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로베니아에서 크로아티아로 넘어갑니다


주유하면서 전면 유리창 닦기. 일타쌍피라고 좋아하는 김기사. 타고 난 듯

 

류블랴나와 자그레브는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


슬로베니아측 국경 출국 - 차에 앉은 채로 여권 제출. 도장 쾅. 끝


연이어 크로아티아측 국경 입국 - 차에 앉은 채로 여권 제출. 도장 쾅. 끝


...인 줄 알았는데 통과하자마자 고속도로라 그런가 바로 돈을 내란다. 7쿠나 (약 1유로 / 당근 유로로도 받는다)

슬로베니아까지는 비넷 시스템이었지만 크로아티아부터 세르비아까지 당분간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같은 톨 시스템 


헐 , 점심 식사가 1시 예약이라 10분 전에는 도착하고 싶었는데 자그레브 시내가 막혀! 김기사왈 류블랴나에 비하면 자그레브는 정신 없다고


이번에 유럽 여행을 계획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서유럽이 아니다보니 동선상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만나기가 가뭄에 콩나기였다

여기 이 곳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폴란드 크라쿠프 정도? (내 동선이 이상하다는 얘기는 끝까지 안 하네 ㅎ)

2019년 6월 현재 자그레브에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딱 하나 뿐인데 노엘(Noel)이 바로 그 곳이다. 1스타  


홈페이지 http://noel.hr/


기본적으로 자그레브 물가가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슐랭은 미슐랭. 노엘 역시 저녁 단가는 꽤 높다.

하지만 간단한 3 코스 점심 메뉴라면 도전해 볼 만! https://noel.hr/en/weekly-menu/

홈페이지를 통해 6월 5일 오후 1시로 예약을 시도해 보았더니 가능하다는 답장을 받았다. 오케. 드디어 내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가보는구나




위클리 메뉴는 애피타이저 / 메인 / 디저트, 3 코스로 진행되고 각 코스마다 3개의 옵션이 있다 (물론 위클리 메뉴 말고 다른 코스를 주문해도 된다) 요즘 메뉴는 아래와 같은데 김원장은 빨강, 나는 파랑을 선택 매트릭스 아닙니다


포카치아가 맛있다. 3종 버터도 예술. 예상하시겠지만 담당 서버 언냐가 매번 모든 요리를 설명해 주는데 버터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더라.

(물론 한 귀로 들어오면 바로 다른 한 귀로 흘러나가는 것이 영어란 놈 아니던가)


라거 중 추천 받은 맥주


(커보이지만) 아뮤즈 부쉬




애피타이저

나의 누디. 블루 치즈 때문인가 다소 느끼


김원장의 문어 샐러드. 이건 짜다

확실한 건 애피타이저인데 양이 적지 않고 ㅋㅋㅋ 플레이팅은 매우 아름답다


메인


나의 치킨. 그나마 익숙한 맛. 김원장은 (치킨보다도) 뇨끼가 먹을만 하다며 제법 집어 먹음



김원장의 깔라마리 튀김. 안 그래도 어제부터 깔라마리 사다가 집에서 튀김을 해먹네 어쩌네 하더니 딱 걸렸어. 바뜨, 우리 입맛엔 다소 비림 ㅜㅠ


디저트


나의 딸기 수프. 이건 또 오버로 달다


김원장의 치즈 플레이트. 이건 익숙한 편


@ 팩트 : 둘이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서 위클리 메뉴 + 술 / 콜라 / 물 / 빵 등 먹고 총 521쿠나가 나왔다. 약 11만원. 

@ 장점 

- 분위기도 좋고 서비스는 매우 좋다

- 마침 내가 골라 앉은 자리에서 오픈 키친이 보였는데 오오 우리 요리 만들어주는 저 셰프, 인터넷에서 봤던 바로 그 셰프네 ㅎ Goran Kočiš

