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행객들과 계속 어긋나게 만달레이 근교를 헤맨다. 보통의 여행객들은 밍군을 오전에, 우베인 다리가 있는 아마라푸라를 오후에 가는 편인데, 우리는 정반대로 싸돌아다니게 되었으니... 뭐, 그래도 조용하고 오붓하니,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끼는데에는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을 벗어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행에 관한 나만의 색깔을 찾아간다고 해야할까, 이제는 남들이 좋다는 곳에 다녀와 나도 역시 거기가 좋더라, 라며 한 표 던지지 않고, 앞선 모두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게 될지라도, 나만의 의견으로 그곳을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러나, 우베인 다리는 오전에 찾아갔어도 역시나 멋진 곳이었다. 만달레이 근교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공감각적 심상을 심어준 곳이 있다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라더라 어쩌구 저쩌구의 수식어에서 벗어나,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삐거덕 거리며 내 다리부터 감싸 올라오는 그 소리가 마냥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던, 우베인 다리.

 


 

우리는 가능한 천천히 우베인 다리를 걸었다. 저기 바라보이는 건물은 인도 트리반드럼 기차역 근처의 커피 가게를 닮았네, 저기 저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그림 속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해 가면서...

 


 

분위기가 너무 고즈넉해서 오히려 스산하게까지 느껴지던 그 곳의 분위기를 깬 것은 역시나 그 속에서 터전을 일구며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자전거를 타고는 지나갈 수 없기에 입구에서부터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 건너편으로 가는 아가씨, 학교를 가는건지 삼삼오오 재잘거리며 장난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뛰어노니는 아이들, 정지된 풍경 속에서 고기를 잡아 올리는 어부들, 부쩍 자란 옥수수밭에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아낙네들, 우리에게 건너편으로 가는 배값을 흥정하기 위해 애쓰는 청년, 광주리 하나 가득 뭔가를 담은 채 머리에 힘겹게 이고 밖으로 팔러 나가는 아주머니, 그리고 오그라든 손으로 동냥을 위해 팔을 뻗던 아저씨들까지. 그들 모두가 우베인 다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솥에 녹아들어 은근하게 어우러져 따뜻한 거품을 머금은 수프처럼 보였다. 

 





 

강을 건널까, 말까 하다가 결국 건너지 않기로 하고 돌아서는 길, 우리가 생각보다 멀리 걸어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앞선 사람이 있기에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었던 길. 지금껏 우리는 그 길을 따라만 갔었고, 때로는 남들에게 덜 알려진 길을 소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무도 가지 않은, 그런 곳에 길을 낼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선배 여행자들이 낸, 그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어느덧 다시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아마라푸라를 떠나지만 우베인 다리의 이미지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와 버마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다리 역할을 해내리라...

 


 

만달레이를 떠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버마 여행에 있어 여행자들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데 인색함이 없는 '인레 호수'였다. 택시와 비행기, 다시 또 택시를 타고 도착한 냥쉐(Nyaungshwe)는 생각보다 훨씬 관광지스럽다. 물론 방콕의 카오산이나 카트만두의 타멜과 비교하자면 많이 못 미치지만, 그래도 지금껏 버마 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다른 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있다. 심지어 잘쓰면 약이 되고 못쓰면 독이 되는 삐끼까지.

 

골목골목마다 Pizza나 Pancake이라 쓰여있는 간판이 반갑다. 내일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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