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레 호수를 품고 있는 냥쉐의 장날입니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장부터 들릅니다. 우리 부부의 얍쌉한 오늘 계획은 이렇습니다. 일찍 일어나 장 구경 하면서 과일 좀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챙겨주는 아침 뽀지게 먹고, 트레킹을 떠나면 만사 OK.

 

그럼 냥쉐의 장터 안으로 들어가 보시죠.

 


한 입 간식거리 과자들입니다. 맨 앞에 보이는 양파링스러운 - 그러나 그보다 훨씬 작은 - 놈을 몇 개 집어먹어 봤는데 생각처럼 달지 않습니다. 오히려 밍밍합니다. 씹다보면 고소하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남자입니다. 버마에도 욘사마(?)의 열풍이 불어닥친 모양입니다. 비닐 봉투에 새겨진 그의 모습이 좀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도시락(?)을 싸는 아저씨입니다. 우리로 따지자면 즉석 김밥집 같기도 합니다. 커다란 바나나잎에 밥과 갖은 반찬, 양념을 넣고 예전 가루약 조제시 약봉투 접듯이 예쁘게 말아 역시나 나뭇가지로 튼튼히 묶어 둡니다. 손놀림이 리드미컬한데다 매우 빨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흥이 납니다. 이런 도시락 가게가 시장에 몇 집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인 반찬인데도 사람이 몰려서 사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하긴, 제가 사는 동네에 한 줄에 1,000원 짜리 즉석 김밥 집이 반경 50m내에 4곳이나 있는데, 들어가는 내용물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저도 그 중 한 곳의 맛이 가장 뛰어나다 여겨 김밥은 꼭 그 집에서 먹습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입니다.  

 


많이 보던 풍경입니다. 초록 바나나는 아직 입에 넣어본 적이 없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우셨네요. 장사 안 하시고 어딜 가셨나...

 

트레킹 중 먹을 과일 몇 개를 사고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립니다. 세상 어디나 장 풍경은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도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묘한 중독성이 있는 곳이 바로 '시장'입니다. 

 


오늘도 스님들의 탁발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버마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전형적인 아침 풍경 되겠습니다. ^^ 하긴, 버마 뿐은 아니지요, 얼마 전 TV를 보니 라오스 스님들이 주황색 가사를 입고 조금 다른 모양의 발우를 들고 마찬가지로 하루의 아침을 여시더군요. 아, 그러고보니 그 주황색은 캄보디아 스님들의 그것과 꼭 닮았드랬습니다. 이제 우리 부부가 라오스를 가게 된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요?

 

"어, 저 모습은 태국 OO에서 보던 그거랑 닮았다."

"저건 버마 OO랑 똑같지 않냐?"

"여기는 꼭 캄보디아 OO에 와 있는 것 같네"

 

신랑은 거기에 베트남 모습을 하나 더 얹어낼 수 있겠네요.

 

식사를 든든히 마치고 드디어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우리 둘에 가이드 하나가 딸린, 초호화 럭셔리 모드의 트레킹이 되겠습니다. ^^;

 


퍼런 아줌마가 신나서 가이드를 졸레졸레 따라가는 모습이 전해지는지요? (갑자기 스머프가 생각납니다. 제 초등학교 시절 별명이 스머페트였다죠 -_-;) 초반이라 저렇게 쌩쌩합니다. 냥쉐 시장을 지나 동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가면 금방 포장 도로가 끊기면서 흙먼지 폴폴 날리는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고 끊어질 듯 이어질 듯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위에 보이는 다리가 나타납니다. 이 다리를 건너 나타나는 마을에 작은 자연산 동굴이 있고 그 동굴 안에는 스님이 기거하고 계십니다. 매일 같이 아침엔 이 길을 되짚어 마을에 나와 공양을 받으시고, 오후에는 동굴 내 모신 부처님과 함께 지내시면서 우리 같은 방문객에게 차와 과일 등을 대접하십니다. 그러고보니 동굴은 이런저런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버마에는 해당이 안 될라나) 따뜻하고, 비도 막아주고...

 


그 작은 동굴이 있는 마을을 지나 좀 더 가면, 이번에는 꽤나 깊고 큰 동굴을 만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을 모시는 공간으로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가이드가 든 촛불 하나에 의지하여 동굴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껏 패인 부분의 입구를 문으로 막아 그 안에 스님들이 들어가 명상을 하신답니다. 면벽수행이 따로 없군요.

   

큰 동굴 사원도 지나고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마을의 모습입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집을 짓고 있습니다. 나무 뼈대를 세운 집이 아직은 앙상하니, 집처럼 안 보입니다. 완성되면 대략 아래와 같은 모습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어때요? 그림이 짜맞혀 가시나요?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저 때만 해도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그러나, 저 앞의 오르막이 보이십니까?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에 가이드는 저희에게 잠깐 쉴 기회를 줍니다. 막간을 이용하여 치마같은 롱지에 부실해 보이는 슬리퍼를 신고도 잘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우리 가이드와 수다를 떱니다. 23살의 그는 동갑내기 간호사 와이프와의 사이에 2살배기 딸이 하나 있다네요. 

 


오르막이 시작 되기 전의 김원장 모습입니다. 무릎을 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이번 트레킹에서는 계속 제가 앞서 걸었습니다.

 

오르막은 상당히 계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_-; 시간이 흐르고 해가 머리 꼭대기로 오면 올수록 체감 온도가 마구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 누군가 마련해 놓은 항아리에 담겨진 시원한 물을 마시는 기분은 상쾌합니다. 내친 김에 얼기설기 만들어진 원두막 같은 곳에 발라당 누워보기도 합니다.

 

얼마를 더 갔을까...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점심시간이 왔습니다. 마을은, 깊은 산 중에 있다고 하기엔, 생각보다 가구 수가 좀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이드는 그 중 한 집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집은 더운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듯,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열린 공간에 가깝고, 모든 생활은 거의 2층에서 이루어집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아닌 계단을 오르느라 잠시 부들부들 떱니다. 말이 계단이지, 제게는 거의 사다리 수준입니다. -_-; 안방으로 보이는 공간에 우리 자리를 마련해 주고 가이드는 점심 준비를 하겠다며 사라집니다. 곧 가이드의 배낭 안에 들어있던 건지, 아니면 주인 아저씨의 비상 식량인지는 몰라도 과자부터 등장합니다.

 


우와~ 무지 답니다. 그래도 먹으니 좀 힘이 납니다. 벌겋게 익어버린 얼굴이 차츰차츰 식어가면서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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