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마신디 Masindi. 점심을 먹기 위해 집으로 가는 아이들>

 

지금껏 피상적으로 제 머릿속에서만 그려왔던 아프리카와 제 눈 앞에 실재하는 아프리카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 중 우선 기억 나는 몇 개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생각보다 잘 산다.

 

2. 생각보다 영어를 잘한다.

 

3.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다.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 것 같아 부연 설명 들어갑니다.

 

1. 생각보다 잘 산다.

 

지금껏 TV나 책을 비롯한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드러나고 접한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도 비참했습니다. 이 점은 제가 굳이 예를 들어 설명하지 않아도 제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음이 더욱 확실해집니다.

 

객관적인 수치로 따지면, 분명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대륙"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원시적이지도 않고 굶어죽기 일보직전도 아니고 지저분하지도 않습니다. 우간다 진자에서 만난 아저씨의 말처럼, 우리도 서양인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인들은 집 한 채 제대로 없이,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미개한 채로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의 기준이 달라서일런지도 모르지만, 그들,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우리 식의 잣대로 평가 내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도 웬만해선 다 집을 짓고 삽니다. 찬이 없어도 가족과 모여 오손도손 식사를 합니다. 낡은 옷이지만 제대로 갖춰 입고 멋도 낼 줄 압니다. 

 

그럼 우리가 지금껏 접해온 모습은 무어냐고 묻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모습 또한 아프리카의 한 부분으로 실재하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국가간의 분쟁들, 내전들이 수많은 그들의 모습을 지금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하루 하루를 힘겹게 연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희망을 앗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런 난민이 아닌, 우리가 만나 본 일반 시민들은, 나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인간으로서 절대 동등하였습니다. 

 

사실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이런 저런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내가 아프리카로 '놀러'가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하며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잘 '놀다' 온 지금,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그들과 한 발짝 더 가까와질 수 있는, 보다 실천적인 방안을 찾으려 합니다. 

 

그동안 매체를 통해 혼자 쌓아왔던 반쪽 짜리 이미지로, 헐리웃이 만들어낸 편견의 이미지로 그들을 맘대로 그려왔던, 맘대로 상상했던 저를 깊이 반성합니다.

 

2.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한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던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왔었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저는 막연히 그들이나 저나 더듬더듬 영어를 구사할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손짓발짓 바디 랭귀지가 있으니 의사 소통에는 무리가 없겠지, 했었는데, 완전 착각이었습니다. 의사 소통에 엄청난 무리가 왔습니다. -_-; 그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 때문이었지요.  

 

영국의 식민지였다고는 하지만, 영어가 스와힐리어와 더불어 공용어로 쓰인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제 실력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는지 엄청난 영어로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뭐, 덕분에 좋았던 점도 있습니다. 한 달 정도 되어가니 제 영어 실력이 다 느는 것 같더군요. ^^; 아프리카에서 어학 연수를 받아야 할까요.

 

물론 시골로 들어갈수록 언어 구사 능력이 제 수준과 비슷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시골이 더 좋은가봐요.

 

3.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다.

 

이 부분에도 부연 설명이 필요합니다. 관광객이 많을거라는 건 익히 짐작하고 갔습니다. 또한 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역시나 관광객은 바글바글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밝히고자 하는 바는 바로 그들의 국적입니다. 이상하게도 미국인이 많았습니다. 사실, 지금껏 몇 나라를 여행해 왔지만,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여행하는 것을 보기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그것에 비해 매우 드문 일입니다. 오죽했으면 테러 위협이 진짜 심각하긴 한가보다, 미국애들은 좀처럼 안 싸돌아다니네,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프리카에선 놀라울 정도로 미국인이 많았습니다(물론 유럽인에 비할 순 없지만). 어찌나 그 이유가 궁금했던지 현지인을 붙들고 물어본 적도 있지요. 대답은 그들도 연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한 마디는 "아마도 안전해서가 아닐까요?".(그럼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 사건은 뭐란 말입니까?) 혹 미국인들이 아직도 예전 망상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ㅎㅎㅎ

 

어쨌든 관광객들이 열심히 왔다간 덕택에 그들의 인프라(그래봐야 피자, 스파게티, 스테이크...등의 식사 부분이 주였지만)를 덩달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나 이상한 것은, 여행 중인 동양인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더군요. 그 많던 떠돌이 일본애들도 진짜 보기 힘들었습니다. 여행 내내 어딜가나 거의 유일한 황인종 커플로 눈에 뜨이는 존재로 지냈습니다. 아프리카가 그만큼 동양에서 찾아가기에는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먼 곳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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