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기대가 컸기에 그 정도가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돌아가자고 마음 먹었음에도 뜻밖에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나갈 것 같아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요.

 

1차 은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게가 넘어갈 줄 알았는데 어제 결국 부정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제 또 다른 방법으로 접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만큼,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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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겨레>에서 퍼온 글입니다.

 

한달 15만원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
■ 2050여성살이

친구 하나가 안성 작은 마을에 산다. 6년 전인가, 인터넷을 통해 산 회색 기와집을 수리해 텃밭 농사를 지으며 홀로 산다. 번역일을 하지만 만나면 이야기는 온통 농삿일이다. 울타리콩과 돈부콩이 얼마나 자랐는지, 돌배나무인 줄 알았던 배나무에서 첫 수확한 배가 얼마나 시원달콤한지 자랑하는 친구의 눈은 빛난다. 방충망을 뚫고 방안으로 뛰어든 청개구리와 한밤중 긴박한 대치를 하기도 하고, 비오면 마루로 기어올라오는 지렁이들을 마당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가며 친구는 이제 어엿한 집주인이 되어간다.

번역일 외에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친구의 생활비는 월 15만원이란다. 쇼킹하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 돈으로 살 수 있을지 믿어지지 않는다. 생활비 내역은 인터넷 통신비, 전화, 전기요금, 가스비 등과 가끔 서울 오가는 버스삯이다. 그 외에는 별로 돈 들 일이 없단다. 쌀이나 소소한 생필품은 도시에 사는 오빠 언니들이 가끔씩 조달해 준다. 물론 절대 공짜로 얻어먹지 않는다. 텃밭에서 농약 없이 기른 금지옥엽 풋고추며 상치, 호박, 들깻잎 선물을 한다. 친구의 표현대로 “물물교환”이다. 처음에 안성행을 말리던 오빠, 언니들도 이젠 아예 안성집을 주말농장 삼아 풀 뽑고 물주며 농삿일을 함께 한단다.

우리 모두 노후를 걱정한다. 40대와 50대의 주요 의제가 노후 걱정인 것은 물론이고 노후 생활비 마련 대책이 베스트 셀러 금융 상품이다. 인플레를 감안해 일년 생활비를 얼마로 잡아야 하느니, 연금 부실화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어야 되느니, 신문들도 주 독자층인 도시 중산층을 위해 후하게 지면을 할애한다. 노년의 가난에 대한 두려움은 대한민국 상위 5퍼센트를 제외한 거의 전국민이 앓고 있는 국민질환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도시라는 삶의 공간에서 온갖 자원의 소비자로서 나이들어가고 있을 뿐인 우리의 신분에 대한 쓸쓸함과 함께 있다.

은퇴 후 시골에 가서 농사 짓겠다는 이들이 많다. 일부는 그 꿈을 실현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사람들은 망설이고 결국 포기한다. 텃밭 농민인 안성 친구의 자급자족 경제 모델이 모든 이들에게 모범답안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는 능동적으로 선택했고 서울을 떠났다. 그녀가 포기한 건 서울이었을 뿐이다.

올 가을, 친구네 텃밭에 고이 기른 콩이 익어간다. 풋콩을 까고 갓 쪄낸 토실한 알밤 스무톨을 함께 싸서 차에 밀어 넣어주는 친구의 목소리는 싱싱하고 건강하다. 호젓하긴 하지만 외롭지 않아 보인다. 나무들과 꽃들, 언덕배기 뒤안에서 평화롭게 익어가는 호박들이 있는 풍경속의 친구는 생애의 어느 시절보다 더 현역이다. 내 친구 “안성댁”, 그녀가 아름답다.

 

박어진/자유기고가 behappym@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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