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스동물 없이 인간들만 살아나갈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동물들은(물론 식물들도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여러 요소들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준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길러왔는데 - 이상하게 고양이는 정이 안 간다 - 확실히 동물을 기르는 행위는 어린 아이들의 감정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초등학교 하교길, 엄마한테 혼날 것을 알면서도 매번 사들고 왔던 병아리를 기억하시는지?). 특히 요즘처럼 한 가정에 한 아이만을 낳는 시대라면야…

 

별명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듣기 좋던 싫던, 기억 나는 한 두 개의 별명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중 상당 부분 역시 동물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당장 기억 나는 별명만 너 다섯 개가 넘어가는데 그 중 하나가 역시 동물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 잠깐 그 때로 돌아가 보자.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 당시 나의 담임 선생님은 두 딸 아이의 아버지이자, 신경림 시인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이셨다. 나는 그 때 서기직을 맡고 있었는데 매일 학급일지를 정리하여 종례 후면 교무실로 담임 선생님을 찾아 뵙고 검사를 맡았던 것 같다. 매일 선생님을 뵙다 보니 자연스레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선생님께서도 그 때나 지금이나 키가 작은 나를 많이 귀여워해 주셨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선생님께서는 나를 이름 대신 ‘다람쥐’라고 부르시곤 하셨다. 문제는 그 ‘다람쥐’라는 호칭이 선생님과 나 사이에서만 남몰래 통하던 단계를 지나,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알려지던 날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종례 끝에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를 보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다람쥐’ 운운 하셨는데, 한참 예민한 다른 60명의 여고생들이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지금은 미국에서 회계사 공부를 하고 있는 내 친구 하나가 내게 알려주기 전까지,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그 날 이후 나를 가리켜 ‘돼람쥐’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참고로 ‘돼람쥐’란, ‘돼지 같은 다람쥐’의 준말이라고 했다. ^^;;

 

돼람쥐여하간 서부 티벳을 내질러 달리다 보면 야생 토끼나 쥐, 심지어 여우까지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벌판에 나와있던 무언가가 재빨리, 분명 그들이 이미 땅바닥에 파놓았을 구멍 속으로 휙~ 사라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코라를 하던 도중에야 그 동물을 제대로 볼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무슨 새가 이렇게 울어? 싶었지만 돌아보면 어디 하나 날아다니는 새가 없어 의아해 하곤 하였다(그 동물들이 내는 울음 소리가 새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코라 길에는 이 동물들이 널려있지만 빠르기도 엄청 빨라 도무지 가까이 갈 틈을 안 준다. 크기는 내 발바닥만한 놈부터 팔뚝을 능가하는 놈까지 다양한데, 색은 황토 빛이라 땅에 가만히 서 있으면(만화영화 라이언 킹에 나오는 ‘미어캣’인가 처럼 뒷발로 몸을 지탱하고 잘도 선다) 잘 보이지를 않는다. 나중에 가이드인 츠링에게 물어보니 츠링 말로는 ‘다람쥐’의 일종이라는데 내가 아는 다람쥐와는 크기나 그 생태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속도야 다람쥐일지 몰라도 그 크기만큼은 정말 ‘돼람쥐’가 아닐 수 없다. 반가운 ‘돼람쥐’, 은근히 정이 가는 녀석이다.

 

마나사로바

일반 동물들이 살기에 티벳은 정말 높고도 척박한 땅이다. 얼마나 높은가 하면, 새들조차 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 수의 새들이 대부분 차가 다니는 길에 앉아있다가 차가 자신을 치기 직전에야 마지 못해 파르릉~ 날아오르는데 그 거리가 형편 없기 일쑤다. 티벳에서 하늘 높이 나르는 새가 있다면 자세히 한 번 확인해 보아라. 아마도 커다란 비행기일지도 모른다(하긴 서부 티벳의 하늘에는 비행기도 다니지 않는다). 그저 나 같은, 돼람쥐들만이 살 수 있는 땅임에 틀림 없다.

 

하나 궁금한 것은, 그 돼람쥐들(오빠는 끝까지 ‘비버’의 일종이란다)이 과연 무얼 먹고 사는가 인데, 누구, 이 동네 동물에 정통하신 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셨음 좋겠다.

 

Tip

교통 : 다르첸 - 마나사로바 / 1시간 (마나사로바 호수 위 언덕에는 닝마파 계열의 ‘치우’ 사원이 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당시 이 곳에 네팔에서부터 높은 라마가 왔다 하여 승려들을 비롯, 순례객이 많아 이 언덕 뒤쪽 아래로 위치한 guesthouse 마저 모두 동이 났었다. 오빠어차피 Grace와 Marc가 더 이상 열악한 곳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하여 이 곳에서 하룻밤 숙박하기로 했던 원래 계획을 바꾸어 대신 잠시 이 곳을 구경하였는데, 네팔에서 왔다던 높은 라마는 10살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였다. 아무리 환생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이 곳의 나이 드신 승려 분들이 앞 다투어 경배 올리는 모습은 진짜 신기했다) 
          마나사로바 - 파르양 / 8시간 (점심은 호숫가 작은 마을 ‘호르추’에서 했는데 그나마 식당이 있어서 지난 번 올 때 들렀던 이름 모를 티벳인들의 천막보다는 메뉴 선택에의 여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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