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누구나 아는 말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직장 근방을 한 시간씩 산책한지 좀 되었습니다. 메뚜기, 여치, 방아깨비, 여러 나비의 애벌레, 뱀, 땅강아지 등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들을 비롯, 벼와 같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이제는 눈과 맘이 갑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는 말이 있습니다. 수확이 마악 끝난 허전한 논바닥에서 미처 논주인이 챙기지 못한 벼 이삭 줄기를 주어들고 익숙한 그 문장을 떠올립니다. 어라, 진짜네. -_-;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는 말이 있습니다. 문득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미칩니다. 익을수록? 숙인다? 그러다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조사?)는 '는'이라고 생각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니. 그렇다면 사람'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말일까요? 사람'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사람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음, 써놓고 보니 좋습니다.

 

사족 : 위의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들 중에 유독 땅강아지에게 관심이 갑니다. 사실 그게 땅강아지라는 것은 같이 걷는 남편에게서 듣고야 알았습니다. 저는 지금껏 땅강아지라 함은, 두더지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란 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눈앞에서 기어다니는 땅강아지는 제 상상속의 땅강아지와 모양도 아주 다르고, 더군다나 크기가 한참 작습니다. 이름에 강아지를 담고 있어서인지 아마도 곤충이라기 보담 동물에 가깝게 이미지를 심어놓은 모양입니다.

 

보지 않고 상상하여 이미지를 만드는 것,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착각하는 것, 알면 저절로 실천하게 된다고 오해하는 것, 서른도 한참 넘은 지금, 땅강아지에게서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인생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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