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우리의 비슈누(Vishnu) 신이 ‘찬다(Chanda)’라는 마왕과 싸울 때의 일이다. 비슈누가 마왕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실수로 ‘수마티(Sumati)’라는 브라만을 죽이고 만다. 이에 화가 난 수마티의 스승 ‘수크라차리야(Sukracharya)’가 비슈누에게 화가 나서 “어디 한 번 두고 봐라” 저주를 퍼부었다지. 그 날 이후 비슈누는 ‘참팍(Champak)’이라는 숲 속에 자리를 잡고 살았는데, 시간이 흘러 그 숲 근처 마을에 ‘수다르샨(Sudarshan)’이라는 브라만이 살게 되었다. 수다르샨에게는 소 한 마리와 이를 키우는 목동이 있었는데 목동은 날마다 그 숲으로 소를 끌고 가서 널려있는 풀을 먹이고 젖을 짜 수다르샨에게 갖다 바쳤다. 그러던 어느날 목동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소젖을 짜려는데, 젖이 잘 안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여겼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목동은 일단 그 날 나온 젖만을 수다르샨에게 바칠 수 밖에…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그렇게 젖이 잘 안 나오는 일이 며칠째 계속되자 수다르샨도 목동이 가져다 바치는 이 우유가 예전의 양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목동을 불러 자초지종을 캐물었지만 목동 역시 이유를 모르기는 마찬가지. 결국 수다르샨과 목동은 참팍 숲에 소를 풀어놓고 소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감시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풀을 뜯는 소를 나무 뒤에 숨어서 관찰하던 그 둘에게 놀라운 광경이 포착되는데… 소가 풀을 뜯는 곳 바로 옆에 선 커다란 나무에서 원숭이 같기도 하고, 사람의 어린 아기 같기도 한 물체가 내려와 소젖을 맛나게 쭉쭉 빨아대고는 다시 그 나무로 기어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젖이 안 나올 수 밖에… 수다르샨은 그 물체가 분명 나쁘디 나쁜 악의 기운이라 단정을 짓고는 그 나무를 베어내기로 결심을 한다. 그러나 도끼질에 나무가 넘어가면서 나무 밑동이 드러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현현하는 비슈누신. 바로 그 나무에 비슈누신이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놀란 수다르샨이 사죄의 뜻으로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사원을 세우고 그 이름을 ‘참파카라니야(Champakaranya)’라고 지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사원의 이름이 이리 저리 변해오다가 결국 지금의 ‘장구 나라얀(Changu Narayan)’ 사원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알고 보니 수다르샨이 수마티의 환생이었다나 아님 수마티 스승 수크라차리야의 환생이었다나 어쨌다나… 믿거나 말거나. ^^;

 

이 곳 역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 중 한 곳으로, 크지도 않은 마을에 중요시 여겨지는 유서 깊은 사원과 신상이 많기도 하다(네팔 화폐에 등장하는 신상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방문 전까지 이 곳에 대하여 무지했던 나는 단순히 여기에 또 하나의 힌두 사원이 있나 보다~ 했었고, 트레킹의 종착점으로 얼떨결에 들리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막상 들리고 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딱 들어맞네~ 싶은 곳이다.

 

여행을 다니는 사람 중에는 여행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싸 들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비교해가며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자들 간에 가끔 이런 여행 방식을 놓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식의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아왔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사이에 옳고 그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전자가 옳다고 생각했었기에 박물관이라는 박물관은 다 찾아 다니고,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에는 다 들렸었다. 밤이면 밤마다 여행 안내서를 뒤적거리면서 여기에 소개되어있는 명소들을 어떻게 하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아침이면 전날 밤 짜놓은 경로를 따라 순전히 걸어서만(여행 경비도 마땅치 않았거니와 그 당시에는 걸어 다니는 것이 현지인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믿었다)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니곤 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우리나라 박물관이 어디에 몇 개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물에 대해서도 태반 지식이 없는 인간이었다. 미술? 그토록 미술관들을 쏘다녔건만, 불행히 지금도 마네와 모네가 헛갈린다(이런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이 상상이 가시는지?)

