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전쯤 어느 일요일, 오빠와 닭갈비를 먹으러 춘천에 갔다가 아직도 눈이 쌓여있던 화천으로 해서 포천 쪽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여러분은 포천,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는지?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막걸리가, 뜨끈한 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온천이 먼저 머리 속에 번득일런지 모르지만, 포천에는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갈비다(그리고 나는 이 세 가지를 다 좋아한다 ^^). 그 때 포천으로 향하는 고개를 내려오면서 재미 삼아 길 양 편의 갈비집 수를 손꼽아 헤아려본 적이 있는데, 무려 100개를 수이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때 130여 개까지인가 세어보고는 말았던 것 같은데, 특기할만한 것은 이 중 ‘원조’라는 상호를 덧붙인 집이 참 많았다는 것이다.

 

세상에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면서, 혹은 신생 후발업체가 잘 나가던 선발업체를 따라잡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일어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단 포천의 갈비집 뿐만이 아니라 의정부 부대찌개촌에 가도 그렇고, 신당동 떡볶이촌에 가도 그렇고, 장충동 족발촌에 가도 그렇고, 무교동 낙지촌에 가도 그렇고, 신림동 순대타운에 가도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그래도 사람들은 몰리는 데에만 몰리던데… 나 역시 상기 음식을 먹으러 갈 때 ‘원조’ 간판 여부와는 상관 없이 - 하지만 소문에는 ‘진짜 원조’라는 곳 ^^;; - 가는 집이 정해져 있다). 이렇게 ‘진짜 원조’를 높이 쳐주는 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인가? 아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처음 려강에서 중전이라는 곳으로 올 때 그 곳이 그 유명한 ‘샹그리라’라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도착한 후 중전이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예 도시 이름을 ‘샹그리라’로 개명하는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중전에 도착하여 보니 혹자는 중전에서 앞으로 우리가 갈 티벳으로 향하는 길이 진짜 ‘샹그리라’라고 하고, 혹자는 막 우리가 지나쳐 온 중전에서 사천성으로 빠지는 길이 진짜 ‘샹그리라’라 한다. 하지만 다오쳉에 도착해 보니 여기 또한 이 곳이 진짜 ‘샹그리라’란다. 오호… 과연 어디가 ‘진짜 원조’ 샹그리라일까? 그냥 그 모든 곳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의 반증이 아닐까?

 

다오쳉다오쳉 역시 아름다운 풍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지만, 이 곳에 도착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있다면 이 곳이 단지 거쳐가는 소도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찍이 소개한 바 있지만 우리는 중국 여행 안내 책자 하나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곳에 대한 정보라고는 전무후무했었다(내 첫 중국 여행은 1995년으로 당시에는 중국으로 부르기가 어정쩡했던 홍콩이 그 첫 도시였는데, 그 당시 구입한 안내 책자에는 운남성 편에 ‘대리’까지만 소개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서양인들과 편하게 말을 섞고 지낼 정도가 아니라서 그들이 들고 다니는 여행 서적(Lonely Planet)을 빌려 볼 기회조차 없었지만, 어쩌면 아직 그들조차 잘 모르고 있을 정보일 것 같아 소개한다. 오빠이 곳 다오쳉에서 매일 있는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7시간 정도를 더 가면, 웬만한 중국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YaDing(亞丁)이라는 곳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곳이 바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최후의 샹그리라’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최후의 샹그리라’라… 그렇다면 앞에 열거한 곳들은 YaDing에 비하면 이미 ‘샹그리라’라 하기에는 뭔가 껄적지근하단 말인가?

 

오늘 이 곳에 있는 몇 여행사(물론 영어는 한마디도 안 통한다)에서 다오쳉과 더불어 YaDing을 소개한 책자를 봤는데, 정말 사진으로만 봐도 아름다움이 철철 느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7시간이 걸리는 곳을 다녀 오려면 적어도 이틀 이상은 소요될텐데, 티벳으로 들어가는 허가서에 여행 날짜가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서둘러 온 길을 다시 되짚어 돌아가야만 하는 것을… 게다가 이 곳 터미널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향성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는데(이 곳에서 향성이나 중전 쪽으로 가는 버스는 상당히 부정기적이란다) 이대로라면 숙소 주인 아주머니의 몸짓대로 내일 아침 6시 30분, 이 곳에서 리당을 향해 출발하는 트럭들 중 한 대를 얻어 타고 갈림길 마을인 SangDui까지 다시 가서 거기서 리당 발 향성 행 차편을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물론 짚차를 대절하는 방법이 있는데 가격을 알아보니 이 곳에서 샹그리라로 개명한 중전까지는 1300원, 향성까지는 500원을 달라니(이 경우 이후 400원까지 내려감)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이렇게 향성으로 돌아가는 차편 조차 확실치 않은 불안함 가운데, 우리에게 YaDing은 그야말로 안타깝기만한 그림 속의 떡일 수 밖에…돼지

 

하지만 우리 이후의 한국 여행자들에게 대신 YaDing이 한껏 누려지기를 기대하며, 이 동네 사람들이 YaDing을 갔다 왔냐고 물었을 때, 다른 중국인들처럼 우리 역시 엄지 손가락을 높이 추켜 세우며 엄청 좋았다고 웃으며 대답해 주자(오늘 아침, 심지어 우리 숙소 주인 아주머니는 YaDing가는 버스가 출발하는데 왜 안 일어나냐며 우리를 깨워주시는 친절함을 보여 주셨다).
 
Tip


빵집 : 터미널에서 시내 쪽으로 들어가노라면 차가 다니는 T자형 삼거리를 만나는데 자세히 보면 맞은 편에 차가 다니기는 힘든 작은 골목(그래서 결국 사거리)이 보일 것이다. 그 골목 입구 오른편에 작은 빵집이 있다
PC방 : 상기 T자형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틀어 어느 정도 걷다 오른편에 있으나 들어가보진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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