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언>

 

버마 여행을 하고난 뒤, 버마에 대해 정리를 하지도 않고 자질구레한 정보에 대해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체코 프라하를 오늘 올리련다. 왜? 내 맘이니까. 덧붙여 윗사진은 프라하성의 St. Vitus Cathedral.

 


 

프라하, 카프카의 집. 황금소로(Zlata ulicka / Golden Lane)내에 위치해 있다. 생각보다 많이 좁은 집, 현재는 저렇게 뛰어난 상술에 묻혀있다. 그렇담 황금소로를 잠깐 볼까?

 


 

작년엔가 이지상님이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란 책을 낸 적이 있으시지. 그러나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 연금술사들이 모여 살아 황금소로라 불리우게 되었다는 이 곳, 왜 이 순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생각나는 걸까? 그리고 다시금 연달아 드는 생각, 왜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하긴 뭐, 그런 책이 한 두 권이라야지. 역시 책은 시류를 잘 타야 한다.

 


 

성을 내려오다 - '성을 내려오다'라니, 이게 웬 공주스러운 발언인가! 그러나 프라하에선 가능하다 - 찍은 프라하 시내의 전경이다. 저 다리는 모양으로 미루어 보건데, 카를교가 틀림없다. 그 유명한 카를교. 그러나! 2002년 여름, 프라하는 역사에 남을 엄청난 수재를 겪고 있었고, 카를교는 통제가 되고 있었다. 

 


 

물난리난 프라하. 나름대로의 역사적 현장에서 한 컷.

 


 

역시나 프라하 명물로 알려진 구 시청광장의 천문 시계. 이 시계에 얽힌 전설(?)은 대략 다음과 같다. 

 

...15세기 카를 대학의 교수가 이 시계를 제작한 이후 그 아름다움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전 유럽으로 퍼져 똑같은 시계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쇄도하였다. 그러자 프라하 시청은 시계를 독점하고 싶은 욕심에 그 교수를 장님으로 만들었다. 장님이 된 교수가 자신이 만든 시계를 만져보기 위해 손을 대자마자 시계가 멈췄는데 이후 400년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았다가 1860년대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짜일까? 어쨌든 매 시간마다 종소리와 함께 그리스도 12사제 모습의 인형이 회전하며 지나가고, 마지막에는 시계 꼭대기의 닭이 우는데,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몇 분 전부터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종이 울리고 연이어 터지는 플래쉬 세례. 우리도 저 시각으로부터 10분이 더 지난 후, 그 중 하나가 되었다.

 


 

미련이 남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카를교 앞에 모여들어, 그저 안타까이 바라만 보고 있는 저 수많은 사람들. 저 사람들의 얼굴에선 한 가지 표정이 읽혀진다. "뭐야? 여기까지 왔는데 카를교를 못 건너는거야?" 

 


 

그러나 카를교 바로 옆 몇 발짝만 움직여도 저렇게 물에 잠겨 버린 것을. 레스토랑이고 통행로고 모두 다 물에 잠겨버리고 의자들이 둥둥 떠 다녔다.

 


 

National Museum. 구시가광장(Staromestske namesti)에서 싸돌아 댕기다가 이 국립박물관으로 오다보면 길다란 Vaclavske namesti를 만나게 된다. 이 곳의 한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한 잔 했는데, 진짜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술 한 잔 들이키며 영자 벼룩신문 같은 걸 읽었는데 의외로 교외에 있는 근사한 저택, 그것도 수영장까지 딸린 집을 휴가 기간동안 저렴하게 빌릴 수도 있었고, 영어가 가능한 금발의 체코 미인과 체코 여행 내내 낮이나 밤이나 동행(?)할 수도 있더라. 아마도 전자가 아이들이 딸린 가족 대상의 상품이었다면, 후자는 아무도 안 딸린 중년의 남성만을 위한 상품인 듯 싶다. 체코는 그런 곳이다. 여행의 A부터 Z까지 모두 존재하는 곳, 동유럽 여행의 정수라 불리우는 곳. 

