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월드컵 축구와 더불어 뒹굴뒹굴 지내고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 부시시한 얼굴로 거리에 나서서 지금 막 튀겨내는 네팔식 튀김을 몇 개씩 집어 먹고 따뜻한 밀크 티로 입가심을 한다. 영자 신문을 한 부 사서 꼼꼼히 읽어보다가(보통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곧 던져 버린다), 티벳에서 못 다한 샤워도 매일 한 차례씩 하는 기쁨을 누리고는 12시 15분(네팔이 한국보다 3시간 15분 늦다) 경기를 보러 나선다. 레몬 환타 한 병과 함께 하는 경기(왜 우리나라에는 오렌지 환타만 있는지…) 후에는 늦은 점심. 부른 배 두들기며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낮잠을 한판 때리고 나면 어느새 5시 15분, 다음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다. TV를 보면서 또 한 병의 레몬 환타를 비워내고, 해 저무는 거리를 가로질러 PC방으로 한국에서 회자되는 축구 뒷얘기를 들으러 간다. 한 시간을 칼같이 채우고 아직 꺼지지 않은 배에 다시 저녁 식사를 밀어 넣는다…

 

카트만두의 타멜 거리에 먹을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이런 생활의 반복 속에서 당연히 이번엔 무얼 먹어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자주 빠지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이후 이 곳을 찾는 여러 한국 분들을 위해 타멜 거리의 맛 집을 소개하려고 한다. 자 그럼, 우선 왕궁 앞에 우뚝 서 보자.

 

1) 비원 : 한국 음식점. 해병대 출신 산악인이 사장님이시란다. 주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해 오기 때문에 가장 한국 음식다운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소문이 있어 그저 집 구경만 갔었다. 왕궁 정문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왕궁을 마주보고 우회전을 하여(Durbar Marg에서 Hiti Durbar쪽으로)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비원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이 달린 골목으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으리으리(?)한 비원을 만날 수 있다


2) 아리랑 : 한국 음식점. 왕궁을 뒤로 하고 Durbar Marg 대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면 오른편으로 금방 등장한다. 입지가 좋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싸다는 소문에 가보지는 않았다. 소심한 우리 부부…^^;


3) Fire   Ice : 이탈리아 음식점. 왕궁 정문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타멜을 향해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왕궁 울타리가 끝나는 지점에 맞춰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를 건너 계속 직진하다 보면 왼편으로 Himalayan Bank 간판이 달린 커다란 건물이 있는데 바로 직전 안쪽으로 이 음식점이 있다. 네팔 남자와 결혼한 이탈리아 여자가 주인이라는데 피자도 물론 훌륭하지만(까다롭기가 하늘을 찌르는 김원장을 만족시켰음)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해왔음이 분명한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정말 맛있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산이 최고


4) 소풍 : 한국 음식점. 상기 Himalayan Bank 건물 맞은편으로 작은 골목이 두 개인가 있는데 그 중 타멜쪽으로 좀 더 가까운, 작은 책방을 끼고 있는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가 본 여러 곳의 한국 식당과 비교해 볼 때 가장 깔끔하고 정결한 맛을 준 곳. 김밥이나 카레와 같은 일품 요리들만 취급하기 때문에 김치 이외의 반찬 구경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주인 언니 인심도 좋고 오이 소박이를 비롯한 김치 맛이 예술이다. 오빠는 이 집 콩국수의 맛에 폭 빠졌음


5) 빌라 에베레스트 : 한국 음식점. 오빠가 예전에 네팔을 방문했을 때 먹고 자고 했던 곳이라 카트만두에 오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다시 들렸던 곳이다. 전과는 달리 사장님으로 계시던 한국의 유명 산악인 박영석씨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새 주인이 바뀐 건지? 타멜의 입구 격인 Jyatha 거리가 왼편으로 시작되는 사거리에서 오른편으로 쭉 길을 따라(Bhagwatibahal) 올라가다 보면 왼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숙박 시설도 함께 하고 있음


