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나파트나는 현재 비하르(Bihar)주의 주도이자, 기원전 3세기 경에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나 그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아소카 왕이 자리를 틀었던 도읍지였고, 기원전 5세기 경에는 마가다국(國)의 수도로 ‘파탈리푸트나’라 불리웠던 역사 깊은 도시이다. 게다가 - 이미 우리가 어젯밤 건너왔듯이 - 도시 서쪽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중 하나인 마하트마 간디교(橋)가 장장 7.5Km의 길이로 강을 가로 질러 놓여 있어 오래된 유적들 이외에도 볼만한 것이 주변에 몇 군데 있는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광도 어디까지나 안 더울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만 하루 사이에 어쩜 모든 것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찬물에 샤워하고, 해가 제대로 뜨기 전에 얼른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은 레스토랑으로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러 간다. 얼음 같이 차가운 음료수와 함께 최대한 느리게 아침 식사를 하고는 나는 듯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다시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아예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내지를 못하는데, 그나마 우리나라 방송이 나오는 TV가 방에 있어 뉴스를 통해 한국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처음으로 둘만이 소리 빽빽 질러가며 한국과 터키 전 응원을 한다. 다행히 숙소 아래층에도 엄청 시원한 식당이 있어 요기가 가능한데, 그 외 시간에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뿐인데도 천장에서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는 fan 한 개로는 열기를 식히기가 턱없이 부족한지 땀이 주르륵 흘러 틈만 나면 번갈아 샤워를 해댄다. 숙소 바로 앞 가게에서 물이라도 한 병 사오면, 돌아오자마자 그 물을 거의 다 마셔야만 갈증이 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우리를 괴롭히는 현재의 온도가 몇 도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과연 이 더위가 우리 축구가 진 데에서 오는 정서적 열 받음인가, 아님 실제 신체적으로 느끼는 찜통인가를 파악도 할 겸…   

 

어디 보자… 엥? 지금이 37.4도야? 순간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음, 이래서 우리가 이렇게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는구나, 끄덕끄덕 수긍을 한다. 인도가 워낙 더운 나리임은 익히 알고 있었던 바였지만, 그래도 4, 5월이 한창 더위라길래 그래도 요즘에는 좀 낫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숙소 밖으로 한 발짝도 떼어놓기 괴로우니 앞으로의 일정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푹푹 쪄대는 이 더위에 나보다 더 괴로워하고 있는 오빠는 아예 인도 안내책자 두 권과 머리 싸매고 씨름 중이다. 옆 눈치로 힐끔 보니 어디로 가야 하나를 찾는 것 같지는 않고, 어디로 피해가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니나다를까 결국 오빠는 인도 동부 여행을 접고 곧장 서쪽으로 델리를 향해 가서 괜찮으면 서부 해안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식으로 여행을 하자고 한다. 이 더위에 캘커타에 갈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혀 온다나?(오빠는 예전에 캘커타를 방문했던 경험이 있다) 오빠가 저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여차하면 스리랑카고 몰디브고 없이 파키스탄으로 빠질 분위기이다(오빠는 인도 델리에서 아예 서늘한 러시아로 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역시 극단적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더위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서쪽으로 가기로 한다. 지도를 보니 델리로 가는 길목에 힌두 성지로 유명한 바라나시가 있다. 오빠가 지난 번 방문의 기억이 그리 좋지 않다며 이번 여정에서는 뺐던 곳이지만 어차피 가는 길목에 있는 이상 재방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갠지스 강을 끼고 형성된 곳이라 강 바람이 시원하다고 하는데… 어여 가자! 바라나시로.

 

일단 샤워부터 한 번 더 하고…

 

Tip


숙박 : Rajasthan Hotel / Hotel Satkar International 가까이의 Dak Bungalow Rd와 만나는 사거리를 건너 Fraser Rd를 좀 더 북상하다 오른쪽에 위치 / 천장의 fan과 개인 욕실, 그리고 아리랑 위성 방송이 나오는 TV가 딸린 더블룸이 500루피(라는데 10% 깎아 450루피에 묵기로 했다. 물론 7%의 세금은 별도) / 아침 일찍 맛난 쿠키와 따끈한 밀크티를 방으로 가져다 준다 / 호텔 1층의 채식주의자 전용 restaurant은 냉방이 매우 잘 되어 있는데 주문 메뉴에 따라 9.08~13.12%의 세금이 붙는다


* 어제 파트나에 도착하자마자 저렴하다는 이유로 찾았던 Hotel Amar와 마찬가지로 오늘 옮기고자 시도했던 Hotel Parker 역시 빈 방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거절했다. 오빠 말로는 주인 아닌 종업원이 외국인 숙박객을 받았을 때 그에 따르는 신고 절차가 복잡하여 주인 몰래 거절하는 것 일거란다


식당 : Mayfair Icecream Parlour / Hotel Satkar International에서 역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소 안 그래보이는 입구를 지나면 엄청 시원한 공간이 펼쳐진다 / 하기 PC방과 같은 층에도 fast food점이 있는데 그 곳보다 이 곳이 낫다. Pizza 따위가 먹고 싶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PC방 : Hotel Satkar International 맞은 편 건물 2층에 있는 Yahoo Internet Cafe가 제일 빠르지만, 한글을 까는 데에는 실패 / 주인 아저씨 말로는 이 더위에 나중에 다시 오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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