지 트랙킹(tracking)을 하고 캄팔라로 귀환하는 일정입니다.

 

일단 먼저 머치손 폭포부터 찾아가 볼까요?


 

 

 

 

머치손을 향해 가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마신디(Masindi)의 풍경입니다(2박 3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나올 때도 이 곳에 들러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내리긴 했지만 마신디는 머치손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도시다운 도시입니다. 도시라고 하기엔 한참 작긴 하지만요. 여기서 구입한 세수 비누를 아껴썼더니 아직도 집에 남아있네요(물론 made in africa는 아닙니다. 중동에서 수입하여 판매를 하더군요). 비누 따위 같은 물품 뿐만 아니라 우편 업무를 보거나 환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이기도 합니다. 비록 시내보단 환율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1 usd = 1720 ush), 이 정도면 예까지 오는 동안 창 밖으로 지나친 다른 마을들에 비해 제법 큰 마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뒷 좌석에 쿠션을 마련한 자전거 보다보다들입니다. 시골로 갈수록 좀처럼 오토바이 보다보다를 보기 어려워집니다.

 

 

 

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한 떼의 아이들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마침 퇴교 시간인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점심을 먹기 위해 일단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라네요. 우리나라처럼 급식이 안 되어 하루에 학교를 두 번씩 오가는 아이들입니다. 아마도 각자의 집까지는 거리가 꽤 될 듯 싶은데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똑같은 교복을 다 차려입고 재잘거리며 지나다니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아이들과 저희가 서로 구경을 하고 있네요. ^^ 머리가 제법 굵은 아이들이라 저의 잠보~에 헬로~로 답합니다. 멋진 오토바이 보다보다도 사진에 잡혔네요.

 

 

마신디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비포장 도로로 들어섭니다. 캄팔라에서 마신디까지의 길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왕복 1차선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느라 쿵쿵쿵 엉덩방아를 열심히 찧었습니다. 운전석 뒤로는 저희 일행이 저희 포함 모두 7명이 타고 있습니다. 저희 한국인 부부 한 쌍, 미국인 커플 한 쌍, 아일랜드 커플 한 쌍, 미국인 여교사 한 명, 이렇게요. 평소에는 말 통하는 영어권 5명이 서로 잘 놉니다. -_-; 그러다 밥 먹을 때가 되면 미국인 여교사가 저희랑 놉니다. 커플끼리 노는 가운데 혼자 여기까지 와서 좀 외로왔을성 싶네요. 

 

 

얼마나 달렸을까, 머치손 국립공원 푯말이 달린 입구를 지나는가 싶어도 푸릇푸릇한 주변 풍경에 큰 변화가 없다 생각하는데, 창 밖으로 갑자기 웬 동물들이 나타났습니다. 차 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집니다. 국립공원은 국립공원인 모양입니다. 저희가 먼지 일으키며 달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희를 바라봅니다.

 

차는 입구를 지나고도 한참을 더 달려 머치손 폭포 입구에 저희를 내려놓았습니다(공원 입구에서부터 20 Km나 더 달렸으니 그 넓이가 어마어마하네요). 모습이 보이지 않는 폭포는 일단 엄청난 소리로 저희를 압도합니다. 트레킹 가이드가 저희를 폭포 주변의 여러 view point로 안내하기 시작한 뒤에야 눈에 들어온 머치손 폭포의 일부 모습입니다.

 

 

머치손 폭포가 유명한 이유는 저 나일강 때문입니다. 나일강은 그 길이가 자그마치 6,700 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저희가 막 지나온 우간다 진자가 그 시작점이고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몇 나라들을 지나 이집트까지 이르릅니다. 그 길이에 걸맞는 엄청난 수량을 잠시 상상해 보셔요. 머치손 폭포는 그 엄청난 수량의 나일강이 불과 6m의 협곡을 통해 한꺼번에 떨어지는 곳입니다.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어마어마하겠죠?


처음에는 첫 사진 상의 오른편으로만 물길이 나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왼편이 새로 생겼다네요. 이럴땐 백 마디 말보다 단 몇 초의 동영상이면 충분할텐데 말이죠 ^^

 

 

 

 

개발이 덜 된 곳의 장점은 아마도 이런 것이겠지요. 국립공원 내의, 유명세를 떨치는 폭포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주체와 객체 사이에 아무런 울타리가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천길 낭떠러지 신세를 면하지 못하겠지만, 그 덕분에 손에 잡힐 듯, 아니 실제로도 물에 손을 담궈가며 온 몸으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록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있다만 벌써 쫄딱 젖어버린 제가 보이네요.  

