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resort)? ‘리조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내 머리 속에 그려지는 풍경은 이런 것이다.

 

끝이 안 보이는 길다란 수평선, 수평선과 이어진 짙푸른 바다, 바다 속을 노니는 환상적인 열대어, 열대어들이 들여다 보이는 하이얀 모래사장, 모래사장 위로 그늘을 드리우는 야자수, 야자수 아래 적당한 각도로 구부러진 의자, 의자 위에 누워있는 비키니의 팔등신 미녀, 미녀가 빨대로 마시는 코코넛 주스 따위…

 

일출과 일몰에 그림 같이 어우러진 히말라야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카트만두 근교의 나가르코트(Nagarkot)를 가는 길에 간간히 눈에 뜨이던 리조트 간판들. 티벳에서 코다리(Kodari)를 통해 카트만두로 들어오던 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으로, 표지판의 화살표를 눈으로 따라가 보면 여지 없이 산 등성이나 산 꼭대기에 위치한 단독 주택 비슷한 아담한 리조트와 만나게 된다. 산 속에 있는 리조트라니… 그 흔한 수영장 하나 없잖아?

 

그러다 문득, 여기가 4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그리고 그 육지에서부터도 바다가 한참이나 먼 네팔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서 내가 너무 좁은 틀에 갇혀 허덕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네팔은 국토의 폭이나 길이를 놓고 볼 때에는 우리나라보다도 작은, 아주 조그마한 나라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높이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 그 어떤 나라에서도 따라올 수 없다. 오죽하면 히말라야 산맥을 이루는 장대한 고봉들 이외에는 ‘산’으로 쳐주지도 않을까. 내가 보기엔 높은 산들의 끝없는 중첩이거늘, 여기에서는 그저 또 하나의 동네 언덕, Hill이라 불리울 뿐이다. 이런 나라에서 리조트란, 당연히 높디 높은 아름다운 ‘산’이 바라보이는, 나지막한(?) 전망 좋은 ‘언덕’에 자리잡는 게 최고 아닐까?

 

오빠나가르코트의 리조트들 역시 몸을 담글 물 웅덩이 하나 마련해 놓지 않은 작고 아담한 주택에 다름 아니지만, 커다란 파라솔 아래 놓인 의자에 몸을 누이고 바라보는 전망만큼은 내가 다녀본 여느 리조트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중국의 용배제전과는 그 스케일이 상대도 안 될 만큼, 눈이 닿는 곳 어디에서나 산 등성이를 타고 끝없이 경작되어있는 계단식 밭과 훤히 내려다 보이는 카트만두 계곡. 비록 우기라 구름에 가려 웅장한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자태를 구경할 길은 없지만, 여기에 더해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지릿지릿 저려온다. 어느 때고 10월쯤 다시 이 곳을 찾아 시원한 산 바람 불어오는 리조트에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펼쳐진 자연의 예술을 몇 시간이고 감상하는 사치를 누려볼 기회가 있을까?

 

크던 작던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나 역시 하루하루 조금씩 배워나가면서, 혹은 깨지면서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그만큼 포용력이 커지는 느낌이 든다. 내 나이 서른, 아직 배울 것도, 깨부술 것도 많다.

 

리조트? 바닷가 말하는 거야, 아님 산 얘기 하는 거야?
 
Tip


교통 : 카트만두 - 카탈 / Local bus / 1시간 / 1인당 9루피 / Rani Pokhari 남측면 건너편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다가 나오는 사거리를 건너 직진하면 바로 오른쪽으로 박타푸르(Bhaktapur) bus park가 있는데 이 곳에서 타면 된다 / 이 곳에서 나가르코트까지 한 번에 가는 직행도 있다는데 출발 시간상 우리는 중간 길목 마을 카탈에서 갈아타는 노선을 택했음
          카탈 - 나가르코트 / Local bus / 1시간 / 1인당 10루피 / 카탈에서 내려서 나가르코트 방향으로 50m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나가르코트행 버스 정류장이 있다 /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아 길 찾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숙박 : 히말라얀 게스트하우스(Himalayan G.H) / 나가르코트 버스 정류장에서 커다란 찻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곧 왼쪽으로 작은 골목이 뚫리면서 언덕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삼거리의 입구에 위치 / 워낙 비수기라 개인 욕실에 발코니까지 딸린 방을 250루피에 구했음 / 이보다 좀 더 들어가서 언덕을 오르다 보면 Snowman G.H가 오른쪽으로 보이는데 이 곳에서 묵으면서 창 밖으로 바라보는 전망이 게 중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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