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으로 가는 허가서는 결국 받지 못 했다. 어제도, 오늘도, 라싸에서 날라 온 fax에 원본 확인 도장을 찍어 주어야 하는 이 곳 사무소(여유국. 우리나라로 치면 지역별 관광 공사쯤 되려나?)가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 Snowland restaurant 주인 아저씨를 비롯, 한 명의 동업자 VS. 우리 부부가 한바탕 설전을 드넓은 중국 땅 중에서도 운남성을 콕 찍어 관광 중심지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정책의 일환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중전’이라는 도시는 역사 속에 영원히 묻히게 되는 것이다. 도시에는 ‘중전이 샹그리라로 개명되는 것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따위의 붉은 휘장이 한 집 건너 하나씩 걸리고, 북경에서 고위 관리가 특별기를 타고 날아오고, 동네 뒤 편에 위치한 오풍산 공터에 엄청난 무대가 생겨 나면서, 장족 특기인 말 타기 경주, 가면을 쓴 승려들의 전통 무용(아, 이 행사 때문에 송찬림사 승려들이 그렇게 연습을 했던 거였구나~), 각 고유 의상을 차려 입은 부족들마다의 춤과 음악, 가두 행진, 그리고 밤에는 예산 걱정까지 들게 만드는 불꽃 놀이까지… 그야말로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 것이다.

 

관공서를 비롯한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축제로 인해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 그래, 축제라니까 우리가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사실 우리는 매우 화가 났다. 분명 근 2주에 달하는 휴가 기간을 위해 당직표가 버젓이 붙어 있는 걸 보았는데도 우리의 일을 봐 주어야 하는 사무소는 텅텅 빈 채 잠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같이 동행한 주인 아저씨는 계속 중국을 이해해 달란다. 한국처럼, 다른 나라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인도 홍콩에 산 적이 있는데 홍콩만 해도 안 그렇다고… 스스로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막상 아저씨의 말대로 중국을 중국으로, 그렇게 바라보기로 마음을 먹으니 한결 머리 속이 가벼워졌다. 그래, 까짓,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이주일이라고 못 기다리겠냐… 반쯤은 이해, 반쯤은 포기를 하고 나니 그제서야 축제도 축제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축제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워낙 향락(?)과 유흥(?)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찾지 못 했다. 말 타기 경주는 허가서와 씨름 하느라 놓쳤고, 승려들의 전통 무용은 그럴싸 했으나 무대를 둘러싼 주민들이 한 구석에서 열심히 트럼프로 카드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북경에서 온 높은 사람들 때문에 주민들이 억지 동원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며, 각 고유 의상을 차려 입은 부족들마다의 춤과 음악, 가두 행진에 있어서는 그 춤과 음악이 너무나 단조로울 뿐더러 행사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전통 의상 사이로 내비치는 청바지며 뾰족 구두가 역시나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했다. 어설픈 춤 사위로 박자를 놓칠 때마다 쑥스러운 듯 혀를 살짝 내 물며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글쎄, 이 춤이 더 이상의 전통 무용이 아닌, 결국은 행사를 위해 급히 조달한 듯한 인상을 불러일으켰다면… 

 

어쩌면 나는 샹그리라로 불렸던, 그리고 이제 다시 그렇게 불리게 될 이 곳에 대하여 어떤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옛날, 그 이름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샹그리라가 앞으로도 그런 이상향으로 영원히 남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런지도… 이 곳의 젊은이들 역시, 핸드폰 가게 전시대의 최신 디자인 핸드폰에 넋을 잃고, PC방에서는 채팅에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머리에 빨갛게 물을 들이고 담배를 문 여학생까지, 지극히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는 것을… 그렇지만, 이번 festival이 단지 형식적인 행사에만 그치지 않는, 그래서 앞으로도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샹그리라’로서의, 그런 시발점이 되기를 감히 바래본다.

 

Tip


빵집 : 터미널을 등지고 서서 앞을 바라보면 뻥 뚫린 삼거리가 보일 것이다. 왼편으로 건너가 좀 더 걷다 보면 또 찻길이 나오고 이를 건너면 오른편에 빵집이 하나 있는데 시내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빵집이다.
PC방 : 숙소와 외국인 상대의 cafe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터미널에서 숙소쪽을 향해 걷다 보면 차례로 China Unicom, China Telecom, China Mobile이 있는데 이 중 China Telecom의 3번 computer에 한글을 읽을 수(만) 있도록 다운 받치루고 난 뒤, 오늘 아침 주인 아저씨랑 직접 그 사무소에까지 찾아 갔었지만 오히려 더욱 절망적인, 굳게 닫혀진 문 앞의 공고문만을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다. 바로 5월 10일 금요일까지 사무소가 문을 닫는다는 사실, 그리고 연달은 주말마저 합치면 앞으로도 일주일은 중전에 더 머물러야 한다는 끔찍한 야그다…

 

5월 1일, 노동절을 낀 연휴는 그렇다 치자. 굳이 이 곳 뿐만이 아닌 어디나 다 중국 관광객들 투성이니까… 하지만 여기는 앞으로도 5일을 왜 더 노느냐? 제목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 곳 중전이 이제는 지명을 아예 샹그리라로 개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림 동화나 다름 없는 중국 TV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중국 정부는 아 놓았다(상기 빵집 바로 옆 집도 PC방으로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면 양편으로 computer가 늘어서 있는데 오른쪽 줄, 안쪽에서 세 번째 기기에도 다운 받아 놓았지만 이 곳은 floppy를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 식당 : (앞서 언급한 바 있는) Yak Bar / Tibet Hotel에서 터미널쪽으로 걷다가 Tibet cafe 삼거리를 만나기 직전 오른편에 있음 / 경제적 타격을 예상했으나 예상 외의 훌륭한 한국 음식에 김원장의 호평을 받음(역시나 우리가 한바탕 휩쓸고 난 후 가게 문 앞에 ‘한국음식’ 붙었음) / 먹어본 음식 메뉴에 나의 필적을 남김. 앞으로 이 곳을 찾는 분은 제 필적을 보실 수 있으실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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