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타푸르박타푸르(Bhaktapur)는 지극히 중세적이다. 독일의 도움으로 최근 개발, 보존되어 왔다지만 아직도 도시 구석구석에서 옛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17세기 후반에 축조된 것이라 하니 자그마치 300살이 넘은 셈이다. 그러나 카트만두나 파탄에서와 마찬가지로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그 안에서 하나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어찌 이런 저런 문제가 없을 수 있으랴. 간혹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이 환경 보호론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데에는 네팔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 에베레스트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따로이 등반대를 보낸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히말라야를 생각하면 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상태가 심각하기는 당연 카트만두 시내도 마찬가지여서, 공기 오염이나 상수도 수질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미 현지 신문에서도 크게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아무리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생활 터전을 부식이나 훼손 없이 100% 완벽하게 보존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게다가 예고 없이 일어나는 지진이라니…)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에 ‘입장료’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른다.

 

박타푸르하지만 1인당 750루피(우리나라 돈으로 12,000원 정도)라는 박타푸르 입장료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6년 전 이 곳을 들렸던 오빠 말로는 그 당시에는 아예 입장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긴 좀 우스꽝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예를 들어 신라의 고도 경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국도를 다 막아 세우고, 경주를 찾는 모든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라며 1인당 10만원씩 돈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네팔에서 750루피라면, 괜찮은 더블룸에서 사나흘을 묵을 수 있는 돈이다). 그것도 외국인에게만. 현지인들 혹은 내국인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내 눈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는데 나만 막아 세우고 너는 피부색이 하야니까, 너는 검으니까, 너는 노라니까 운운 하고 있어봐라.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이 지불하긴 하겠지만 무언가 속에서 부글부글 하겠지.

 

뭐, 이렇게 쓰고 있으려니까 좀 찔리기는 한다. 알다시피 우리는 무료 입장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기꺼이 지불했을 것이다. 핑계라고? 그렇다면 얼른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 ^^;

 

뭐든지 다 되는 식당을 찾았을 때였다. 아무리 비수기 중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제일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광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구경을 했다. 까망 머리에 노란 얼굴, 곱슬머리에 까망 얼굴, 노랑 머리에 하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전혀 없다. 박타푸르에 외국인이라고는 오빠와 나, 오직 둘 뿐인 것 같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워낙 이렇게 관광객이 없나요?”
“지금이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입장료가 너무 올라서 그나마 오던 단체 관광객마저 끊겼어요.”


오빠가 주인 아저씨와 옛날 얘기를 한다. 처음에는 존재하지 않던 입장료가 어느 순간 생겨나고, 몇 차례 인상을 거쳐 지금의 750루피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아저씨 역시 그 때 그 시절, 입장료가 없거나 낮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던 때가 훨씬 좋았다고 회상한다.

 

아무나 하는 것처럼 보일런지도 모르지만 사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정책을 수립할 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어야 하는지, 혹은 무엇을 위한 정책이어야 하는지를 올바르게 판단 내려야만 하니까. 물론 300년 이상 된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도시’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도시에는 그 도시를 세운 ‘사람들의 후손’이 아직도 살아가고 있고, 상당수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가 찾았던 식당의 주인 아저씨는 입장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현지 주민들에게 돌아온다고는 믿지 않고 있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이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영주가 (무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농노를 착취하는 중세 시대가 아닌 이상, 이렇게 벌어들인 입장료로 도시가 더 완벽히 복구가 되고 깨끗이 관리가 되면 이후 입장료가 낮아지고 더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을지도…

 

그 때까지 현지인들이 불평불만 없이(혹은 봉기나 혁명 없이), 지금처럼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기를 바래본다.

 

덧붙임 : 사실 현지인을 우대해 주는 정책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강원도 낙산 거평 프레야에는 해수(海水)탕이 있는데 들어갈 때 강원도 억양으로 이렇게 한 번 말해보자. “(양양) 읍내에서 왔어요.” 그럼 현지인 요금이 적용된다(이 정보를 주셨던 양양 출신 윤 모 부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

 

Tip


교통 : 박타푸르 - 카트만두 / Local bus (직행) / 35분 / 1인당 9루피 / 박타푸르 Durbar Square 쪽 출구로 나가 길을 따라 나가 오른쪽의 저수지를 지나 문을 하나 통과하면 바로 왼쪽에서 카트만두행 직행 버스를 탈 수 있다(매표 필요 없음) / 좀 더 내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는 완행 버스를 탈 수 있지만, 시간이 거의 배 가량 소요되니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할 것


숙박 : (떠날 때 큰 짐을 맡겨 두었던) 샹그리라 게스트하우스 / 위치는 6월 11일 글 참조 / 그새 305호를 빼앗겨 2층의 200루피 짜리 방으로 옮겼는데 전망은 별로이지만 3층보다 훨씬 시원하다


PC방 : 카트만두 타멜 거리에서는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다 / 굳이 ‘한글 사용 가능’ 안내문을 붙여놓지 않았어도 들어가 물어보면 사용 가능한 곳이 많다 / 분당 1루피지만 1시간을 사용할 경우에는 PC방에 따라 20루피~40루피 정도 지불하면 된다 / 간혹 정전이 되는 경우가 있음


서점 : 타멜 거리에는 PC방 만큼이나 서점이 많은데 여행 안내서로 전 세계에 이름난 ‘Lonely Planet’ 등은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비용의 반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굳이 새책이 아니더라도 신판임에도 불구, 여행자들이 팔고 간 다양한 나라에 관한 헌책이 많이 나와있는데 이런 책은 그 반 가격의 2/3면 살 수 있고, 여행 후 다시 서점에 되팔면 또다시 본인이 샀던 가격의 반을 돌려준다(물론 이런 정보는 Lonely Planet사가 알고 있다 해도 소개할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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