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랍초원우리는 말을 타고 의랍초원을 어슬렁거렸다. 시내에서 얼마 안 떨어져있다고 해서 조금은 의아스럽게 생각했는데 웬걸, 정말 시내에서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여기 저기 초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인가? 저기인가? 했지만 그보다 좀 더 들어가자 그만큼 더 큰 초원이 나타났다. 말을 타고 거닐며 바닥을 보니 추운 날씨 탓인지, 제철이 아닌 건지, 아님 저 널려있는 말과 소, 그리고 돼지(왜 돼지까지 초원에서 놀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들의 엄청난 식성 때문인지 초록색 잔디밭은 찾기가 힘들다. 표현이 거친지 모르겠지만 꼭 오래된 이발소 기계로 인해 군데 군데 쥐어 뜯긴 스포츠형 머리 같다고나 할까…

 

들은 바로는 이 곳이 여름에는 초원이지만 다른 계절에는 호수가 된다나 그랬는데 비록 여름이 가까워오긴 하지만 지금껏 중국을 돌아다녀 보니 여기 역시 가뭄이 심해서가 아닐까, 아무리 봐도 호수로 변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곳이 호수로 변하거나 말거나 어쨌든 현재로서는 멋진 초원이고, 땅 한 평이 귀한 우리나라에서는 분명 보기 드문 풍경임에 틀림 없다. 우리는 말에서 내려 만년설산 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넓은 초원을 함께 거닐다가 외따로 떨어진 소 한 마리를 발견했다.오빠


“저 소한테 가 보자”
“안 돼, 그러다 달려들면 어떻게 하려구?”
“방울이 달려 있으니까 분명 사람한테 길들어져 있을 거야”
“그래도 안 돼, 동물들은 알 수 없어”
조심성 많은 오빠 덕분에 나는 그냥 끌려 돌아올 수 밖에… 그러는 우리를 소는 여전히 껌벅거리는 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이 곳 중전은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다시 말해 중국이 티벳을 힘으로 억누르기 전만 해도 티벳의 땅이었다. 중전을 티벳의 장족 말로는 ‘지엔탕’이라고 하는데 현재 사천성의 ‘빠탕’, ‘리탕’과 함께 장족 왕의 세 아들이 각기 다스렸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비록 티벳을 포함한 중국 전역에 사는 티벳 장족을 놓고 볼 때에는 2.5% 정도에 해당하는 적은 인구만이 이 곳에 살고 있지만 오빠의 말을 끌어주는 총각도, 나의 말을 끌어주는 할머니도 모두 장족이며 내가 말에서 타고 내릴 때마다 혹시나 헛디딜까 온 몸으로 안아 주시곤 한다. 따뜻한 할머니의 상체에 내 상체를 더하니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내 등을 두드려 주신다. 꼭 우리 할머니처럼…

 

다시 시내로 돌아 온다. 중국화 되어 있는 시내는 크지 않고, 중국화 되어 있지 않은 시외는 넓고 광활하다. 중국화 되어 있는 시내에서는 장족과 분명 중국 정부의 집단 이주 정책에 따랐을 한족을 비롯한 그 이외 민족이 섞여 지내고 있지만, 조금만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노라면 여지 없이 붉은 빛이 도는 얼굴을 가진,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얼굴을 가진, 장족의 드넓은 마을이다.

 

Tip


관광 : 의랍초원(이라차오웨이?) / 터미널 맞은 편에서 ‘의랍초원’이라는 푯말을 내 건 2번 버스(거기까지 가면 1인당 5원) / 30분 정도 걸릴 듯 / 입장료 1인당 10원
*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승합차 아저씨가 버스와 똑같이 1인당 5원씩 받겠다는 말에 아저씨 차를 차고 갔는데 중간에 아저씨가 중국어로 초원에서 말 탈 거여요? 하는 걸 알아 듣고 끄덕 끄덕. 아저씨는 2번 버스가 들어가는 ‘의랍초원 좌회전’ 이정표를 지나 좀 더 직진하더니 ‘납O해(중국어 발음 ‘나파하이’)’였나 하는 표지판을 단, 말이 아주 많은 곳에 우리를 내려 줌(아마도 연계가 되어있겠죠?). 덕분에 입장료 10원은 아꼈으나 말타기(1인당 30원-의랍초원과 가격은 동일)는 생각보다 짧음. 말을 타고 초원 중간 즈음까지 가서 내려 좀 놀다가 다시 타고 돌아오는 건데 말을 탄 시간 만으론 겨우 30분 남짓? 그래도 김원장은 지금껏 탄 말들 중에 상태가 가장 양호하다며 매우 쾌적해 했음
먹거리 : QingBo Noodle House / Tibet Hotel에서 터미널쪽으로 몇 발짝 걷지도 않아 만나게 되는 국수집 / 김원장이 뭔 국수를 시켜 봤는데 처참히 실패하고 결국 계란볶음밥을 먹음. 그런데 이 때 함께 따라 나온 산채(酸菜 : 쑤완차이?)가 바로 오늘의 하이라이트! 푹 잘 익은 갓김치 맛으로 두 접시를 먹어 치움(주인 아저씨가 내일 또 오란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