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일, 나 아직 살아있다구! 하고 8월이 발악스럽게 절규하듯 마지막으로 쏟아내는 더위를 탓했었는데, 얼마 전 퇴근길, 철새들이 방향 잡고 V자 그리며 날아가는 듯 하더니만 오늘은 아침 출근길부터 시야가 훤~하고 하늘이 부쩍 높아진 것이 이제야 진짜 가을에 접어드나 봅니다. 순식간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대네요.

 

날이 좀 추워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마저 우간다 진자의 부자갈리 물벼락을 맞으러 가봅시다.

 


제가 팔짝팔짝 물가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묵은 반다에서 덱데구르~ 굴러가면 몇 초면 닿을 거리에 부자갈리 폭포가 옛날 옛적부터 살고 있습니다. 보기와는 달리 길이 매우 미끄러워서 - 게다가 인터넷으로 구입한 신발이 제 발에 좀 컸던지라 아프리카에서 제법 미끄러졌습니다 ^^ - 저는 저런 어설픈 자세로 내려가는 반면, 신발도 제대로 갖추어 신지 않은 동네 아이들은 나는 듯 물동이를 이고 지고 잘도 날아다니더군요. 동네 상수도 시설이 미비한지라 숙소에 앉아 밖을 내다보노라면 하루 종일 동네 사람들이, 주로 아이들이 물을 떠나르느라 저 길을 수차례씩 오르락 내리락 하곤 합니다.

 


연세 지긋이 드신 분들이 예전 이야기를 해주실 때 코흘리개 어린 아이 시절, 주전자들고 어른들 막걸리 심부름을 몇 리씩 걸어갔다 오는 길, 이것저것 참견 다 하다가 출출해진 배 달래느라 막걸리 한 모금씩 야금야금 마시다 취해서 돌아왔다는 스토리는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겠지요? 세상 어느 곳이나 아이들은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여기도 노란색 물통 내팽개쳐두고, 꼴 먹이라 딸려 보낸 소도 나몰라라 하고 동네 아이들이 삼삼 오오 짝을 지어 물장난에 여념이 없습니다. 흐흐, 저 귀여운 것들.

 

물통은 신기하게도 어느 한 업체가 독점 공급을 하는지 대부분 저 노란 통을 쓰더라고요.

 



 

이 곳에 와서 아프리카의 찬란한 색에 대해 다시금 감탄을 합니다. 그간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뿌연 모래 먼지 가득한 누런 사막색은 까마득하게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푸른 하늘과 투명한 물, 진초록 풀밭에 자라난 연분홍꽃, 빨강 노랑 원색의 옷을 차려입은 검은 사람들이 하나 가득 메웁니다. 우간다가 이런 자연을 담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우간다를 아프리카의 진주라 불렀던, 처칠이 이 곳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푸르렀겠지요.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운걸요.

 


부자갈리 폭포 세디 센 물줄기 한 가운데 자라난 나무 군락도 신기하지만 더욱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이 나무 가지 가지마다 둥지를 튼 작은 새들입니다. 나무가지를 감거나 기어 올라오는 천적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한 그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새들은 떼를 지어 뾰로롱 날아 오르고 어디선가에서 뭔가를 물어다가 또 뾰로롱 집으로 돌아옵니다.

 


부자갈리 폭포가 멋지게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 식당에서도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지만 조금만 마을 쪽으로 걸어나오면 이렇게 짜파티를 만들어 파는 가판을 하나 만날 수 있습니다. 인도의 그것과는 좀 다르게 철판에 기름을 바르고 한 장씩 잘 구워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유행했던 1000냥 짜리 토스트 마냥 손님이 원하는 속을 골라 넣어주기도 합니다.

 

제가 야채 짜파티를 주문했더니 아저씨가 5년차 주부(?)인 저보다도 노련한 손놀림으로 토마토를 얇게 척척 저미면서 옆에 서 있던 직원(?)에게 뭔가를 사오라 시킵니다. 가판 만큼이나 작은 건너편 점방에서 곧 돌아온 직원 손에는 달랑 양파가 한 개 들려있네요.

 

달걀 하나 컵에 탁! 깨어 넣고 저민 토마토, 다진 양파 함께 넣고 쓱쓱쓱 저어 마치 오믈렛 마냥 부쳐내어 짜파티 가운데에 잘 넣고 돌돌 말아 싸줍니다. 자아, 오늘의 요리 완성~

 

마치 멕시코 타코 같기도 한 이 정체불명의 짜파티 샌드위치가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한 것만은 분명 사실입니다. 한 입 베어무니 김이 모락모락 뜨끈뜨끈한 것이 재료 속도 잘 어우러져 맛이 아주 좋습니다. 그러고보니 주인 아저씨와 잡다한 심부름을 하는 직원 말고도 계속해서 화덕에 부채 바람을 불어넣는 아이까지(일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로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사장님 아들일까요?)... 작은 짜파티 가판 하나에 여러 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앞에는 '짜파티 공장'이라고 작은 입간판까지 만들어 놓고요. 아저씨의 재치에 제 야채 짜파티가 더욱 맛깔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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