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정각, 우리가 잠들어 있는 숙소 2층의 복도가 잠시 쿵쿵 울리는 듯 싶더니, 역시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주머니가 모닝콜을 몸소 실천해주러 오셨다. 고맙게도 어제 우리가 버스랑 트럭이랑 그림으로 그려가며 오늘 향성으로 가고 싶다고 열심히 설명한 결과, 6시 30분에 출발하는 트럭을 히치하라고 늦지 않게 깨워주시러 온 것이다. 주섬주섬 세수도 안 하고 짐을 챙겨 숙소 밖을 나서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트럭 히치라… 아직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 좀 걱정이 되지만 어제 오후 터미널에 세워져 있던 리당행 트럭들을 보아둔지라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 생각하며 터미널에 들어섰는데 이게 웬걸,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버스가 세워져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샹그리라에서 향성으로 올 때 타고 왔던 버스가 아닌가! 우리를 향성에 떨궈놓고 그 날로 다오쳉까지 운행했던 버스는 그 다음날, 다오쳉에서 리당까지 갔다가 다시 어제 오후 우리가 터미널에 들러 버스편을 확인해 본 이후, 저녁 늦게 이 버스가 리당에서 돌아온 것이다(알고 보니 이 곳 다오쳉 터미널은 이렇게 해당 버스가 전일 들어와야만 당일 출발 여부를 알 수 있단다). 어제만 해도 매몰차게 우리에게 차편이 없다고 고개를 저어대던 매표소 아주머니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글 웃으며 오늘은 샹그리라로 가는 차가 있단다. 그래, 우리도 봤다.

 

덕분에 오늘은 향성까지, 내일은 샹그리라대협곡까지, 모레 샹그리라로 가면 매일 4시간 정도의 덜컹거림만으로 무사히 제 날짜에 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는 6시 30분이 제 출발 시간이지만 여느 때처럼 7시가 되어서야 터미널 밖을 나서는데 때마침 터미널 밖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한 승객이 기다려 달라고 해서 10여 분간을 맘씨 좋게도 또 기다려 준 후에야 출발을 한다. 빗발은 점점 심해지는데 마치 시간을 맞춘 듯이 지나가는 트럭, 원래 우리가 얻어 탈 예정이었던 트럭에는 우리 예상과는 달리 짐 칸에 사람들이 그 비바람를 맞으며 실려 가고 있다. 조수석에 앉게 될 거라는 우리의 예상은 너무 앞서간 것이었나 보다. 그 모양새를 잠시 바라보던 우리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렇게 실려가지 않게 된 현 상황에 감사한다.

 

한 시간 여를 달려 갈림길인 SangDui를 마악 빠져나갈 무렵, 덜컹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달리던 버스가 그만 쿵! 하고 내려 앉고 만다. 비가 내리는 중이라 생긴 진흙 구덩이에 왼쪽 앞 바퀴가 푸~욱 빠진 것이다. 몇 번 앞 뒤로 차를 움직이려 하던 운전사 아저씨가 안 되겠는지 승객보고 모두 내려 밀어보라고 한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지만 우리 모두 내려 나를 비롯한 몇 여인네를 빼고 오빠까지 힘을 합쳐 차를 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부족. 누군가 커다란 나무 토막을 구해와서 지렛대 역할을 하게 하지만 실패하고, 비는 계속 내리는데 차는 소리만 요란할 뿐, 헛바퀴만 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에서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커다란 돌을 바퀴 뒤에 괴고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물론 중국말로^^) 모두 함께 차를 밀어낸다. 그렇게 몇 번을 힘을 모으자 도무지 가능성이 안 보였던 차가 조금씩 조금씩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을 사람들 덕분에 차는 결국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미소 띤 전송을 받으며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빠와 나는 차 바퀴가 산이 아닌 마을에서 빠진 것과, 이런 날씨에 우리가 그 마을에서 언제 올 줄 모르는 차를 기다리며 벌벌 떨지 않아도 된 것에 다시금 감사한다.

 

다오쳉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비는 눈발로 변해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분명 지나온 길일진대 마치 다른 길을 가는 것만 같다. 우리는 정신 없이 바깥을 내다보면서 다시 한 번 풍경에 매료가 된다. 티벳으로 가는 허가서가 예정처럼 일찍 나왔다면 우리는 분명 이런 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멋지다, 멋지다 하면서 어느새 산을 넘고 눈은 다시 비로 변해 더욱 맑고 길어진 시야를 제공해 준다. 앞으로 동부 티벳을 여행하면서 이런 길을 다시 만날 수 있기 만을 기대할 뿐이다.

 

오늘 무사히 향성에 도착한 기념으로 맥주 한 잔을 하기로 한다. 대리에서 No. 3 G. H 사장님께서 따라주신 소주 한 잔 이후로 처음이다. 안주로는 이미 다오쳉에서 실패한 바 있는 탕수육. 우리 예상을 깨고 튀김 옷 없이 바짝 튀긴 고기에 짠 간장 양념으로 버무린 다오쳉의 탕수육에 비해 향성에서는 그야말로 우리가 먹던 맛 그대로의 탕수육이 등장한다. 비오는 저녁, 탕수육에 맥주 한 잔이라… 회사 앞 중국집에서 회식할 때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난다. 우리 팀 - 부장님, 홍대리님, 민지은씨 - 모두 잘 있는지 궁금해지는 저녁이다. 나중에 네팔쯤 가면 엽서라도 한 장 써 보내야지.

 

Tip


교통 : 다오쳉 - 향성 / 다오쳉 터미널에서 공공버스 / 1인당 총 60원(버스비 58원 + 보험료 2원, 어째 타고 갔던 미니버스보다 더 비싸다) / 진흙탕에 바퀴가 빠지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는 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리막길이 많아 4시간 소요 / 다오쳉에서 다시 향성쪽으로 갈 생각이라면 매일 늦은 오후, 혹은 오전 6시경 터미널에 나와 버스편을 알아봐야 한다. 이에 비해 리당이나 강정 등의 성도 쪽으로 가는 버스는 좀 더 잦은 것 같았으며 유명한 YaDing행은 거의 매일 있어 보인다
빵집 : 향성 터미널에서 시내 쪽으로 들어가려면 오른편에 으리으리한 파모산 빈관(巴姆山 Hotel)이 보이는데 이를 지나면 작은 가게(招市)가 있고 그 바로 옆 집이 빵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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