@ 단점

- 주차 얘기부터 하자. 알아온 바, 자그레브 시내에 주차를 하려면 크로아티아 동전이 필요했다. 슬로베니아에서 크로아티아로 국경을 넘자마자 가장 처음 만나는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들렀다. 이 곳에 당근 ATM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그런데 없었다. 휴게소 매점에서 유로로 물 한 병을 사고 거스름돈으로 쿠나를 부탁하는 방법으로 동전 몇 개를 일단 얻어냈다. 노엘 앞에는 1시 예약 시각보다 3분 늦게 도착했는데 근처에 주차 공간이 하나도 안 보였다. 일단 노엘에 들어가 주차부터 하고 오겠다고 고지했다(어쩐지 노엘 측은 이런 일에 익숙해 보였다). 동네를 빙글빙글 돌다가 두 블럭쯤 떨어진 곳에서야 겨우 주차 공간을 발견했다. 세웠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주차 요금 정산 기계가 어디 있는지 묻고 찾아갔다. 그런데... 내가 가진 동전이 모자랐다. 옆 까페에 들어가서 혹시나 지폐-동전 교환이 가능한지를 물었더니 언냐 역시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동전 교환은 안 된다며 대신 휴대폰 문자? 로 주차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미처 알아오지 못 한 방법이었다. 그 말을 들은 김원장이 커피 한 잔을 '투 고'로 주문했다(역시 머리는 두 개여야). 주문이 밀려 있었기에 한 잔의 커피를 받기까지 또 몇 분이 지났다. 언냐가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몇 개 줬다. 헐, 그런데도 동전이 모자랐다(기계에 동전만 들어간다). 커피를 주문했으니 이번엔 바꿔주겠지 싶어 10쿠나 지폐 한 장만 바꿔달라고 했다. 역시 이번에는 바꿔주려고 했다. 문제는 카페에 동전이 없었다는 것 ㅋㅋㅋ 노엘에서 밥 먹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그만큼 숙소 미팅 약속 시간마저 늦어지므로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지금까지 보유한 동전으로 30분에 해당하는 주차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노엘 고고씽. 어느새 1시 30분이 넘었다. 주문을 하고 술을 마시면서 김원장과 얘기를 해보았다. 술 들어가니 만사 귀찮은데 그냥 배째고 벌금 내고 비싼 점심 먹은 셈 칠까. 아니면 어차피 요리 나오는 간격이 있으니 다시 다녀올까. 김원장은 전자 쪽에 51:49 정도로 마음이 기운 것 같았는데, 나는 60:40으로 후자 쪽에 마음이 기울어서 내가 다시 다녀오기로 했다. 노엘 staff 세 명을 귀찮게 한 결과 -_-; 그들이 내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줘서 나는 술 먹다 말고 날도 더운데 다시 두 블럭을 갔다 왔다. 이 부분이 우리에겐 첫번째 짜증이었다 (대신 이후로는 완전 맘편히 먹긴 했다 ㅋ)

- 우리가 방문했을 때 서너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었다. 그 중 한 테이블에 한국인 여행객이 있었다. 자수성가형에 가까운 김원장은 본인이 사치스럽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젊은이들을 만나면 그들을 시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본인은 큰 맘 먹고 왔는데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김원장은 이번 여행에 있어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 본인이 가게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ㅋㅋㅋ 내 맘대로 선예약 후보고 ㅋㅋㅋ) 요즘 젊은 세대가 돈을 너무 쉽게 쓴다나 어쨌다나 = 셀프 꼰대 증빙. 블레드와 류블랴나에서 한국인 패키지 팀들을 만났을 때는 한국이 자랑스럽다나 어쨌다나 하더니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시전. 하여간 이 부분도 김원장에겐 불쾌한 점이었다. 하긴 나도 한국말이 계속 들리니까 아무래도 여행 감흥이 퇴색되는 면이 있긴 했다 ㅎ (다행히 그들은 우리 코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떴다) 

-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맛이었다. 자질구레한 단점들이야 맛만 있으면 혜자스런 마음으로 용서가 되거나 까마득하게 잊혀질텐데, 아아 우리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지 않게 너무 촌스러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제일 맛있었던 메뉴가 포카치아였다면 답이 없는 거 아닌가 -_- 자, 이제 둘 중 하나다. 여기서 멈추거나 혹은 계란 노른자/콩국수/올리브 처럼, 그 맛을 제대로 알고 즐길 때까지 반복적으로 먹어보는 것. 참고로 아래는 다 먹고 나서 나눈 대화

나 : 김원장아, 크라쿠프에도 미슐랭 있는데 거기도 예약할까?

김원장 : (빛보다 빠르게) 아니 

물론 예의상 물어본 것 뿐, 이번에도 선예약 후보고 하는 건 내 맘. 어쨌든 슬프게도 이렇게 옛 세대 인증. 이 날 저녁 진라면 팔팔 끓여 고춧가루 팍팍 풀고 따끈한 밥 말아 잘 익은 김치 얹어 먹으면서 우리끼리 한 말이, 이게 뭐라고 미슐랭보다 훨씬 맛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날 이후로 우리 사이엔 OO이 미슐랭보다 맛있네, 가 일종의 유행어가 되었다) 

@ 총평

장점 두 줄에 비하면 단점이 열 배 이상 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양도 많아)나 경험 면에서는 꽤 만족스럽다. 인지 부조화

무엇보다 이제 나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가 본 인간이라 후까시를 넣을 수 있지 않은가. 된장심이여 불타 올라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가 해봐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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