 

시원한 물보라가 그만큼의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무지개와 함께 저희에게 공감각적인 심상을 마구 심어줍니다.

 

오늘은 이렇게 폭포 주변을 거닐며 폭포가 드러내는 이런 저런 자태를 가까이에서 접했지만, 내일은 배를 타고 폭포 바닥 근처까지 크루즈를 한다니 그 또한 기대가 아니될 수 없습니다.

 

 

폭포 트레킹을 끝내고서야 저희가 이틀을 지낼 캠프 사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캠프 사이트라곤 하지만 드넓은, 잡목이 우거진 초원에 커다란 나무를 울타리 삼아 경계를 두고 반다 몇 개를 지어둔 곳입니다. 캠프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먼저 뜨이는 것은, 보시는 것처럼 다소 황당하게도 숙소 안 마당을 마치 강아지마냥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흑멧돼지 와톡(Wathog)입니다.

 

디즈니 만화영화 <라이온 킹>을 보면 주인공 심바의 절친한 친구들 중 '품바'라는 멧돼지가 나옵니다. 기억이 안 나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사진을 빌려오죠.

 

<출처 : http://www.janicewise.com>

 

이 멧돼지 캐릭터가 바로 품바입니다. 품바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일반 멧돼지를 우스꽝스럽게 과장하여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 제 무지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 실제로 제 눈 앞에서 풀을 뜯는 와톡을 만나니, 어머나 이런 일이, 진짜 품바와 똑같은 것입니다. 아니, 품바가 실제 와톡이란 동물과 매우 닮게 만들어진거죠.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만화영화 캐릭터에 맞게 특성화시킨 디즈니의 그 관찰력과 상상력, 창의성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요.

 

어쨌든 와톡은 그 생김새와는 다르게 귀여운 구석이 많은 동물입니다. 일단 엄마, 아빠가 두서너마리의 새끼와 함께 가족을 이루어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고요, 야생에서 만나면 의외로 겁이 많은지 온 가족이 함께 마구 뛰어 도망가는데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면 다들 멈춰서서 뒤돌아 저희를 바라보는 모습도 웃음을 자아내고요, 사진 속에서처럼 이렇게 풀을 뜯을라치면 앞 다리 무릎을 꿇고 먹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도 합니다. 기린도 안 꿇는 무릎을 꿇는 돼지라니요.  

 

 

저희가 배정받은 텐트입니다. 숙박객은 반다와 텐트 중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요, 저희는 당연히 텐트를 골랐습니다(물론 반다가 더 비쌉니다 ^^; 반다엔 전기도 들어온다네요). 꽤나 크기가 있는 텐트라서 안에는 작은 싱글 침대가 두 개가 좁은 간격으로 놓여 있습니다. 머치손 국립공원은 숲과 잡목 등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대부분이지만 이 캠프 사이트는 가까이 있는 머치손 폭포 덕에 습도가 높아서 우간다 내에서도 말라리아 호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한지라 텐트 모기장에도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잘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텐트 천장과 플라이 모두를 일부 투명하게 처리하여 침대에 누우면 멋지게도 하늘이 보입니다.

 

이 날 밤, 캠프 사이트 직원들은 저희를 위해 작은 석유 호리병 램프를 텐트 앞에 하나씩 놓아주고, 그 빛 이외에는 도무지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초원에 밤이 한껏 내려 깃듭니다. 각자 침대에 나란히 누워 까맣게 어두워진 밤 하늘의 수 많은 별들을 쳐다보려니, 세상에 이런 호사가 없습니다. 이럴 때 들려오는 이름 모를 야생 동물의 울음소 리는 이 밤의 운치를 십분 끌어올려주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양념이 아닐 수 없네요. 이제야 진짜 아프리카에 와 있는 듯한,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꾸어온 꿈이 이루어진 듯한, 세상 모든 만물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어머니 대자연의 품에 포옥 안긴 듯한 느낌에 빠져듭니다. 행복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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