6) 쉼터 : 한국 음식점. 타멜 입구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나있는 Jyatha 거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쉼터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빌라 에베레스트의 반대편). 다른 곳과는 달리 라면을 주문하면 신라면 대신 안성탕면을 끓여 주던 곳(조만간 이 곳도 신라면으로 대치될 것 같긴 하던데). 사장님은 ‘선재’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젊은 네팔 분으로 지도와 더불어 여행 정보도 상세하게 주시는 등 무척 친절하여 도움을 많이 받았다(숙소도 이 분 소개로 옮김). 더 나은 메뉴를 위해 직접 콩나물을 길러보고 싶어하셨고(네팔에서 숙주나물 비슷한 나물 구경은 어렵지 않으나 콩나물은 구할 수 없는지라), 단무지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시는 바람에 인터넷 검색 창에 ‘콩나물’과 ‘단무지’를 두들겨 넣었던 우리… 최근 콩나물이 잘 자라고 있는 것까지 확인했으니 이후 반찬으로 콩나물 무침이 나오거나 콩나물국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을 듯. 단무지가 들어간 김밥도 기대가 된다. 가격도 빌라 에베레스트의 반 정도로 저렴


7) Sandwich Point : 이름 그대로 샌드위치 가게. 특별히 맛이 좋다기 보담은 밤 9시면 껌껌해지는 타멜 거리에서 24시간 즉석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 빌라 에베레스트와 쉼터가 위치한 사거리에서 직진을 하여 타멜 중심부 쪽으로 나아가다 보면 또 하나의 어정쩡한 사거리를 곧 만나게 되는데, 이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조금 걷다 왼편을 보면 아주 작지만 항상 한 두 명의 손님이 있는 이 가게를 찾을 수 있음


8) Hot Bread : 빵집. 타멜의 많은 빵집이 저녁 시간이 되면 원래 가격의 반으로 빵을 팔기 때문에 빵이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고통을 겪곤 했다. 게다가 보통 오후 7시부터 세일을 시작하는데 비해 이 빵집은 9시에야 세일을 시작하는지라 빵집 앞에서 어영부영 9시가 되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우리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기다릴 정도로 맛 만큼은 타멜 제일. 상기 어정쩡한 사거리를 직진으로 지나 ‘카트만두 게스트하우스’ 쪽으로 가다 보면 전면에 위치한 이 빵집을 찾을 수 있다


9) Just Juice ‘n’ Shake : 생과일 주스 전문 가게. Hot Bread 빵집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가루다 호텔 쪽으로 올라가면서 오른쪽으로 난 작은 골목마다 고개를 기웃거려 볼 것(골목 입구에 아주 작은 간판이 매달려 있기는 한데 잘 안 보임). 골목 안 왼편으로 파란 테두리를 한 작은 가게를 발견하면 들어가서 아무거나 ‘땡기는’ 음료를 시켜 먹자. 무엇을 시켜도 후회 안 하겠지만 나는 추천대로 ‘커피 바나나’를 시켜 먹었는데 맛이 끝내줬다


10) Best Finger chips   Snacks : 유난히 감자 튀김이 생각나면 날이라면 강추! 보기 드물게 예쁜 색을 가진 맛있는 감자 튀김을 먹을 수 있다. 막 튀겨낸 중간 크기의 감자 튀김으로 두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음. 상기 주스 가게를 지나 길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살펴보다 보면 파란 바탕에 노란 글씨 간판을 단 빨간 가게가 골목 오른편으로 보일 것이다


11)  짱 : 한국 음식점. 한국 언니들이 하는 곳으로 근사한 정원 식당에서 다양한 김밥을 비롯한 한국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 빌라 에베레스트와 마찬가지로 숙소도 함께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스 가게와 감자 튀김 가게를 오른편에 둔 그 길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오르다 보면 예쁘게 그림이 그려진 짱 골목이 오른쪽으로 ‘짱’하고 나타난다


12) 김치 하우스 : 한국 음식점. 쉼터와 마찬가지로 한국말 잘하시는 네팔 분이 사장님이며 무엇보다도 한국 음식을 비롯,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고 있어 좋다. 수제비나 쌈밥이 먹고 싶어 자주 들렸는데 가격 역시 쉼터 수준으로 다른 한국 음식점에 비해 저렴하다. Hot Bread 빵집이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전면이 막히는 삼거리를 만날 때까지 쭉 내려가자. 그 삼거리에서 우회전, 왼편으로 김치 하우스 간판이 보이는지 두리번거리면 된다. ‘포카라’에 제휴를 맺은 게스트하우스(Hotel The Virgin Peak / Tel 61-21565)가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김치 하우스 포카라 분점 계획은 당분간 접어두셔야 할 것 같다고. Tel 248780

 

Tip


우편 : 타멜에는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엽서가 정말 많다. 표준 크기의 엽서는 보통 10루피 정도 하는데 한국으로 보내는 데에는 장당 15루피의 우표를 붙이면 된다 / 2주일 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