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어제에 이어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포카라 동서남북을 누볐다. 사실 사람들이 포카라를 찾는 이유는 네팔 중북부에 자리잡은 히말라야 산맥의 산지, 안나푸르나(Annap rna) 산군을 보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우리 역시 세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 가운데 하나라는 안나푸르나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이 곳을 찾았으니 굳이 오토바이를 타고 포카라 바닥을 휘젓고 다닐 이유는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트레킹을 신청하지 않은 채 오토바이 장난을 선호해 온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첫째 이유로는 거론할 여지 없이 6월 한 달, 우리의 여행 일정을 쥐고 흔들었던 한국 축구 때문이다. 결국 오늘, 우리의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독일에게 패하고 말았지만 여전히 훌륭한 그들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내고 싶다(게다가 아직 터키와의 한 경기가 더 남았다 ^^).

 

둘째, 지금 포카라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말하자면 되도록이면 트레킹을 피하라는 ‘우기’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하루 종일 억수로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 비가 안 내릴 때에는 무척 덥다 - 때때로 커다랗게 쏴아~ 소리 내며 퍼붓는 빗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저 비를 맞으며 산길을 걷는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쨌든 비 자체로는 큰 장애가 아니다. 정작 문제는 날이 흐리기 때문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nnapurna Base Camp ; ABC)와 같은 짧은 트레킹 일정으로는 안나푸르나를 제대로 못 볼 확률이 높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비는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거머리를 부른다(당해본 자만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 거머리가 얼씨구나~ 제철을 만난 것이다.

 

셋째, 오직 트레킹이 아니면 안나푸르나를 볼 길이 없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다행히 포카라에서는 패러 글라이딩(paragliding)이나 초경량 비행기(ultra light flight)를 타고서도 안나푸르나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알아본 것은 사랑코트(Sarangkot)에서 뜬다는 패러 글라이딩이었는데, 이 역시 우기라서 요즈음에는 다루지 않는단다.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소리군. 어쩔 수 없이 금전적 부담을 감수하고 좀 더 높이 날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공항에 문의해 보니 초경량 비행기도 우기가 지나간 10월부터나 재운항할 예정이라고… 요즘 같은 때 웬만큼 날아서는 구름 속에 가려진 안나푸르나를 볼 도리가 없나 보다.

 

넷째, 그렇다면 트레킹 일정을 늘려 안나푸르나를 볼 확률을 높이면 될 것이 아니냐, 반문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해 김 원장 부부의 생각은 이렇다. ‘아무리 좋은 풍경도 지속적으로 오래 즐길 수는 없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가 maximum으로 생각했던 안나푸르나 트레킹 일정은 4일 이내. 이래서는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들어 상기 언급한 ABC trekking이나 Jomsom trekking 정도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 막 트레킹에서 돌아온 사람들 말에 의하면, 비 줄줄 내리는 ABC에 비하여 Jomsom까지는 날도 화창하고 그리 덥지도 않다고. 하지만 Jomsom은 이미 지난 날 김 원장이 다녀왔던 행로의 일부이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확 20일이 넘는 트레킹을 해버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여정으로 우리는 거대한 인도를 목전에 두고 있다. 네팔에서 인도를 넘나드는 경로에는 서쪽에 하나, 남쪽으로 둘, 동쪽에 하나로 모두 네 가지 route가 있는데, 티벳 여행을 함께 했던 Yifat이 동쪽으로 나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도의 시킴(Sikkim) 지역을 극찬해 왔던지라 막연하게나마 그 쪽으로 나가 홍차로 유명한 다르질링(Darjeeling)을 구경하고 캘커타(Kolkata)로, 그리고 동해안을 따라 예정대로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려 했었다. 그러나, 오늘 낮에 다르질링에서 막 들어오신 여행자분 말로는 다르질링에 엄청난 비가 며칠째 계속 온 종일 쏟아지고 있어 아무 것도 못하고 숙소에만 갇혀 있다가 오셨다고 한다. 오호, 그건 또 바라던 바가 아닌데… 게다가 달력을 넘겨보니 이미 우리 일정이 한 달 가량 뒤쳐져 있다. 일정이 늦어진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것은 아니지만, 터키의 기후까지를 고려해서 짜놓은 일정이라 어쩌면 터키에서 매우 추운 나날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어쩌나…

