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몇 나라의 보타니칼 가든을 가봤지만 우간다 엔테베의 보타니칼 가든만큼 정겨운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봤다면 관리가 너무 안 되었다고 하겠지만, 사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짙푸른 녹색이 가득찬 곳이 바로 보타니칼 가든입니다. 이 사진은 보타니칼 가든을 한 바퀴 돌고난 뒤 나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내부 사진이 없는 이유를 말씀드려 볼까요? 

 

아프리카에서 처음 맞는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 탓에 막상 보타니칼 가든에 도착한 시간은 문을 열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정식 문이 아닌 옆 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가이드북에는 사람 입장료 뿐만 아니라 카메라 입장료, 비디오 카메라 입장료까지 따로 받는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오픈 전이므로 당연히 공짜로 들어갔습니다. 공짜다, 신난다하면서 ^^; 100여 미터를 걸어갔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로 저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러면 그렇지...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곳의 정식 직원이 아닌, 일용직 대학생이었습니다. 임산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오늘처럼 일요일에는 이 곳에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후 졸업을 하면 이 곳에 취직을 하게 된다네요. 입장료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않은채 본인이 우리의 가이드를 하겠다하여 일단 그러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직원은 직원인지라 저희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티를 못내고 내부 구경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심한 저...

 

내부는 우간다에서 자라는 여러 식물들과, 우간다가 아닌 다른 아프리카의 나라에서 들여온 식물들이 수많은 새들과 원숭이들과 더불어 뒤섞여 공존하고있는, 그야말로 작은 숲이자 공원이었습니다. 이 공원의 한 부분에는 열대 우림이 빽빽하게 들어찬 곳이 있는데요, 이 곳에서 바로 Johnny Weismuller의 <타잔>을 찍었다네요. 흑백 영화라는데 저는 모르는 영화라 어리버리한데 김원장은 너무나 반갑게 받아들이는지라 일순간 세대차이를 느꼈습니다(저희는 6살 차이가 납니다). 여하간 그 숲속의 숲에 들어가 있으려니 타잔이 넝쿨을 타고 다닐 수 있는 이유를 척하고 알아챌 수 있겠더라고요. 더불어 지금껏 보아왔던 수많은 타잔 영화 세트의 허구도 자연스레 드러나고요. 그만큼 넝쿨이 촘촘하게 늘어진, 그리고 알려진대로 엄청난 크기의 거미들이 거미집을 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빅토리아 호수 역시 아프리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더기 중 하나죠.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담수호라는 교과서적인 설명은 그냥 이처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만 못합니다. 느낌은 그저 잔잔한 바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 수영을 하다간 주혈흡충 때문에 위험하다고 합니다. 물 한 모금 구하기 힘들고 누런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는 아프리카를 주로 상상해 오던 제게는 이렇게 푸른 물도, 저렇게 푸른 숲도 다 커다란 망치가 되어 머리를 때리는군요.

 


 

목 부분에 작은 구멍들이 숑숑난 옷을 입고 있는 우리의 가이드. 그럴거라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안내가 끝난 뒤 수고료를 요구하더라고요. 익히 눈치를 채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얼마는 줘야한다고 미리 강하게 말을 꺼내는터라 기분이 좀 상했답니다. 뭐랄까,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살짝 스치는 것 같은. 사실, 본인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이만큼인데 대학 학비가 비싸서 제때제때 등록을 못하는 설움을 설명할때까지는 안타까움이 컸거든요. 그런데 약간은 뻔뻔스레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아프리카 역시 물들었구나(뻔한 레퍼토리라니~),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있었구나, 잠시 뒤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의 저는 다시 차를 잡아탈만한 곳으로 나가는 중입니다. 엔테베 마을의 흙길이 우리나라 남도를 연상케 하죠? 캄보디아의 그것과도 닮았습니다.

 


 

숙소를 지키는(?) 사설 경비원 아저씨들입니다. 우간다가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돈이 오가는 어디서나 이런 아저씨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저씨들은 총만 들었을 뿐,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는 다른 우간다인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다만 그늘에 있으니 얼굴이 잘 안 보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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