 

국립박물관 앞에는 맥도날드가 있다. 쿠트나호라에서 프라하로 들어오던 날, 맥도날드가 반가와서 얼른 들어갔다가 우연히 한국인 남자 대학생 3명을 만났다. 옆 자리에 앉아 잠깐 대화를 섞어보니 진짜 열심히(?) 여행하는 청년들이다. '여행 천하 유럽'인가 하는 두꺼운 가이드북을 들고 줄치면서 여행다니는 스타일로 미루어 보아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내 햄버거 세트에 토마토케첩을 돈 주고 샀느냐 묻는다.

 

"아니오. 그냥 주던데요?"

"아니, 근데 왜 우리보곤 돈 내라고 하죠?"

 

마침 노란 감자에 빨간 모자를 씌울 케첩이 모자란 나는 다시 데스크로 가서 케첩을 얻어온다. 당연히 free로.

 

"이것도 달라니까 그냥 주네요"

 

나의 액션에 용기를 얻은 청년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다시 데스크로 간다. 곧 그는 풀이 죽어 돌아온다.

 

"안 주는데요? 돈 내래요"

 

글쎄다. 맥도날드가 나라에 따라 케첩에 돈을 받고 안 받고 하는 건 알지만, 프라하 맥도날드에서 일어난 이 일에 대한 그 숨겨진 이유가 아직도(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궁금하다. 내가 너무 당당했던 걸까? 이 아줌마 성격, 어디 가나?

 

그 맥주도, 그 후렌치후라이도 그리운 오후다.

 

 

Tip

 

교통: 쿠트나 호라 – 프라하 / 버스 / 1시간 30분 소요 / 1인당 59코루나 / 숙소에서 나와 Masarykova 길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Stefanikova 길을 따라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르면 작은 로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로터리에서 오른쪽으로 뻗은 Benesova 길을 선택하면 얼마 걷지 않아 왼편으로, 로터리에서 일단 좌회전을 했다가 처음 오른쪽으로 생기는 길, Lorecka를 따라 걸으면 얼마 걷지 않아 오른편으로 커다란 슈퍼와 그 공간을 나누고 있는 쿠트나 호라 버스 터미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다소 돌더라도 그저 주차장처럼만 보이는 터미널을 발견하기 쉽다 / 주말은 버스 운행이 현격히 줄어드는데다 약어로 표시된 배차 시간표는 정확한 파악이 용이치 않으므로 되도록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편이 수월하다

 

      * 2002년 8월 현재 프라하는 수해로 인하여 8월 말까지 시내의 모든 대중 교통 수단이 무료로 운행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노선으로 운행되는 교통편이 대부분이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네요~ ^^;

 

       프라하 – 리토메리체(Litomerice) / 버스 / 1시간 소요 / 1인당 61코루나 / 워낙의 버스 터미널 역시 물에 잠겨 물어 물어 겨우 급조된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찾아간 리토메리체

 

숙소: 하늘이네집 / 색의 배합이 너무도 예쁜 2인실부터 다인방까지 모두 갖춘 한인 민박집으로 2인실의 경우 1000코루나 /  http://www.praharo.com/

 

         Berhanu CK Hostel(Hostel Bubenec) / 작은 냉장고가 있는 3인실을 둘이 쓰라며 1인당 250코루나 / 건물 전체에 풍기는 병원 소독약 냄새로 마치 병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그러나 공동 사용인 화장실 및 욕실, 부엌 등을 보면 기숙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 하늘이네집에서 맛난 한식을 배불리 먹은 우리는 보다 저렴하면서 교통이 편리한 이 숙소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Dejvicka’역에서 하차, 로터리에서 북쪽으로 뻗은 Jug. Partyzanu 대로를 따라 걷다가 왼편으로는 커다란 슈퍼마켓 Menza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Lotysska 길이 보이면 그 길로 우회전, 직진하다가 그 길이 막히며 만나는 Terronska 길에서 좌회전을 하면 바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이 숙소를 찾을 수 있다(Terronska 28, Praha 6 / Tel +420 2 243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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