 

오빠와 내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하여 다시금 의논을 해보지만 뚜렷한 앞길이 떠오르지 않는다. 온갖 정보들을 싸 들고 결정을 본인에게 맡겨달라 소리치던 오빠 입에서 한참 후에야 흘러나오는 말이 아쉽지만 트레킹은 과감히 포기하고 인도를 향해 서둘러 발길을 옮기잔다. 그리하여 우리의 첫 인도 방문지는 ‘파트나(Patna)’. 인도로 나가는 두 개의 남쪽길 중 좀 더 동쪽에 자리잡은 곳으로, 캘커타로 들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한다. Okay, 내일 일단 용맹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유명한 네팔의 구르카(Gurkha)로 갔다가 인도의 파트나를 향하여 출발!

 

안나푸르나 제 1봉(해발 8,091m)이여, 안녕. 제 2봉(7,937m)도 안녕. 제 3봉(7,555m)과 제 4봉(7,525m), 너희도 안녕~

 

* 우리가 생각했던 여러 안 중에 네팔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리랑카로 곧장 날아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항공편을 알아보니 네팔의 카트만두에서는 오직 인도 델리(Delhi)를 경유하여서만 갈 수 있다고 하며(네팔을 기준으로 스리랑카는 동쪽인데 반하여 인도의 델리는 서쪽이다), 가격도 1인당 거의 500불에 육박하는지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Tip


오토바이 : 포카라 시내를 걷다 보면 오토바이를 대여해 준다는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연료 없이 400루피, 반일 4시간은 연료 없이 200루피, 2시간을 빌리면 연료를 채워 200루피 정도 받는다 / 연료 1 liter = 46루피 / 김 원장 말로는 1 liter로 25 Km 이상 달릴 수 있다고 한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포카라가 오토바이를 타기에 매우 적당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오토바이를 타기에 제일 좋은 나라는 다니는 차도 없으면서 길이 잘 닦여있는 북한이 아닐까?


포카라관광 : Begnas Tal (호수)/ 입장료 1인당 10루피, 카메라 반입료 20루피 /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갔는데 포카라에서 호수 앞 마을까지 local bus가 운행되는 것을 보았다 / Fewa Lake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갔는데 글쎄, 주관적인 관점이었나 보다


한국 식당 : “사랑산(천지가든)”. Lake Side 북쪽 끝. 6년 전 오빠가 머무르고 난 뒤, Maoist들의 협박으로 잠시 영업을 중단하였다가 이쪽으로 장소를 옮겨 새로이 재개하셨다고 한다. 전경이 아름다움 / “Tibetan Kitchen (일명 홍금보 아저씨네)”. Lake Side에서 Dam Side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길다란 왕궁 벽이 보일 것이다. 벽이 끝나는 지점 맞은 편 근처에서 ‘홍금보 아저씨네’ 입간판을 찾을 것. 이 집의 40루피 짜리 Vegetable ThenTuk은 세계에서 제일 싼 수제비이며, 25루피 짜리 시원한 바나나 라시(Banana Lassi)는 정말 예술이다. 아마도 알아서 주시겠지만 차가운 Chilly Sauce를 팍팍 쳐서 먹는 수제비(매일 수제비를 먹느라고 칼국수와 만두국이라 일컬어지는 음식은 먹어보지 못했다)는 분명 기대 이상일 터. 다시는 티벳 음식을 안 먹겠다던 김 원장이 말을 바꿀 정도 / “Fewa Lake restaurant”. Lake Side 남쪽 끝. 주머니는 가볍지만 그래도 김치가 생각난다면. 김치가 들어간 음식이 주종을 이루기에 밑반찬은 없음. 주인은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네팔분이며 종업원이 아주 친절하다


서점 : 카트만두 타멜 거리와 마찬가지로 헌책을 사고 파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우리 역시 이 곳에서 카트만두에서 구입했던 중고 Lonely Planet 네팔 편을 구입가의 반에 되팔고, 새로이 인도 편을 구입했음


PC방 : 분당 2루피, 1시간 100루피로 비싼 편이나 한글 사용에 지장 없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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