 

사실 요즈음의 나는, 꼭 이전의 경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 혹은 사원 따위의 유적지에 잘 가지도 않거니와 흥미도 없다. 한국에서 가방을 꾸릴 때, laptop에 얼마간의 정보를 저장해두기도 했지만, 이외의 여행 안내서라고는 티벳과 인도, 두 권만 챙겨 넣었다(그나마 예전에 인도를 가려고 이미 사두었던, 책장에서 한참을 묵던 책이 있어 꺼내 들었는데, 짐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하는 오빠가 꽤나 투덜거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예전에 비해 주어진 시간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늦은 밤까지 안내서를 들여다보며 다음 날의 일정을 짜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거니와, 시내 안에서도 적당히 멀다 싶은 거리는 현지 교통 수단을 이용하며, 관광지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무엇 하나 사지도 않으면서 시장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현재 이런 시간의 운용에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비록 오늘처럼, 미리 알고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싶은 곳을 만나기도 하지만… 

 

하지만 아직도 어떤 방식이 옳고 그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선인들 말마따나 가능하다면, 적절히 중도를 지키며 가는 것도 괜찮으리라…

 

우습게도 예전 여행시 나와는 반대로, 그야말로 발길 닿는 대로 다녔다는 오빠는, 오늘도 새로 구한 네팔편 여행 안내서를 마치 씹어 삼킬 듯 열심히 탐독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정보가 유용한 줄 몰랐다나?

 

Tip


교통 : 나가르코트 - 텔코트(Telkot) / Local bus / 30분 / 1인당 5루피 / 나가르코트 마을 입구, 즉 올 때 내려준 곳에서 다시 산을 내려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아시죠? 이 동네 시스템. 좌석이 차야 출발)
       장구 나라얀 - 박타푸르(Bhaktapur) / Local bus / 30분 / 1인당 6루피 / 장구 나라얀 마을 입구를 기점 삼아 박타푸르행 버스가 출발한다


관광 : 텔코트 - 장구 나라얀 / 트레킹 / 1시간 30분 / 텔코트에서 내려서 ‘Telkot Hill Resort’ 간판이 있는 방향으로 차가 다닐만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OK! / 트레킹 도중 지름길을 이용할 때는 방향을 잘 잡을 것
          장구 나라얀 / 1인당 60루피 /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사원 내로 들어가는 길 오른편으로 사설 박물관이 있는데 박물관 설립자(?)가 직접 설명을 해 주신다. 박타푸르우리의 경우, 마을이나 사원 자체보다 훨씬 흥미로웠음(1인당 50루피)
          박타푸르 / 경이로운 입장료! 1인당 무려 750루피 / 큰 길 입구마다 매표소가 있으며 지도상에 나타난 웬만한 길로 무료 입장을 시도하다간 걸린다고 한다. 새로 생긴 이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저 한 번 시도나 해 보자는 무모함으로 꼬불꼬불 길을 뚫다(?) 보니 어느새 박타푸르 한복판에 들어와 있더라…^^;;

숙박 : 골든 게이트(Golden Gate) / 먼저 박타푸르 Taumadhi Square의 유명한 Nayatapola Temple을 찾자. Nayatapola Temple의 전면을 바라보면 왼편으로 작은 골목이 나 있는데 그 골목으로 들어가 박타푸르 Durbar Square 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 안쪽에 위치 / 숙소 입구에 Kumari G.H가 자리 잡아 호객을 하니 헛갈리지 않도록 주의 / 엄청난 비수기 덕으로 선풍기와 전망 괜찮은 발코니, 개인 욕실이 딸린 Suite room을 깎고 깎아 400루피에 구했는데(물론 저렴한 다른 종류의 방도 많았지만) 특히 욕실이 다른 곳에 비해 탁월하여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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